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판결 앞둔 이재용, 조윤선 석방모델로 '구명 운동' 재판 일관
1심 판결 앞둔 이재용, 조윤선 석방모델로 '구명 운동' 재판 일관
  • 이종범 기자
  • 승인 2017.08.04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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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측 "李, 정유라 승마지원-재단 출연금 결정한 적 없다"며 '얼굴마담론' 주장..특검 대응 주목

“최순실도 모른다”, “승마 지원도 몰랐다”.

지난 해 국회의 박근헤-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 때부터 “모른다”는 대답으로 일관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 부회장 측 변호진은 최근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혐의 재판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된 조윤선 전 문화체육부 장관의 사례를 그대로 모델로 채택한 것인가.

4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의 뇌물 혐의에 대한 결심공판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조 전 장관의 석방엔 블랙리스트의 실행에 관여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재판부의 판단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진다. 함께 구속된 비서관들이 당시 정무수석이던 조윤선 전 장관에겐 보고하지도 지시받지도 않았다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부하 직원 격인 비서관들은 실형을 받았지만, 그 위의 조 전 장관은 석방되는 다소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아랫사람들이 한 일'이란 논리는 이재용 부회장 측의 논리기도 하다. 다시 말해 나는 오너경영인면서도 아무 것도 모르고 시키는 대로 하는 '얼굴마담'이라는 논리다.

이 부회장 측은 줄곧 정유라 승마 지원과 재단 출연금 결정을 보고받거나 지시한 적이 없다는 주장을 고수해 왔다.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도 특검 조사에서 보고하지 않고 내가 승인했다고 진술했다.

물론 특검의 대응전략도 만만치 않다.이재용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독대했을 때 모종의 거래가 있었다는 논리에 안종범 수첩을 증거로 내세우고 있다.최근엔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에서 발견된 삼성 지원 논의 문건도 증거로 들고 있다.

그동안 변호인의 입을 빌려 재판에 임해온 이재용 부회장은 직접 피고인 신문을 거쳐 오는 7일 열리는 결심공판에서 최후진술을 한다. 그리고 8월 넷째 주에 1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이에 따라 ‘아랫사람들이 한 일’이라는 이 부회장의 논리가 과연 제판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2일 진행된 재판에서 자신은 미래전략실에 한번도 소속된 적이 없으며, 업무에도 관여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해서도 “회사의 결정에 따른 것”이라 말해 국정농단 사태와의 연결고리를 끊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이재용 부회장은 “내 업무의 95%는 삼성전자나 계열사 관련 업무에 불과했다”며 “정유라에 대한 승마 지원 등을 주도한 미래전략실에 소속된 적은 없다”고 부인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건과 관련해서도 이 부회장은 “회사 판단대로 추진하라”고만 말했을 뿐 최종결정을 내린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미래전략실장이었던 최지성 전 실장도 이재용 부회장과 같은 진술을 했다. 최 전 실장은 “제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대리해 삼성그룹 경영전반을 책임지고 있었다”며 이재용 부회장은 후계자 신분이었기 때문에 중요 현안에 대한 정보만 공유했을 뿐 관여한 바는 없다고 주장했다.

최 전 실장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경우, 김종중 전 전략팀장이 이 부회장에게 보고하고 이 부회장은 “회사에서 그렇게 판단했다면 추진하라”는 말만 했다며 사실상 일련의 국정농단 사태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관여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폈다.

그는 국민연금공단 측이 증언했던 ‘B플랜(합병실패)’은 없다는 내용과 관련해서도 “제가 했을 것이다. 이 부회장이 합병에 대한 구체적인 절차나 조건은 알지 못한다”고 비호했다. 뿐만 아니라 정유라 승마 지원, 미르·K스포츠 재단 204억 출연금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는 이재용 부회장에게 따로 보고하지 않았다며 이 부회장을 국정농단 사태에서 떼어 놓는 진술을 이어갔다.

국회에서 진행된 청문회 당시 이재용 부회장이 약속했던 ‘미래전략실 해체’의 경우, 휴정 때 이 부회장이 최 전 실장과 통화를 했고 미전실 해체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해 진행된 것이라 진술했다.

최 전 실장을 비롯한 삼성그룹 피고인들이 국정농단의 책임을 전부 자신들에게 돌리면서 사실상 이재용 부회장이 빠져나갈 길을 만들어주는 모양새에 재판부의 책임론이 대두되고 있다. 박근혜·최순실과 이재용 부회장 사이의 공모관계를 끊어내기 위해 삼성이 총력전에 돌입한 만큼, 관건은 일련의 사태를 이재용이 알았는 지에 달렸다.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 “모르겠다”를 반복했고, 종국에는 블랙리스트 건에 대해 무죄판결을 받은 조윤선 장관처럼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판결이 무죄로 나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의 뇌물 공여 혐의도 조 전 장관의 사례와 대동소이하다고 본다. 한 변호사는 "조 전 장관의 판례를 보면 다수의 비서관들이 (조 전 장관은) 블랙리스트 사건과 무관하다는 식으로 옹호 아닌 옹호를 했다"면서 "이 부회장의 경우도 삼성 전직 임원들이 법정에서 (이 부회장이) 최순실 관련 재단에 자금을 지원하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고 밝히면서 무죄 판결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반면 일각에선 조 전 장관의 무죄 선고 이후 비난 여론이 계속되자 이 부회장의 무죄 판결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각도 있다.

다른 변호사는 "조 전 장관의 판례를 이 부회장 뇌물 혐의와 굳이 비교하자면 비슷하다고 볼 수 있지만 규모와 범위 면에서 차이가 있다"면서 "형량이 높은 수백억원대의 뇌물혐의나 국정농단의 핵심적인 측면 또는 비난 여론의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여 무죄 판결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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