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없으면 전세계 블랙아웃"?..“황당하고 우려스럽다” 반응
한국수력원자력(사장 조석)이 제작한 극장용 원전 홍보 영상이 공포스러운 분위기 속에 원자력발전을 일방적으로 찬양해 논란을 빚고 있다.광고를 본 전문가들과 누리꾼들은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해 원전 필요성을 강요하고 있다”며 “황당하고 우려스럽다”는 반응이다.한수원은 ‘블랙아웃(대규모 정전) 시티’라는 제목의 홍보 영상을 이달까지 3개월 동안 전국 주요 지역 극장에서 내보내고 있다. 이는 한수원 예산 약 3억원으로 집행됐다. 한수원은 지난해 약 2조원의 흑자를 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영상은 2035년 서울의 어느 건물에서 갑자기 조명이 꺼지며 터져 나오는 비명 속에 아수라장이 된 실내를 보여준다. 건물에 갇힌 한 가족은 “어딘가 전기가 남았을 거야”라며 무엇인가 열심히 찾는다. 전문가들은 에너지저장장치(ESS)의 필요성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전기를 모았다 꺼내 쓸 수 있게 만드는 대형 배터리인 ESS는 전력당국이 에너지 신산업으로 홍보하는 기술이다.
한수원이 공급한 극장용 광고의 한 장면. 광고 동영상 캡처.블랙아웃이 전세계로 확산되는 상황 속에 ‘잿빛 어둠이 세상을 뒤덮는 날, 충격과 공포가 시작된다’라는 문구가 나타난다. 이어서 한 남성이 “아, 원자력발전만 있었어도…”라는 말과 함께 두 손을 모으며 끝난다.원자력발전이 없으면 전 세계에 전기 공급이 중단되는 최악의 블랙아웃이 발생한다는 경고인 셈이다.
이에 대해 논란이 뜨겁다. 일부 누리꾼은 “마치 전기를 아껴 쓰지 않아서 블랙아웃이 발생하는 것처럼 표현한 대사는 한수원이 책임을 국민들에게 돌리는 것 아니냐”며 영상 속 대사를 문제 삼았다. 또 다른 누리꾼은 “정책 홍보를 위해 일부러 극단적 상황으로 몰아가는 내용이 불편하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한수원 관계자는 “원전이 없는 미래의 상황을 가정해 고갈돼 가는 화석연료보다 오래 쓸 수 있는 원자력의 장점을 알리고자 했다”며 “영화 예고편처럼 만들기 위해 공포스런 상황을 설정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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