전관예우와 후관예우
전관예우와 후관예우
  • 정종석 발행인
  • 승인 2015.06.28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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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제도 도입..'귀족 판사' 양산 우려

 
지난 해 국무총리에 지명됐다가 낙마한 안대희 전 대법관. 당시 국회 청문회를 앞두고  법조계 '전관예우(前官禮遇)' 관행이 여론의 질타를 받는 바람에 그는 결국 사퇴하고 말았다. 또 얼마 전 새 국무총리가 된 황교안 전 법무부장관도 로펌 재직시절 과다한 수임료로 물의를 빚은 일이 있다. 법조계 출신 고위공직자들의 청문회 때마다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것이 바로 전관예우 관행이다.

과거 법무장관을 지낸 K씨는 지난 2002년 고검장 퇴직시 재산이 8억 4,000여만원이었다. 그러나 불과 6년 뒤 다시 공직에 입문할 때는 재산이 7배인 57억 3,000여만원으로 늘었다. 이 가운데 집값 상승분 15억원과 부인의 상속재산 등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고검장 퇴직 후 변호사 개업과 함께 4개 대기업의 사외이사를 맡아 벌어들인 수입이다.
 

고위 공직자들 “변호사 개업·사외이사 막대한 수입”

 
그런가 하면 현 정권에서 장관을 지낸 뒤 금융권에 몸담고 있는 또 다른 K씨는 과거 공직 퇴임 후 민간에서 일했던 10년 동안 6억여원의 재산을 31억여원으로 불렸다. “변호사 수입 등 순수입은 20억원에 못 미친다.”는 전 법무장관 K씨 측 해명에도 불구하고 전관예우의 ‘위력’이 막대하다는 사실을 웅변해 주는 대목이다. 이처럼 전관예우를 바탕으로 한 한국형 출세의 전형을 보여 주는 전·현직 고위 관료의 사례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로스쿨 출신 첫 경력 판사 임용 보도 이후 전관예우와는 반대 개념인 '후관예우'란 비판까지 나온다. 경력 3년을 다 채우기도 전에 합격하고도 로펌에서 월급을 받는 예비판사들에 대해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이른바 '후관예우(後官禮遇)' 논란이다. 전관예우가 판·검 출신 변호사에 대한 특혜라면, 후관예우는 반대로 곧 법관이 될 변호사에 대한 특혜를 준다는 의미다. 이번 경력 법관 내정자 37명 중 로펌에서 근무한 것으로 확인된 변호사는 15명이다.
 
그런데 경력을 채우기도 전에 미리 뽑히면서, 일부는 합격 후에도 여전히 로펌으로 출근하고 있다고 한다. 사실상 예비 법관들이 임용을 코앞에 두고 로펌의 월급을 받고 일하는 셈이다. 이들이 나중에 판사가 됐을 때 자기가 변호사로 있던 동안 호의적으로 베풀었던 분에 대해서 과연 공정하게 재판을 할 수 있을 지 하는 의문이 나온다.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성명서를 내고 대형 로펌에서 후일 판사로 임용될 것으로 보이는 변호사를 좋은 조건에 데려가는 후관예우가 우려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법조계 안팎에서 이번 임용 절차가 오히려 경력 법관에 대한 불신만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2018년 사법시험 폐지..로스쿨 졸업자만 법조인 돼

 
2012년 졸업한 로스쿨 1기생은 내년 초 3년의 법조경력을 갖추게 되어 법관임용이 예정돼 있다. 오는 2018년 쯤 사법시험이 폐지되면 로스쿨을 졸업한 사람 만이 변호사 시험에 응시,법조인이 되며 일정 경력을 쌓은 뒤에야 판검사가 될 수 있다. 2013년부터 법조일원화가 실시되었는데도 법원은 아직 객관적인 기준과 절차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대법원의 법관 임용지원자 평가지침에 따르면 전문성, 정의감, 균형감각, 공정성, 청렴성, 성실성, 윤리성, 봉사정신, 의사소통 능력, 일반적 평판 등 10개의 평가기준을 제시하고, 평가등급은 우수, 보통, 미흡 3개 단계로 한다고 규정돼 있다.
 
그러나 제시된 기준이 추상적, 주관적이다. 이를 계량화하기 어렵다. 그래서 이른바 배경있는 사람이 임용되는 현대판 ‘음서제(蔭敍制)’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성적 만을 기준으로 비공개적으로 법관을 선발하던 관행을 답습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특히 로스쿨 1기 졸업생 중 2년간 이름도 생소한 법원 소속 로클럭(재판연구원)으로, 로펌에서 1년간 변호사로 근무하다 법관으로 임용될 경우 근무했던 로펌이나 자문을 한 특정기업 편을 드는 ‘후관예우’의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크다는 걱정들이 적지 않다.
 
문제는 우리나라에 ‘귀족 판사의 시대’가 오고 있다는 세간의 우려다. 과거의 사법시험은 개천에서 용이 나는 시대였다. 가난해도 공부를 잘 하면 얼마든지 합격을 할 수 있는 구조였던 덕이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로스쿨을 가려면 비싼 학비 때문에 집안의 재력과 배경이 ‘빵빵’해야 한다. 본인의 실력으로 합격하는 과거 사법시험 시절에 비해서 이제는 집안도 좋고 돈도 있어야 판사가 된다는 소리가 나온다. 더 중요한 것은 판사로 통보를 받고 6개월씩이나 더 로펌에 있는 현실이다. 쉽게 말해 ‘미리 뽑힌’ 법관들에게 로펌이 후관예우를 합법적으로 보장하는 시간이 주어진 것이다.
 
판사를 마치고 로펌에 간다고 해도 전관예우로 비난이 들끓는 세상이다. 올해부터 판사가 되려면 법조 경력 3년이 필요히다. 판사임용 통보를 받았을 때는 경력이 2년6개월에 불과하다. 그래서 나머지 6개월을 채우려 로펌에서 더 근무를 해야 한다. 판사 합격자가 로펌에서 그 기간동안 밥을 더 먹게되는 것이다. 물론 ‘판사로 내정됐으니 진행된 사건에서 손을 떼고 술도 함부로 얻어먹지 말라’는 취지일 것이다. 하지만 로스쿨을 갓 졸업한 20대 후반의 젊은이들이 노련한 로펌 관리를 벗어났다고 믿기는 쉽지 않은 현실이다.
 

신랑감 직업별 등급 1위 '서울대 법대 출신 판사(京判)'

 
몇 년 전 신랑신부감을 각종 직업별 등급으로 표시한 자격조건표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서 우연히 본 적이 있다. 남녀 모두 1~15위 직업별 등급이 자세히 명시돼 있었다, 신랑감 직업별 등급 1위가 서울대 법대 출신 판사(이른바 京判)이고, 2등급은 서울대 법대 출신 검사(京檢)/서울대 출신 행정고시 재경직 합격자/5대 로펌 변호사였다. 그리고 3등급은 서울대 출신 의사/비서울대 출신 판검사/비서울대 출신 행시 재경직 합격자/대형 로펌 변호사로 돼 있었다.
 
신부감은 본인 직업이 아니라 부모님의 직업과 재력이 기준이었다. 여자 1등급은 부모님이 창차관급 공무원-국회의원-자치단체장/부모님 재산 1,000억원 이상 기업가/부모님이 강남 대형 병원장/부모님이 장차관급 판검사였다. 2등급은 부모님이 1급 공무원/부모님 재산 500억원 이상 사업가였다. 3등급은 부모님이 2급 이상 고위 공무원/지방기관장/부모님이 국내 3대 메이저 대학 정교수/부모님 재산 100억~500억원 비사업가였다.
 
이 결혼조건표가 우리나라 결혼문화와 정서를 그대로 반영한다고 하면 판검사 중에서도 판사, 그리고 서울대 출신 판검사들이 최고 신랑감임이 분명하다. 전 세계의 법복은 보라색이나 자주색 계열이 많다. 이는 신성함을 상징한다. 우리 식대로 해석하면 팥죽색이다. 민간에서 귀신을 쫓는 색깔이다. 마찬가지로 신성함과 관련이 있다. 불과 2년 전인 이 때 임관한 판사들은 자신의 능력 만으로 법관에 임용됐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사법시험 시대가 끝나고 로스쿨 시대의 법관을 양산하게 되는 지금 우리나라 법조계는 큰 전환기를 맞고 있다. 서구식 로스클 제도의 도입으로 채용제도가 진일보하고 있으나 자칫 기득권 계층 만이 판검사에 임용되는 구조가 아닌 지를 곰곰이 따져볼 때가 됐다.
 
 
<필자 소개>
 
   
 
   정 종 석
 (elton2023@hanmail.net ) 
 
금융소비자뉴스  발행인(언론학 박사)
한국언론인연합회 임원
(전)세종대/가천대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
(전) 동아TV 대표이사 사장
(전) 서울신문 베이징특파원/경제과학부장/정치부장/편집부국장
 
* 저서 : 언론국제화의 마피아들(공저/나남,1995년)
* 논문 : 디지털 다채널 시대 - 채널브랜드 이미지가 광고효과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박사학위, 세종대 대학원 신문방송학과
박사과정,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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