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대혼란' 속 법무부 뒤에 숨은 금융위
'가상화폐 대혼란' 속 법무부 뒤에 숨은 금융위
  • 이동준 기자
  • 승인 2018.01.12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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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거래 금융업 아니다" 직접 개입 피해..
                  최종구 금융위원장

 가상화폐 시장이 이른바 ‘패닉(대공황)’상태다. 지난 11일 박상기 법무부장관의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발언으로 50조원이 넘는 가상화폐 시장이 요동을 쳤다. 충격에 빠진 투자자들은 거래소를 폐쇄하지 말라는 국민청원을 진행하는가 하면 가상화폐 거래에 부정적인 발언을 했던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의 퇴진을 청와대에 집단으로 요청하기도 했다.

정부는 이견을 좁히지 못해 혼란을 불러놓고도 이를 수습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 특정 부처의 안이라거나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는 말만 되풀이 할 뿐, 부처간 의견 조율 상황과 최종안 발표 계획도 밝히지 않고 있다. 출렁인 시장을 진정시키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청와대가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는 부처간 조율된 사항이 아니다"고 뒤늦게 진화에 나섰지만 후폭풍은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여전히 추가적인 협의가 필요하다는 해명만 되풀이할 뿐 혼란을 수습하기 위한 대책은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정부가 시장 혼란을 부추겨 놓고 뒷짐을 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혁신성장 지원단 점검회의'를 진행한 뒤 기자들과 만나 "어제 법무부 장관께서 거래소 폐쇄 얘기를 했는데, 지금 관련 TF 내에서 논의하고 있는 법무부의 안이다"며 "아직 조금 더 부처간에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기재부가 법무부발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계획에 당장 찬성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드러낸 셈이다.

문제는 이런 혼란스러운 과정에서 정작 금융정책을 담당하는 금융위원회는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상화폐 거래를 위해서는 금융망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금융산업 감독을 담당하는 금융위가 적극 개입하지 않고서는 가상화폐 시장에 대한 관리·감독을 할 수 없다. 하지만 금융위는 가상화폐 거래가 금융업이 아니라는 이유로 직접 개입을 피하는 모양새다.

한 경제·시민단체의 관계자는 "정부 발표에 민감한 가상화폐 시장을 감안해 신중을 기한다고도 볼 수 있다"며 "하지만 책임질 일은 하지 않으려는 공무원 특유의 보신주의 탓에 거센 여론의 눈치만 살피고 있다는 비판이 높다"고 꼬집었다.

현재 가상화폐에 관한 규제법안이 없는 상황에서 실질적인 관리·감독 기능은 금융위에 있다. 하지만 금융위의 입장은 오리무중이다. 가상화폐 거래소를 폐쇄하겠다는 건지, 아니면 허용하겠다는 건지 명확한 입장이 없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가상화폐 규제의 조타수는 금융위가 되어야 할 것"이라며 "금융과 무관한 법무부가 가상화폐를 다루면 법질서 측면만 집중해 폐쇄라는 극단적인 규제안만 나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위가 가상화폐 규제를 위해 준비 중인 법안은 유사수신법 개정안이다. 해당 개정안은 가상화폐 거래의 원칙금지·예외허용이다. 자금세탁방지의무, 실명계좌 등의 조건을 갖추면 거래를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빗썸, 코인원, 코빗, 업비트 등 가상화폐 거래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상위 4개 거래소는 이미 해당 규정을 지킬 준비를 완료했다. 결과적으로 허용에 방점이 찍혀있는 것이다.

그런데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11일 국회 4차 산업혁명 특별위원회에 참석해 “(거래소 폐쇄 특별법을 만드는) 법무부와 같은 생각”이라며 “법무부 장관의 말씀은 부처간 조율된 것으로, 서로 협의하면서 할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금융위가 가상화폐 거래 규제로 준비했던 유사수신법 개정안과 최 위원장의 발언이 배치된다. 유사수신법 개정으로 예외적 허용을 추진한 금융위가 돌연 가상화폐 거래소를 폐쇄하겠다는 법무부와 의견이 같다고 하면서 시장의 혼란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투자자들은 가상화폐 거래를 금지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예외적으로라도 허용하겠다는 것인지 오락가락하는 정부를 비난하고 있다.그러나 금융위를 비롯한 정부부처 입장에서는 이를 어떻게 규제해야 하는지 부담스러워 하고는 눈치다. 가상화폐가 그동안 없었던 새로운 현상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법체계가 포지티브(법으로 허용되는 사안을 명시하고 그 외에는 금지하는 방안) 방식이다. 따라서 한 번 법을 정립하면 이후에 발생하는 부작용에 대처하기 힘들어진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법을 만드는 것도 어렵고, 또 만든 뒤 개정하는 것도 힘들기 때문에 금융위가 신중하게 접근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럼에도 책임당국인 금융위가 '가상화폐 대혼란'에 관한 책임을 법무부에 미루고 뒷전에 머물러있다면 이야말로 관료보신주의이자 무책임한 자세”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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