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면담을 한 가운데 옥시레킷벤키저(이하 옥시)가 뜬금없이 각 언론에 광고형식의 사과문을 돌렸다.
일종의 ‘퍼포먼스’라는 지적이다. 오히려 사과문이 피해자와 유가족들을 우롱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7일 옥시는 박동석 대표이사의 명의로 각 언론사에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공식 사과문을 광고형태로 게재했다.
해당 사과문은 지난 10일 정부의 3차 피해조사에서 1,2단계 판정을 받은 옥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에 대한 최종 배상안에 따른 것으로 파악된다.
옥시는 사과문에 “옥시레킷벤키저는 정부 3차 조사에서 1,2단계 판정을 받으신 당사의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분들을 위한 배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피해자분들께 평생 치료비 지원을 약속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수의 이해관계자와 복잡적인 원인이 얽혀 있는, 전례 없이 복잡한 이 비극을 해결하고자 힘써 주시는 피해자 단체, 정부 그리고 시민 여러분께도 겸허히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 2016년 7월, 정부의 1,2차 단계 판정을 받으신 옥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분들에게 대한 배상을 발표했다”며 “대상자의 99%가 배상 등록을 마치고, 그 가운데 89%가 배상에 합의하였다”고 적었다.
진정성 없는 사과, 비난 여론만 부추겨
옥시의 사과문에 대해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들에게 사과한다 해놓고 ‘무엇을 잘못했다’는 내용이 없다”며 “사과문이 아닌 배상안내 광고”라고 일침을 가했다.
최 소장은 “해당 문구를 보면 옥시의 시각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며 “‘다수의 이해관계자’라는 것은 가해자가 여럿이고 옥시만 가해자가 아니라는 의미다. ‘복합적인 원인’이라는 의미는 피해자들이 입은 피해는 가습기 살균제에 의해서만 발생하는 게 아니라는 표현”이라며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그러면서 “‘전례 없이 복잡한’ 이 말은 정확히 원인을 밝힐 수 없다는 의미”라며 “피해자들을 우롱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소장은 옥시가 대상자와 배상에 합의한 피해자에 대해 정확한 숫자로 진실을 말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984명이 정부로부터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폐손상 관련 판정을 받았다”며 “이 가운데 270여명만이 1,2단계다. 정확하게 말하면 27%”라고 말했다.
최 소장은 “나머지 72%에 대해서는 어떻게 하겠다는 말이 전혀 없다”며 “이런식으로 한마디 해놓으면 배상안 신청이 많이 들어올 것처럼 했다. 결국 제대로 된 피해자 찾기도 아니고 제대로 된 사과도 아니고 슬쩍 이야기함으로써 면피하고자 하는 광고”라고 강조했다.
옥시는 진정성 없는 사과문으로 다수 매체 광고면을 도배해, 오히려 비난 여론을 부추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