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시효 지난 ‘죽은 채권’ 대부업체에 못넘긴다
소멸시효 지난 ‘죽은 채권’ 대부업체에 못넘긴다
  • 이종범 기자
  • 승인 2017.04.24 19:12
  • 댓글 0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5,000만원 이하 개인 채권에 한해.. 금융당국, 25일 가이드라인 시행

채소가게를 운영하는 A씨는 1000만원의 신용대출을 6년전 모은행에서 빌렸다. 하지만 장사가 안 돼 대출금이 연체됐다. 최근에는 여러번 이사를 하면서 은행이 발송한 채무상환독촉장, 채권양도통지서도 못 받게 되면서 채무사실까지 잊었다.

그러다 얼마 전 한 대부업체에서 전화를 받았다. 1만원만 송금하면, 연체이자는 전액 면제해 주고 원금도 절반을 깍아주겠다는 말이었다. A씨는 1만원을 송금했다. 500만원을 상환하겠다는 채무이행각서도 썼다. 하지만 최근 갚지 않아도 됐던 빚의 시효를 스스로 살렸다는 주변의 말에 분통을 터트렸다.

소멸시효 5년을 지난 5,000만원 미만의 대출채권에 대해서는 앞으로 금융기관이 다른 추심기관 등에 매각할 수 없다. 은행은 부실채권을 할인된 가격에 추심업체에 매각하는데 이렇게 되면 채권 소멸시효가 지나도 추심업체가 계속해서 추심을 하기 때문에 채무자는 계속해서 빚을 갚아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 당국은 이 과정에서 채무자들이 불법·부당한 추심에 노출되는 등 피해를 입고 있다고 보고 지난해 11월 소멸시효가 지난 채권의 추심을 제한한 데 이어 이번에는 매각 자체를 차단하는 조치를 내놓은 것이다.

◇ 소멸시효 끝난 대출채권(‘죽은채권’) 매각 금지

금융감독원은 25일 소멸시효가 완성된 대출채권(‘죽은채권’)의 매각을 금지하는 내용 등의 ‘대출채권 매각 가이드라인’을 이날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는 금융회사가 대출채권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준수해야 할 사항이다. 은행, 저축은행, 상호금융, 여전사, 보험사, 금융당국 관리감독의 대부업체 등 모든 금융회사에서 빌린 5000만원 이하 개인채무가 대상이다.

이에 따라 금융회사는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을 다른 금융회사나 대부업체 등에 매각할 수 없다. 매각 이후에라도 이런 매각제한대상 채권으로 확인되면 되사야(환매)한다. 소멸시효 완성 채권은 채권자가 돈 받을 권리를 일정 기간 행사하지 않아 채무자가 빚 갚을 의무가 사라진 채권이다. 금융회사 대출채권의 소멸시효는 5년이다. 채권 및 채무관계가 불명확한 채권이나 이런 이유 탓으로 소송 중인 채권 등도 마찬가지로 매각이 금지됐다.

이는 서민 채무자를 보호하기 위한 방안이다. 그간 금융회사들은 대출취급 등으로 얻게 된 채권을 임의적으로 매각해왔다. 이에 따라 돈 빌린 서민은 채권자가 다른 금융회사나 대부업자로 일방적으로 변경됐고 불법·부당한 채권추심행위에 노출돼 왔다. 실제 2010년 이후 5년간 162개 금융회사가 4122억원의 소멸시효 완성채권을 대부업체 등에 매각해왔다.

◇ 매입회사 현지실사...제윤경 민주당 의원 ‘죽은채권부활금지법’서 사실상 촉발

문제는 소멸시효 완성채권을 매입한 대부업체들이 법을 잘 모르는 서민을 대상으로 시효를 부활시켜 채권추심을 해왔다는 점이다. 가령 대부업체들은 법원에 지급명령을 신청하거나, 채무자에게서 ‘1만원만 입금하면 50%를 감면해 주겠다’는 식의 소액변제를 받아내는 방법을 써왔다. 채무자가 법원 지급명령에 2주 이내에 이의신청을 하지 않거나 소멸시효 완성 후에도 채무자 스스로 변제하는 경우 소멸시효가 부활하는 점을 악용해왔다.

이번 방안은 제윤경 국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죽은채권부활금지법’에서 촉발된 측면이 크다. 다만 △ 채권추심회사의 시효부활 행위 금지 △소멸시효 완성채권 추심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등을 내걸은 제 의원 입법 수준에는 미치지 못 한다. 대신 금감원은 금융회사에 채권 매각 시 매입기관에 대한 현지조사를 통해 리스크를 평가하고, 리스크가 낮은 매입기관에 채권을 매각토록 했다. 관련법규 준수 여부, 과거의 채권추심 행태 등을 평가해 불법 채권 추심의 리스크가 높은 곳은 매각 대상에서 제외하라는 얘기다.

특히 채권 매각 후라도 1년간은 대출채권 매입 기관의 규정 준수와 계약사항 이행를 사후점검 하도록 했다. 또한 채권 매입기관이 최소한 3개월 동안은 사온 채권을 재매각 할 수 없도록 했다. 단기간에 다수의 채권자에게 서민이 추심 받는 경우를 막겠다는 취지다.

임채율 금감원 신용정보실장은 “취약한 금융소비자를 한층 더 보호하고 금융회사의 건전성 및 평판리스크 관리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주)서울이코미디어
  • 등록번호 : 서울 아 03055
  • 등록일자 : 2014-03-21
  • 제호 : 서울이코노미뉴스
  • 부회장 : 김명서
  • 대표·편집국장 : 박선화
  • 발행인·편집인 : 박미연
  • 주소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58, 1107호(여의도동, 삼도빌딩)
  • 발행일자 : 2014-04-16
  • 대표전화 : 02-3775-4176
  • 팩스 : 02-3775-41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미연
  • 서울이코노미뉴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서울이코노미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seouleconews@naver.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