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미치광이 전략’? '한미 FTA' 언급 안했다고 안심은 ‘금물’
트럼프의 ‘미치광이 전략’? '한미 FTA' 언급 안했다고 안심은 ‘금물’
  • 김영준 기자
  • 승인 2017.11.08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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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트럼프에게 '몽둥이 전략' 써야” 주장..전문가들, "FTA 개정협상 따른 손실 최소화해야"

이른바 '미치광이 전략(madman theory)'은 상대에게 비이성적인 미치광이처럼 비치도록 해 공포를 일으켜 향후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는 전략이다. 북한이 자주 취하는 ‘벼랑 끝 전술(brinkmanship)’ 과 비슷하다. 벼랑 끝 전술은 외교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초강수를 띄워 협상을 막다른 상황까지 몰고 가는 전술을 말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후 이제까지 미치광이 전략을 구사하며 거친 언행을 보여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미치광이로 보이게 해 상대에게 원하는 것을 얻는 이른바 ‘미치광이 전략’이 주특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4년 만의 미국 대통령이 국회 연설을 하고 있다. 

북핵 대화 무용론을 내세워 강경한 대북 입장을 고수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후속 대응과 관련해선 모호한 발언을 잇따라 내놓았다. 또 우리나라 정부는 애초 한미 FTA 협정문의 틀을 바꾸는 재협상은 고려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결국 트럼프의 의도대로 재협상을 시작하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8일 진행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회 연설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한미 FTA에 대해 간략하게 언급한 전날 공동 기자회견에 이어 재협상에 대한 압박 수위가 한층 낮아진 셈이다. 결국 이번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 개정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일단 빗나간 셈이다.

이를 놓고 한국이 수십 억 달러 규모의 무기 구입 의사를 밝혔고 이미 한국을 재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는 미국의 당초 목적을 달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국회 연설, 한미 FTA 등 교역관계보다 북한의 비핵화 등 대북 메시지 초점 

이날 진행된 트럼프 대통령의 국회 연설은 한미 FTA 등 양국의 교역 관계보다는 북한의 비핵화 등 대북 메시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연설의 대부분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핵과 미사일 개발을 중단을 촉구하고 북한의 야만적인 체제를 비판하는 데 할애한 반면 한미 교역 관계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이에 앞서 7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의 확대 정상회담 뒤 진행된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한미 FTA에 대해 "성공적이지 못했고 미국에 그렇게 좋은 협상은 아니다"며 "문 대통령께서 한국 교역협상단에 긴밀하고 협력하고 조속히 나은 협정에 나설 것을 지시한 것에 사의를 표한다"고 말한 것이 전부였다.

또 한미 FTA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지만 우려와는 달리 협정을 폐기한다거나 특정 시점을 언급하며 재협상을 조속히 마무리해야 한다는 표현은 없었다. 그동안 한미 FTA에 대해 '끔찍한 협상', ‘일자리를 죽이는 협정’이라고 표현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는 정부가 한미 FTA 공청회를 여는 등 미국보다 신속하게 재협상 절차를 밟아가는 것에 대한 만족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트럼프의 또 다른 상술과 전략에 말려들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트럼프 대통령은 아시아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면 통상 계산기를 두드릴 것이고 앞으로 예정된 한미 FTA 개정협상에 대한 압박 강도도 높일 게 뻔하다.

트럼프가 대한 공세를 낮춘 배경에는 한국을 재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목적이 이미 달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우리나라가 먼저 미국에 FTA 공동위 개최를 요구하고 관련 절차를 신속하게 밟았다. 또 우리나라가 미국산 무기 구입을 늘린 점도 한미 FTA 재협상 압박 수위가 낮아진 원인으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동 기자회견에 앞서 "한국이 무기 구입을 늘리면 미국과 한국간 무역적자를 줄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방문을 통해 벌써 7조원을 챙겼다. 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수십억달러 규모의 무기를 한국이 구매해줘서 고맙다고 밝혔는데 최종 계약이 성사됐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강제이행을 압박하는 거래다.

한미간 통상분야 '위장된 성과'일 수도..심상정, "FTA 불공정성 바로잡는 공세전략 필요"

앞으로 전작권 전환 조건과 시기, 방위비 분담금 협상, 핵잠수함 등 전략자산 배치 등을 놓고 한미 양국이 이견을 노출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리아 스키핑(skipping)은 없다”고 확언했지만 제대로 조율하지 못할 경우 동맹에 금가는 소리가 들릴 수 있다.

한미 간 통상 분야도 '위장된 성과'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상압력을 극도로 자제하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국회 연설에서는 한미 FTA 단어를 아예 꺼내지도 않았다. 양국 간 FTA에 대해 ‘끔찍하다’고 발언했던 이전과는 대조적이다.

트럼프는 분명 미치광이 전략을 구사하며 거친 언행을 보였던 옛날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는 직접 연설문을 다듬으며 세련된 단어와 절제된 표현을 구사했다. 지난 유엔총회 때 쓴 ‘완전한 파괴’와 같은 말폭탄을 투하하지도 않았고 김정은 위원장을 로켓맨이라고 비꼬지도 않았다. 서울경제 펠로(자문단)인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발언에 수위조절을 했다”고 평가했다.

한미간의 정상회담은 끝났다. 시끌벅쩍한 파티는 끝난 것이다. 이제 손님 돌아간 문재인 대통령 집무실 탁자 위에는 전략자산 배치를 통한 한미동맹을 굳건히 하면서도 한미 FTA 개정협상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하는 과제가 놓여 있다. 트럼프 방한 25시간이 우리에게 남긴 숙제다.

이런 가운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과 관련해 여야 의원들이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한 가운데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치광이’ 전략에는 ‘몽둥이’ 전략으로 임해야 한다”고 주장한 점이 눈길을 끈다.

심 의원은 12일 정부세종청사에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무조정실·총리비서실 국정감사에서 “한·미 FTA 재협상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전략의 이름을 미치광이 전략이라고 했다”며 이렇게 밝혔다.

심 의원은 “무역수지 수치에만 의존한 정부의 전략은 효과적인 재협상 전략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미 FTA는 독소조항을 포함해 아주 불공정한 협상이었던 만큼 불공정성을 적극적으로 바로잡는 공세적 전략이 필요하다”며 “그래야 미치광이 전략에 맞서 국익을 지킬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전술핵 재배치, 전략자산 상시배치 등 미국의 핵우산 강화에 대한 언급이 없어 아쉬웠다”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도 "힘에 기초한 대북 압박을 위해서는 핵우산을 통한 강력한 확장억지 전략도 정교하게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미 FTA 개정 협상의 상대방 지도자가 예측불허라서 국내에서 전략을 잘 세워야 한다”며 “갈등을 없애려면 정부 입장에서 숨기지 말고 정확한 사실을 신속히 알려서 이해와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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