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찬 사장 사내이사서 제외..대우증권 인수불발 실망감 추측도
주총 철을 맞은 가운데 KB금융지주가 김옥찬 사장을 사내이사에서 전격적으로 제외키로 하면서 그 배경이 주목된다. 특히 일각에서는 이 일이 앞으로 KB금융 후계구도와도 관련이 깊다며 내년 11월이 임기만료인 윤종규 회장의 거취와 연관시킨 해석마저 일고 있다.
8일 금융당국 및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오는 25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김옥찬 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이 지난 1월 공식 선임되면서 사내이사 등록은 예정된 수순으로 여겨져 온 만큼 이 같은 결정은 다소 이례적이다.
이번 일이 KB금융 후계구도와도 관련이 깊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계열사장단 인사 등을 통해 후계 구도가 어느 정도 드러난 상황에서 앞으로 윤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도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윤 회장은 당초 김 사장에게 임기 2년을 보장하려고 했으나 SGI서울보증 후임 인사가 지연되면서 김 사장이 예정보다 2달 늦게 합류하자 본인 임기가 끝나는 내년 11월에 맞춰 1년10개월로 조정했다.
김 사장의 사내이사 누락은 최근 다른 금융지주사들의 추세와도 역행한다. 하나금융지주, 우리은행 등이 사내이사를 2~3명씩 늘렸다. 하나금융은 지난 2일 김병호 부행장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2명을 사내이사 선임하며 기존 김정태 회장 1인 체제에서 3명으로 늘렸다. 우리은행도 이동건 영업지원그룹장과 남기명 국내그룹장 등 2명의 사내이사를 새로 추가했다.
반면 KB금융은 김옥찬 사장을 사내이사로 추가하지 않으면서 윤종규 회장과 이홍 부행장 2인 사내이사 체제를 유지하게 됐다. 김 사장이 서열상으로는 '넘버2'이지만 이사회 참석 자격과 그룹의 중요 결정 권한은 얻지 못한 셈이다. 윤 회장은 작년 11월 김 사장 영입을 전격 발표했다. 당시 KDB대우증권 인수전에 뛰어든 윤 회장은 김 사장에게 이 작업을 전적으로 맡기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KB금융이 대우증권 인수에 실패하면서 김 사장의 지위가 흔들렸다. 윤 회장의 입장에선 김 사장이 뭔가 보여줄 것으로 믿었던 실력에 대해 실망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적지 않다.
이에 따라 최근 금융지주의 CSO와 CFO를 분리하면서 현대증권 인수전에 대한 김 사장의 역할에 더 이상 큰 의미를 부여하기가 어렵다는 전망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사내이사는 이사회에서 막강한 권한과 책임을 갖고 CEO 선임 등 인사에 관여할 수 있다. 그런데 김 사장을 사내이사에서 제외한 것은 이 같은 권한을 제한하겠다는 윤 회장의 의도가 아니냐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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