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추석 지난 국민경제..‘양극화’ 갈수록 심화
[기획특집] 추석 지난 국민경제..‘양극화’ 갈수록 심화
  • 박미연 기자
  • 승인 2017.10.09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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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와 ‘금수저’ 간 격차 커져 저소득층 빈곤 탈출률 6%..주택담보대출자 5명 중 1명 다주택자, 평균 2억원 빚

▼사회적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추석을 앞둔 지난 1일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에서 시민들이 과일을 사고 있다.

 경제적 취약계층이 빈곤을 벗어날 수 있는 확률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반면 빚을 내서 집을 산 5명 가운데 1명은 다주택자이고, 이들은 2억원이 넘는 빚을 지고 있다. 흙수저와 금수저가 지금도 엄연히 존재한다는 얘기다.

9일 관련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사상 최장이라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각 유통업체가 대목을 잡기 위해 총력 판촉전을 펼쳤지만, 실적에서는 희비가 엇갈렸다.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100만원이 넘는 고가 프리미엄 선물세트와 5만원 이하 실속형 세트가 골고루 잘 팔리면서 전년보다 매출이 신장했지만 전통시장의 매출은 많이 감소했다.

지난 달 11일부터 이달 2일까지 진행된 롯데백화점의 추석 선물세트 본 판매 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 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품목 별로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로 구성된 가공식품·생필품 선물세트 매출 신장률이 9.5%로 가장 높았고, 건강 7.4%, 축산 4.6%, 청과 4.1%, 수산 -1.9% 등이 뒤를 이었다.

추석 경기, 실적 좋은 대형 유통업체들 vs. 전통시장 상인들은 '한숨'만 연발 

실적이 대체로 좋은 편인 대형 유통업체들과 달리 전통시장 상인들은 이번 추석 연휴에도 대목을 느끼지 못했다.

서울 강북구의 한 전통시장 내 생선가게인 주인 김 모씨(57)는 "추석은 1년 중 가장 큰 대목인데 올 추석에는 작년보다 30% 이상 매출이 떨어진 것 같다"면서 "3∼4년 전 추석만 해도 그렇지 않았는데 올해처럼 장사가 안된 것은 처음이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주민들이 시장 주변에 있는 대형마트를 많이 찾은 것으로 보이고 연휴가 길어서 국내외 여행을 떠나면서 오히려 장사가 안된 것 같다"고 푸념했다.

서울 강서구의 한 재래시장에서 30여 년간 야채 가게를 운영해온 이 모(65) 씨도 "작년 추석에 200만원어치 팔렸다면 올해는 140만원어치 밖에 안 팔렸다"면서 "추석 매출도 해가 갈수록 내리막길을 걷는 게 보인다"고 씁쓸해 했다.

그는 "명일시장만 하더라도 정부가 지난 5년간 수십억원을 지원했지만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았다"면서 "시장 상인들이 참가해서 함께 전통시장을 되살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석은 지났지만 사회적으로 대별돼 온 ‘흙수저’와 ‘금수저’ 간의 격차가 해소되지 않고 있는 단면이다. 서민경제 실상을 볼 때 경제적으로 어려운 계층이 빈곤을 벗어날 수 있는 확률이 점점 더 어려워 지고 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2007∼2015년 소득계층별 가구의 계층 이동률을 분석했더니 1년 뒤 한 가구의 소득계층이 올라갈 확률은 30%에 불과했다.

다시 말해 10가구 중 7가구는 소득계층이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더 가난한 계층으로 추락한 셈이다. 2007년에서 2015년 사이 소득계층이 올라갈 확률은 꾸준히 낮아진 반면 같은 계층에 머물 확률은 계속 높아지며 계층 고착화 흐름을 보였다.

특히 저소득층의 계층이동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였다. 지난 2014년 기준으로 소득 1-3분위를 빈곤층이라고 했을 때 1년 뒤 가난에서 벗어날 확률은 6%도 되지 않았다. 2007년과 비교하면 빈곤 탈출률은 7%대에서 5%대로 떨어졌고 빈곤 유지율은 9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올랐다.

주택담보대출자 5명 중 1명, 집 있어도 대출받아 집 구입..2건 이상 대출 132만명

한편 정세균 국회의장실이 9일 신용정보회사 나이스 평가정보 제출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지난 6월 말까지 은행과 보험사, 여신전문회사, 저축은행, 대부업체 등 금융권에서 개인 명의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622만명 가운데 2건 이상 주택담보대출 보유자는 132만930명(21.2%)이었다.

주택 한 채당 주택담보대출 1건이 실행됐다고 보면, 5명 가운데 1명은 집이 있는데 대출을 받아 집을 산 것이다.

전체 가계대출자 1857만명이 받은 가계대출은 1436조원이었다. 여기서 주택담보대출자는 33.4%(622만명)였고, 이들이 낸 빚은 전체 가계대출에서 65.1%(938조원), 1인당 부채 평균은 1억5073만원이었다.

2건 이상 주택담보대출자가 전체 가계대출 보유자에서 차지한 비율은 7.1%, 주택담보대출은 292조원으로 전체 가계대출에서 20.3%를 차지했다. 이들은 1인당 평균 부채 2억2094만원, 1인당 평균 연소득 4403만원, 1인당 연평균 원리금 상환 추정액 2755만원(추정)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추산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62.6%였다. DSR는 연간추정 원리금상환액을 연간추정소득금액으로 나눈 것이다. DSR이 100%를 넘으면 연간 번 소득을 모두 써도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하게 된다.

3건 이상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다주택자는 31만2980명으로 1인당 평균 부채는 2억9203만원, 1인당 평균 원리금 상환액 3633만원, DSR은 80.3%였다. 40~50대(20만2657명)의 고신용 등급(22만9271명)이 많았다.

주택담보 대출을 받은 다주택자와 실소유자 간 소득 차이는 작았지만, 부채 부담은 컸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주택담보대출자 연평균 소득은 4193만원으로 일반 가계대출자(3719만원)보다 높았으나, DSR은 주택담보대출자가 45.8%로 일반 채무자(35.7%)보다 컸다.

주택담보대출별로 비교해서 보면, 연평균 소득은 주택담보대출 1건 채무자는 4136만원, 2건 채무자는 4364만원으로 격차는 228만원이었다. 연평균 소득은 3건이 4498만원, 4건이 4575만원, 5건이 4622만원 등이었다. 11건 이상 대출자의 연평균 소득도 5011만원으로 1건 대출자보다 875만원 많았다.

주택담보대출 3건 이상 받은 채무자 중에선 다중 채무자 비율 높아

반면에 11건 이상 대출자의 부채 평균은 10억7911만원으로 1건 대출자(1억3182만원)보다 9억4729만원 많았다. D2건 이상 주택담보대출 보유자는 132만930명SR로 따지면 11건 이상은 300.2%, 1건은 40.9%로 격차가 컸다.

주택담보대출을 3건 이상 받은 채무자 가운데 다중 채무자 비율이 높았다. 신용대출(비주택담보대출) 보유자는 약 14만, 카드론 4만6000여명 등이었다. 주택담보대출을 넉넉하게 받지 못한 탓으로 풀이된다.

정세균 의장실은 “다중 주택담보대출을 낀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 관리를 강화하면서 유동성이 악화해서 연체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정교한 정책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여러 조사결과를 종합할 때 결과적으로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 이미 옛말이 된 셈이다. 빈곤층이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일자리로 요약된다. 가구주의 교육수준이 높고 취업 중인 가구원이 많을수록 가난이 지속될 가능성이 낮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경제전문가들은 정부가 저소득층의 일자리나 교육에 대해 차별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재명 한신대 교수는 “청소년과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개인의 노력보다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부에 따라 경제적 계급이 나뉜다는 자조적인 표현들이 늘고 있다”면서 ”문재인 정부가 강조하는 소득주도 성장전략이 사회적 양극화 해소에 기여하고 있는 지를 엄밀히 재평가, 경제정책에 반영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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