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원대 효성그룹 경영비리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조현준 회장(50)이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됐다. 2014년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49)의 고발로 불거진 이른바 '효성 형제의 난'이 3년여 만에 일단락됐다. 다만 조 회장이 측근의 '유령 회사'에 120억원의 통행세를 안겨주고 이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은 무혐의로 결론 났다.
서울중앙지검 조사2부(부장검사 김양수)는 23일 특정경제범죄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 입찰방해 등의 혐의로 조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조 회장은 2013년 7월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의 상장이 무산돼 외국투자자의 풋옵션 행사에 따른 투자지분 재매수 부담을 안게 되자 김모 전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 대표와 공모해 그 대금을 마련하기 위해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로부터 자신의 주식가치를 11배 부풀려 환급받아 총 179억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조 회장은 2008년 9월에서 이듬해 4월까지 자신이 소유한 미술품 38점을 효성 아트펀드가 고가에 사들이도록 해 12억원대 손해를 입힌 혐의도 있다. 이 아트펀드는 약정상 대주주로부터 미술품을 매입하는 것이 금지돼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허위 직원을 등재해 효성그룹 등의 자금 16억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 조 회장과 함께 류모 전 효성인포메이션 및 노틸러스효성 대표를 불구속 기소
이 밖에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 노틸러스효성 등 계열사는 2007년 8월부터 2011년 5월까지 효성그룹 내 소그룹으로 분류되는 '갤럭시아 그룹'에 허위의 용역대금 46억원을 부당하게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조 회장이 이 갤럭시아 그룹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조 회장과 함께 류모 전 효성인포메이션 및 노틸러스효성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또 효성건설이 타일 납품을 받는 과정에서 입찰방해 행위를 해 특정 납품업체가 98억원의 수익을 얻도록 하고, 조명 등을 납품받는 과정에서 해당 납품업체를 끼워 넣어 이른바 '통행세' 명목으로 120억원의 수익을 얻게 한 과정에도 조 회장이 연루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 과정에 연루된 박모 효성건설 상무를 지난 10일 구속 기소했다. 이날 조 회장과 함께 그의 측근인 납품업체 대표 홍모씨도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조 회장이 측근에게 통행세를 몰아주고 돌려받는 등의 방식으로 1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과정에서 비자금 조성과 관련한 특별한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애초 검찰은 조 회장이 2010∼2015년 측근 홍모씨의 유령회사를 효성그룹 건설사업 유통 과정에 끼워 넣어 '통행세'로 100여억원의 이익을 안겨주고, 그 돈만큼을 비자금으로 조성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해 왔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효성그룹 본사 등을 압수수색하고 유령회사를 유통 과정에 끼워 넣는 데 관여한 혐의로 효성그룹 건설 부문의 박모 상무를 구속했다. 그러나 홍씨에 대해서 두 차례 청구한 구속영장이 모두 기각됐고, 조 회장이 관여했다는 구체적인 단서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효성그룹, 조 회장의 불구속 기소 처분에 "법정투쟁을 통해 결백을 입증하겠다" 발표
한편 효성은 이날 조현준 회장의 불구속 기소 처분에 법정투쟁을 통해 결백을 입증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효성은 ‘당사 경영진에 대한 검찰의 기소 관련 입장’이라는 자료를 내고 “검찰이 기소한 사안에 대해 충분히 소명했음에도 기소를 강행한 점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향후 법정 투쟁을 통해 결백을 입증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검찰수사는 조현문 변호사가 사익을 위해 홍보대행사 대표와 공모해 가족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검찰의 수사권을 이용하기 위해 기획 했던 것”이라며 “법원도 문제의 홍보대행사 대표의 범죄혐의를 인정해 2심에서 법정구속 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