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금융당국, 정권교체기에 ‘따로국밥’식 통계집계로 ‘엇박자’
한은-금융당국, 정권교체기에 ‘따로국밥’식 통계집계로 ‘엇박자’
  • 윤석현 기자
  • 승인 2017.04.20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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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통계 매월 개별적으로 공표..가계신용-가계대출 속보치 상충돼 ‘혼란’ 우려
 임종룡 위원장-이주열 총재

금융당국이 한국은행이 3개월마다 발표하는 가계신용 통계와는 다른 별도의 가계부채 통계를 집계해 매월 발표하기로 했다. 대표적인 국민경제 지표인 가계신용과 가계대출 속보치가 주요 정부기관 간에 다르다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서 통계상충으로 상당 기간 금융정책의 엇박자와 국민들의 혼란이 일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0일 업권별 가계대출 동향을 주기적으로 파악해, 시장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관련 정책을 적기에 마련해 정책대응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가계대출 속보치를 매월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가계대출 속보치는 가계부채 증가세가 안정화될 때까지 지속해서 공표한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속보치는 한은이 발표하는 가계신용 통계에서 기타금융기관 등의 대출과 판매신용은 제외된다. 가계신용의 포괄범위와 최대한 일치시키면서도 신속한 동향 파악이 주된 목적인 만큼 가계신용보다 대상 기관의 범위가 좁고, 영리성 가계대출을 분리하지 않았다.

이날 금융당국이 발표한 올해 1~2월 가계대출 증가 규모는 10조1000억원이다. 앞서 공개된 한국은행 집계치 8조1000억원보다 2조원 많다. 이는 두 기관 통계 집계 대상과 분류 기준이 달라서다.금융당국 가계대출 속보치에 포함된 조사대상 기관은 은행, 저축은행, 신협, 상호금융(농·수·임협), 보험사, 여신전문회사 등 금융감독원 감독대상 기관과 새마을금고다.

반면 한은이 매월 공개하는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 통계에는 보험사 및 여신전문회사의 대출액은 제외된다. 1~2월 비은행 가계대출 증가액이 금융당국 자료는 7조원, 한은 통계는 5조1000억원으로 표시된 이유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 기간 보험사는 1조4000억원, 여신전문회사는 6000억원 가계대출이 각각 증가했다.

이와 함께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금융당국은 주택금융공사 양도분을 당초 대출을 취급한 금융기관 대출로 집계하는 반면, 한은은 주택금융공사 양도분을 별도 항목으로 계산한다.

이날 금융당국이 공개한 자료에서는 1~2월 시중은행 가계대출이 3조원 증가했다고 표시됐다. 반면 한은 자료에는 이 기간 은행 가계대출이 8000억원 감소했고 금융기관 주택금융공사 양도분이 3조9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와있다. 통계 편제 기술상 일종의 '착시효과'인 셈이다.

2금융권 가계대출 분류 기준도 다소 차이가 있다. 금융당국은 상호금융, 신협, 저축은행의 ‘영리성자금’도 가계대출에 포함시키는 반면 한은은 이를 제외한 순수 개인 가계대출만 집계한다. 영리성자금은 현재 한은 통계 편제상 사업자 대출, 즉 기업대출로 분류되고 있어 별도로 관리된다는 설명이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세가 진정될 때까지 관련 속보치 자료를 공개할 예정이다. 당분간 두 기관이 다른 수치의 가계대출 증가액을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두 통계의 집계 방식과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혼란이 따를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속보치는 금융기관별 월별 가계대출 증감액 등의 신속한 동향 파악에 유용하다. 한은이 분기마다 발표하는 가계신용(가계대출+판매신용) 통계는 이보다 신속성은 떨어진다. 다만 국내 모든 금융기관의 신용흐름 동향을 알 수 있고 이를 활용해 가계 소비여력 등 거시 경제학적 접근도 가능하다. 일례로 한은이 발표한 가계신용 통계를 활용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등 국제비교가 가능한 거시 지표를 추정할 수 있다.

현재로서는 어떤 통계가 더 낫다고 보기 어렵다. 문제는 공신력이 중요한 정부기관 통계가 행정편의주의로 흘러 정부기관 간의 엇박자 또는 국민들의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속보치에는 은행, 저축은행, 신협, 상호금융(농·수·임협), 보험사, 여신전문회사 등 금감원 감독대상 금융기관과 새마을금고가 들어간다. 그러나 한은의 예금취급기관에는 보험사와 여신전문회사가 제외된다.

대신 신탁과 우체국예금이 포함된다. 조사 대상 대출상품도 금융당국은 제2금융권의 영농자금 등 영리성 자금을 가계대출에 포함하지만, 한은은 넣지 않는다.이날 한은은 이례적으로 별도 브리핑을 열어 가계부채 통계 수치가 다른 이유를 설명했다.

한은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앞서 가계부채 통계를 잇따라 수정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기 때문이다. 다음달 23일 한은이 발표할 1분기 가계신용 통계가 이번 금융당국 발표와는 다를 것이라는 사전예고인 셈이기도 하다.

한은 담당자는 “보험사와 여신전문회사를 빼면 금융당국 속보치와 한은 가계대출 차이는 1000억원으로 크지 않다”며 “앞으로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가계대출 기초자료의 정확성을 높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전문가들은 "가계신용과 가계대출 속보치가 상충된다는 것은 통계관리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금융당국과 한은은 서로 대립하기 보다는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가계대출 자료의 정확성을 높이고 통계 개선작업도 병행해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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