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의종의 경제프리즘] 다시 써야 할 부(富)의 경제학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다시 써야 할 부(富)의 경제학
  • 권의종
  • 승인 2018.01.09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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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만 잘되는 ‘선택적 행운’보다는, 골고루 잘사는 ‘보편적 행복’이 한국경제 좌표 되어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언제보아도 통계학은 난해하다. 통계를 학습하자면 상관관계를 이해해야 한다. 두 가지 변수간의 상호 관련성을 알아보는 통계적 기법이다. 두 변수 중 한쪽이 증가함에 따라 다른 한 쪽이 증가 또는 감소할 때 두 변수의 관계를 말한다. 상관분석으로 처리되는 통계적 추론은 다양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특히 소득과 사회 현상과의 상관관계는 자못 흥미진진한 결과를 도출하곤 한다. 사례를 들어 설명하면 이해가 빠르고 재미를 더한다.

건보공단의 2017 비만백서의 분석결과에 따르면, 소득이 높을수록 남성은 뚱뚱하고 여성은 날씬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이 높을수록 여성은 건강관리에 힘쓰는 반면, 남성은 그렇지 못하거나 오히려 건강에 소홀하다는 풀이가 가능하다. 하지만 시각을 달리해보면 돈 없는 여성은 뚱뚱해지기 마련이라는 언짢은 오해로 비화될 수 있다. 없이 사는 것도 서러운 마당에 신체적 비난까지 감수해야 하다니. 이중의 인격 모독이다.

국세통계연보 자료에 의하면, 소득이 높을수록 기부금을 더 많이 내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종합소득세 신고자 중 기부금공제를 신고한 납세자의 비율은 16.3% 수준이지만, 소득금액 1억원 초과 고소득자만 계산할 경우 그 비율이 51.0%에 이른다. ‘광에서 인심 난다’는 속담처럼 제 살림이 넉넉해야 남도 도울 수 있음을 새삼 확인케 된다. 구태여 거론치 않아도 다 아는 사실을 정부기관이 나서서 친절하게 보도하는 저의가 심히 의심스럽다. 서민 입장에서는 듣기 거북하고 자존심 해치는 내용인 줄을 모르나 보다. 눈치 없는 국세청이다.

‘한국 가족·친족 간 접촉 빈도와 사회적 지위 양상’의 논문(정재기 2007)은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부모 소득이 높을수록, 자식들이 더 자주 찾아온다는 내용이다. ‘돈이 있어야 아들, 딸들이 찾아온다’는 옛말이 틀린 게 하나 없다. 부모 소득이 1% 높아지면 부모와 자녀가 1주일에 한 번 이상 만날 가능성이 2.07배 높아진다는 통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대상 회원국 중 한국만 유일하게 부모 소득이 높을수록 자녀들이 자주 찾아온다는 사실이 더더욱 놀랍다. 어찌 키운 자식인데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다니. 참으로 괘씸하고 고약한 녀석들이다. 남의 일 같지 않아 비감이 고개를 든다.

소득이 높을수록.. 건강하고, 효도 받고, 연애도 하는 ‘서글픈 세태’

연애 또한 ‘부익부 빈익빈’이라는 조사다. 연애 경험도 소득이 높을수록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듀오휴먼라이프연구소에서 ‘연애와 행복인식 보고서’에서 발표된 바다. 보고에 따르면 연애 횟수는 소득이 증가할수록 비례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지금까지 연애를 몇 번 해보았느냐?’는 설문에 연봉 2천만원 미만의 남녀는 각각 3.0회, 3.6회라고 답한 반면, 4~5천만원의 연봉을 받는 남녀는 각각 4.8회, 4.7회라고 응답했다. 아무리 황금만능의 풍조라지만 연애에서도 예외가 아닌 세태가 못내 서글프다. 마음이 짠하다.

심지어 소득 수준은 먹는 것까지 차별한다. 소득이 높을수록 싱겁게 먹는다는 조사결과다. 소득 하위 25%가 상위 25%보다 하루 나트륨을 34mg 더 섭취한다는 인제대 서울백병원 구호석 교수팀이 2008~14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3만107명을 대상으로 한 자료다. "소득이 낮을수록 식사가 불규칙하고 라면과 같은 인스턴트 음식을 많이 섭취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까지 딸려 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건 빈자에 대한 예의가 아닐 뿐더러, 다분히 자의적 해석으로 들린다. 솔직히 억울하고 섭섭하다.

이상의 스토리들은 공히 돈이 있고 없고의 절대적 빈곤의 문제가 아니다. 소득의 많고 적음에 따른 상대적 빈곤에서 파생되는 현상이다. 국민소득 3만 달러에 근접한 대한민국은 절대적 빈곤의 굴레에서 벗어난 지 오래다. 지금부터라도 돈벌이의 절대치를 올리려는 노력 못지않게 부의 불평등 해소에 더 많은 정성을 쏟아야 한다. 배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참기 어려운 이치다.

소득의 절대치 늘리기 못지않게, 부의 공정한 배분이 공동체 발전의 필수 요소

그렇다고 돈이 행복을 좌우할 수는 없다. 진정한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없다. 네덜란드 속담에 ‘돈으로 집은 살 수는 있지만 단란한 가정은 살 수 없고, 침대는 살 수 있지만 잠은 살 수 없다. 시계는 살 수 있지만 시간은 살 수 없고 책은 살 수 있지만 지식은 살 수 없다. 또 약을 살 수는 있지만 건강은 살 수 없고 피를 살 수는 있지만 생명을 살 수는 없다’고 했다.

돈 벌이 못지않게 중요한 게 부의 공정한 배분이다. 1960년대 이후 정부 주도의 불균형 성장정책으로 우리나라 국민소득은 빠르게 증가했다. 1인당 국민소득도 크게 상승했다. 소득은 늘었어도 구조적인 모순에 따른 절대 빈곤은 여전하다. 분배구조 잘못에 따른 상대적 빈곤 또한 심화되는 형국이다.

소득의 계층별 분배 상태를 표시하는 소득분포 및 소득집중도 역시 악화일로다. 상위 10%의 소득집중도가 자그마치 44.87%를 차지한다. 선진국에 비해서도 지나친 편중이다. 계층 간 소득불균형은 절대적 소득증가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인 박탈감과 상실감을 가중시킬 뿐이다. 급기야 공동체 발전을 저해하는 해악으로까지 작용한다. 극심한 소득불평등과 저임금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현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정책도 일자리 감축으로 이어질 경우 빛이 바랠 수 밖에 없다.

일부만 잘되는 ‘선택적 행운’보다는 골고루 잘사는 ‘보편적 행복’이 당연히 바람직하다.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야말로 세계경제 12위권 반열에 오른 한국경제가 나아갈 비전이자 좌표가 되어야 한다. 성장 위주로 기술된 부의 교과서는 분배와 균형이 적절히 가미된 뉴 버전으로 다시 써야 한다. 더 늦으면 그나마 어려워질 수 있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겸 부설 금융소비자문제연구원장
-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 경영학박사/ 중소기업 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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