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실적 인센티브..금융회사 압박 극심
과도한 실적 인센티브..금융회사 압박 극심
  • 강민우 기자
  • 승인 2016.12.08 12:28
  • 댓글 0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지키면 그만(?)"…금감원 '불완전판매 유도' 체계 개선방안에 실효성 논란

 
국내 굴지의 한 금융그룹은 지난달 한 이동통신사와 함께 앱 상품을 출시했다. 이는 금융그룹 계열사의 금융거래나 이벤트 참여 등을 통해 포인트를 적립, 포인트를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앱이다.

직원들은 ‘앱팔이’로 전락했다. 해당 금융그룹 직원에 따르면 일부 직원은 1인당 50건 혹은 100건 등 사실상 ‘할당’을 받아 정해진 건수를 채워야만 했다. 거래처 직원이나 지인을 상대로 영업에 나설 수 밖에 없었다. 해당 앱스토어 리뷰에는 “강요 좀 그만하라” “왜 매번 직원 강요로 가입시키냐” “잘 만들면 스스로 가입하지 않겠냐” 등 ‘앱 영업’을 꼬집는 글이 올라와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금융회사들의 이 같은 ‘앱팔이’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 7∼8월 일부 시중은행끼리 통합멤버십 경쟁이 붙으면서 직원들이 앱 영업에 나서기도 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사용하지도 않는 앱을 만들고 직원들이 영업에 나서는 일이 있다”며 “과도한 핀테크 경쟁의 한 단면”이라고 꼬집었다.
 
금융계열사 사이에서는 차별 논란도 일고 있다. 한 카드회사 직원은 “은행 직원들은 앱 영업이 핵심성과지표(KPI)에 포함되지만 우리 카드사는 그런 것도 없이 영업 압박만 받는다”며 “지금까지 몇 명이 나를 추천했는지 여부는 ‘경쟁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해당 금융지주에선 200건 이상을 달성한 직원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5만원 상당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이벤트를 하고 있다.
 
다른 금융기관들 사이에서도 상품 판매실적과 인센티브 체계가 과도하게 연계돼 직원들의 불완전판매를 유도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불완전판매란 금융사가 상품의 기본적인 내용이나 투자 위험성을 충분히 안내하지 않고 판매하는 행위를 말한다. 실적 달성에 급급한 증권사 직원이나 보험설계사 등이 무분별하게 상품을 권유하면서 소비자 민원이 발생한 사례가 즐비하다.
 
이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금융소비자보호 모범규준'을 개정, 앞으로 금융회사들은 판매실적과 인센티브 체계를 과도하게 연동할 수 없도록 하기로 했다. 개정안에 따라 금융사들은 판매실적과 부가상품 판매 등이 보상의 비중에서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인센티브 체계를 관리해야 한다.
 
또 CCO(소비자보호 총괄책임자)가 소비자보호 관점에서 인센티브 체계를 검토해 경영자에게 보고하는 방식이 도입되고, 필요시 성과평가지표(KPI) 조정 등을 포함한 보상체계도 유도할 방침이다.
 
아울러 금융사들은 65세 이상 고령소비자와 장애인 등 금융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한 지침도 의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고령자에게 주가연계증권(ELS) 등 파생상품과 후순위채권 등의 권유를 자제해야 하고 장애인을 위해 점포별 전담 직원을 둬야 한다.
 
소비자가 피해를 입증하는 데 필요한 서류를 금융회사에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포괄적 열람권과 청취권도 주어진다. 지금은 소비자가 금융사에 자료를 요청하면 회사별로 제공하는 기준이 다르고 불명확해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증하는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금융회사는 또 홈페이지에 금융판례와 분쟁조정현황, 상품 유형별 민원 현황 등 소비자보호 관련 정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공시해야 한다.개정안은 행정지도 변경예고 등 시행절차를 거쳐 내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지난 2006년 이후 올 3월까지 총 4차례에 걸쳐 이뤄진 제도 개정안에 대한 실효성을 두고 여전히 의문이 일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불완전판매 등에 따른 금융소비자 보호장치의 중요성이 확대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수 년째 국회에 계류 중인 ‘금융소비자보호 기본법’(금소법)을 대신하고 있는 '모범규준'이 금융소비자 보호 전반에 얼마나 힘을 실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이에 대한 강제력이 사실상 없다는 점과 규준 위반 시 그에 따른 후속조치가 미약하다는 점이 이번 개선안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힌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금융회사의 자율성과 창의성 강화의 일환으로 모범규준 및 행정지도 위반에 대해서는 금융사들이 자체 조치하도록 규정을 완화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이 제도 만으로 금융소비자보호 제도가 정착화되기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한 금융전문가는 "인센티브제도 점검과 같은 이번 제도의 주요 개선사항에 대해서도 감독당국의 직접 점검이 아닌 금융회사 내 CCO의 권한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이뤄져 있다"면서 "소비자들이 자료 요구 시 금융회사가 영업비밀 등의 이유로 이를 거부할 수 있는 경우 또한 산재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금소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금융당국도 더 의지를 가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회 관계자는 "법안소위에서 임종룡 위원장은 정말 급했던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국회에 상주하며 의원들을 설득했지만 금소법은 그러지 않았다"며 "금융위 내에서 금소법이 우선순위가 아니니 밀리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주)서울이코미디어
  • 등록번호 : 서울 아 03055
  • 등록일자 : 2014-03-21
  • 제호 : 서울이코노미뉴스
  • 부회장 : 김명서
  • 대표·편집국장 : 박선화
  • 발행인·편집인 : 박미연
  • 주소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58, 1107호(여의도동, 삼도빌딩)
  • 발행일자 : 2014-04-16
  • 대표전화 : 02-3775-4176
  • 팩스 : 02-3775-41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미연
  • 서울이코노미뉴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서울이코노미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seouleconews@naver.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