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월가를 감독하는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사장에 금융규제 강화법인 도드-프랭크법에 반대하는 짐 클링어를 지명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클링어는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위원장인 젭 핸설링 하원의원 전 보좌관 출신으로 핸설링 의원을 도와 도드-프랭크법을 완화하는 법안을 만드는 등 이 법을 폐지하는 데 앞장섰던 인물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월가 규제 완화를 표명했던 만큼 이번 인사는 어느정도 예고가 됐다.
트럼프는 대통령 취임 직후 도드-프랭크법 전면 재검토를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골드만삭스 출신의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올해 초 "인사는 정책"이라며 인사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FDIC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한 다른 금융 규제기관과 더불어 도드-프랭크법이 효력을 발휘하도록 여러 규정을 수립했다. 금융회사가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도드-프랭크법의 볼커룰(Volcker rule)을 만드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클링어 지명에 대해 은행 로비스트들은 1995년부터 의회에서 일한 경험이 풍부한 인물이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클링어는 올해 초까지 금융서비스위원회 수석고문으로 일하며 핸설링 위원장을 보좌했다.
하원은 이달 초 도드-프랭크법을 폐지하는 은행들이 여러 규제를 피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는 핸설링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이 법안은 상원의 문턱을 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핸설링 의원은 "짐 클링어는 매우 영리하고 청렴한 인물로 트럼프 대통령이 짐을 그 자리에 앉힌 것은 훌륭한 선택이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민주당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금융 규제 완화 정책을 추진해왔다.
하원에서의 핸설링 법안 표결은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출석했던 청문회에 시선이 집중됐던 지난 8일 이뤄졌다. 미 재무부는 지난 주 금융 규제 완화 필요성을 부각한 147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규제 옹호 단체인 '베터 마켓츠(Better Markets)' 대표인 데니스 켈리허는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때 (친월가) 후보들을 지명하고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워싱턴이 월가를 위해 일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