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력 '미묘한 변화'..최종구와 김기식 '적과의 동침(?)“
금융권력 '미묘한 변화'..최종구와 김기식 '적과의 동침(?)“
  • 강민우 기자
  • 승인 2018.04.02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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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원장 "정책기관-감독기관 역할 다르다" 금융위와 '차별화' 선언..崔 위원장과 '삐걱' 우려
         최종구 금융위원장-김기식 금융감독위원장

 "금융감독원은 금융시스템의 안정과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양대 책무를 이뤄내야 합니다."

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은 2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금융감독기구로서 금감원의 권위를 강조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김 원장은 "금감원의 정체성을 바로하고 본연의 역할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 정책기관과 감독기관은 큰 방향에서 같이 가야하지만 동전의 양면과 같이 역할은 분명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본방향으로 같이 가면서도 금융감독의 원칙이 정치적, 정책적 고려에 의해 왜곡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금감원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고 국민이 금감원에 부여한 권한을 금감원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만 사용하겠다"고 전했다.

김기식 원장, "금융위와 금감원은 상하예속적 관계 아니다" 사실상 '차별화' 선언

이는 김원장이 금융위와 금감원이 상하예속적 관계가 아니며, 사실상 '차별화'를 선언한 것이다. 나아가 김 원장 자신이 금감원이 독립적인 금융감독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분명히 하는데 앞장 설 것임을 천명했다. 이에 따라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김 원장의 '위상 설정‘과 ’역할 분담'을 놓고 벌써부터 이런 저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평생을 금융관료로 살아 온 최 위원장과 시민단체와 의정 활동을 해 온 김 원장의 인생 궤적과 성향 차이가 너무나도 다른 탓이다. 그래서 공식 취임한 김 원장과 최종구 위원장 간에 사실상 '적과의 동침'이 시작됐다는 말이 나온다.

김 원장은 "지향점을 분명히 하고 올곧게 나아가 금융시스템의 안정과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금감원의 양대 채무를 효과적으로 이뤄내야 한다"면서 "흔들림 없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간다면 변화의 물꼬는 반드시 트일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돌이켜보면 최 위원장과 김 원장은 과거 만만치 않은 악연을 갖고 있다. 그 시작은 2014년 'KB사태'였다. 최 위원장은 금감원 수석부원장이었고, 김 원장은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국회의원이었다. 당시 국민은행의 주전산기 교체를 둘러싼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 간 내분 사태는 이들에 대한 징계를 결정하는 금융당국 관료 간 권력다툼으로 비화했다.

이를 정면으로 지적하며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과 정찬우 전 금융위 부위원장, 최수현 전 금감원장, 그리고 최 위원장의 동반 퇴진을 주장한 사람이 김 원장이다. 김 원장은 금감원 수석부원장으로 제재심의위원장을 맡았던 최 위원장이 임 전 회장을 경징계했다며 질타하고 이 과정에서 위증죄로 고발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당시 국회 정무위원회 야당 간사였던 김 원장은 그해 국정감사에서 KB사태의 본질을 박근혜 정부 경제권력 간 권력 투쟁으로 해석했다. 그는 KB사태를 '무능한 경제관료가 혼란을 조장한 모피아 역사의 오점이고 수치'라고까지 지적했다. 이후 김 원장은 금융위가 추진하는 금융혁신 관련 법안에 줄곧 반기를 들었다.

인터넷전문은행을 위한 은행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현재 금융업 진입규제 완화를 통해 추가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검토 중인 금융위로서는 김 원장의 이러한 정책 기조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현재 3천억 원 규모의 추가 증자를 추진해온 케이뱅크도 예상치 못한 김 원장의 선임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은산분리에 반대하는 금감원장의 취임 탓에 증자에 참여하려던 소수 주주들의 명분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차명계좌 조사 주도권, 금융위서 금감원으로 이관할 수도

기득권 혁파, 재벌 저격수 등의 수식어가 따라붙는 그는 재벌 개혁 관련 이슈에서만큼은 누구보다 '강경파'다. 현재 추진중인 금융그룹통합감독 도입과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차명계좌 조사에 대한 주도권이 금융위에서 금감원으로 이관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그룹통합감독은 삼성과 한화, 현대차 등 5개 재벌 금융그룹과 교보생명, 미래에셋 등 2개 금융그룹의 97개 금융 계열사 자금이 그룹으로 흘러들어 가는 것을 막는 게 핵심이다. 그동안 김 원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 문제점을 지적하거나 보험업법상 자산운용을 규제하는 과정에서 시가를 반영하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하며 삼성 등 재벌에 대한 강력한 견제를 주장해 왔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명계좌 이슈는 김 원장이 10여 년 전부터 지적한 문제기도 하다. 지난해 말 금융행정혁신위원회의 권고에도 이 회장의 차명계좌에 과징금 부과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해 온 금융위는 지난 2월 법제처의 금융실명제 관련 유권해석에 부랴부랴 입장을 전환했다. 현재 이 회장의 과징금 부과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금융위는 금감원의 중심으로 관련 조사를 진행 중이다.

앞으로 진행될 금융당국 감독 체계와 역할 재편 과정에 김 원장의 입김이 세질 가능성도 점쳐진다.김 원장이 소장을 맡았던 더미래연구소는 지난해 4월 보고서를 통해 금융위를 폐지하고 금감원을 특별법에 의한 민간 기구로 개편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금융위의 정책 기능은 기획재정부에서 분리된 재정경제부와 합치거나, 기재부에서 국제금융 부문을 떼어내 금융부를 신설하자는 게 골자였다. 오는 6월 예정된 지방선거 이후 청와대가 주도할 정부조직 개편에서 금융위와 금감원의 예상치 못한 힘겨루기 싸움이 벌어질 수 있는 셈이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그리고 김 원장까지 참여연대 출신 인사가 경제 정책과 관련한 핵심 위치를 차지하면서 그만큼 금감원의 권한이 강화될 것이란 게 금융권의 중론이다.

관련업계는 금감원의 향후 행보를 주목한다. 일각에서는 금융위가 다소 껄끄러운 입장이 됐다는 말이 나온다. 금감원이 금융위의 통제 아래에 있지만 김기식 내정자가 최종구 위원장보다 청와대 쪽과 더 밀접한 때문이다. 따라서 김 원장은 역대 금감원장 중 가장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장관급’인 금융위원장보다 ‘차관급 대우’를 받는 금융감독원장에 힘이 쏠릴 수 있다는 얘기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최 위원장과 김 원장은 출신성분과 성향이 다른 만큼 정책지향점도 다르게 나타날 것"이라며 "앞으로 금융위와 금감원 관계가 상당히 껄끄러워질 수 있는 소지가 다분하다"고 내다봤다.

금감원 노조, "금감원장은 정치적 중립성 지키고, 정부에 쓴소리 마다하지 않아야"

한편 금융감독원 노동조합은 이날 취임한 김기식 신임 원장에 대해 "금융관료를 견제하겠다는 대통령의 깊은 고민이 느껴진다"고 평했다.

노조는 "이명박 정권 이래 10년간 금감원은 금융위의 손발로 전락했고 금융위가 온 국민을 상대로 위험한 도박을 할 때에 침묵으로 일관했다"며 "박근혜 정부가 '빚 내서 집 사라'고 했을 때 LTV, DTI 규제 완화에 동조했고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가계부채 총량에 문제가 없다고 했을 때에도 아무 말 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김 신임 원장은 먼저 금감원이 '빚 좋은 개살구'로 전락한 이유부터 살펴봐야 한다"며 "그동안 금융관료 출신 원장들은 금융위의 '예스맨'이 되어 금감원의 권한을 축소하는 데 앞장서 왔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금감원이 금융혁신의 걸림돌이 된다고 검사기능을 '물검사'로 만들고 상품심사 기능도 협회로 이관했다"며 "금감원은 금융회사의 건전성과 영업행위 점검의 받침돌인 검사기능은 내팽개치고 '금융 꿀팁' 같은 생색내기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자조했다.이들은 "김 원장은 금감원 기능회복을 위한 대안을 찾는 데 신중을 기해 달라"며 "그동안 그는 까다로운 미슐랭 심사위원이었지만 이제 오너 쉐프가 됐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식당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며 "주방까지 제대로 살펴볼 수 있게 됐으니 식당환경, 메뉴개발, 음식조리, 손님응대 등에 대해 깊이 고민해보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금감원장은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한다"며 "탐욕에 눈이 멀어 소비자를 속이는 금융회사 경영진은 물론 후폭풍은 고려하지 않고 단기적인 경기부양책에 몰두하기 쉬운 정부에 대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친분 있는 정치인과의 개인적인 인연에 얽매이지 말아야 한다"며 "정부여당의 경제정책에 대해서도 때로는 비판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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