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이 김도진 행장의 '사유물'인가
IBK기업은행이 김도진 행장의 '사유물'인가
  • 홍윤정 기자
  • 승인 2018.06.14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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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 PC오프제 도입 ‘선심경영’ 논란.. 고객보호 ‘나 몰라라’ 이상한 태도

노동권 보장이냐, 고객불편 해소냐?

은행권 노동조합이 근로자의 기본권인 점심시간 1시간을 보장해달라는 목소리를 높이는 가운데 IBK기업은행(행장 김도진)이 임직원의 점심시간 보장을 위해 '점심시간 PC오프제'를 도입한다고 한다. 직원마다 1시간씩 업무용 PC를 꺼 충분한 휴식 시간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은행권 노동조합이 점심시간에 은행 문을 닫자고 주장에 대한 기업은행의 대안이다.

점심시간 PC오프제는 직원마다 점심시간에 업무용 PC를 잠그면 1시간 동안 다시 켜질 수 없도록 해 식사시간과 휴식시간을 보장하는 제도다. 다만 점심시간 은행에 방문하는 고객들을 응대하기 위해 직원마다 점심시간을 달리 하도록 했다. 임직원의 점심시간을 보장하되 최소한의 운영 인력을 남겨 점심시간에도 은행 문을 열 수 있다.

은행이 가장 붐비는 점심시간 때 문 닫는 것은 사실상 '폐점'이나 다름없는 기막힌 발상

점심시간 보장은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가 산별교섭에서 주장하는 주요 의제 중 하나다. 금융노조는 은행과 금융공기업 경영진들로 구성된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에 '휴게시간을 오후 1230~오후 130분에 동시에 사용하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점심에 고객이 몰려 은행원들이 제대로 쉬지 못하는 해결하는 방안으로 사실상 점심시간에 은행 문을 닫자는 주장이다.

하지만 고객 불편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매우 높다. 점심시간에 짬을 내 은행을 찾는 직장인들이 많기 때문이다. 은행이 가장 붐비는 한 시간을 은행 근로자들이 자신들의 식사시간을 보장받기 위해 아예 문을 닫아 걸고 사실상 폐점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는 기가 막힌 발상이다. 은행 직원들은 억대 연봉에 후한 복리후생제도의 혜택을 받는다. 전체 근로자의 상위 5% 이내의 좋은 근로 조건으로 일반 직장인들로부터 선망받는 직장이다.

기업은행의 점심시간 PC오프제는 돌아가며 식사하는 것이 불편하니 아예 문 닫고 편히 점심을 먹겠다는 소리로 들린다. 은행이 고객들의 불편을 아랑곳하지 않고 노조만을 생각하는 꼴이다. 문제는 김도진 기업은행장의 정신상태와 경영자 마인드이다. 김 행장이 평소 즐겨 외치는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개념을 한번이라도 생각해 봤는지 의문이다. 오직 노조와 근로자들에게만 생색을 내며 고객불편을 애써 외면하겠다는 발상이 아닌지 궁금하다. 공공재로서의 은행과 소비자편익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탓이다.

나아가 김 행장이 경제학원론 공부를 제대로 했는 지 묻고 싶다. 시장가격은 모든게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결정된다. 은행에서 점심시간에 사람들이 많이 몰린다는 이야기는 소비자들이 그 시간에 은행 일보기를 많이 원하다는 뜻이다. 일종의 수요이론이다. 그렇다면 은행은 이러한 소비자수요에 따라서 대응해야 한다. 오히려 소비자들의 불편함이 없도록 창구에 사람을 늘리고 대기 시간을 줄여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공급이론이다.

은행 CEO로서는 점심시간에 짬을 내 은행 일을 보는 소비자들의 수요를 충족하고 불편을 최소화시키고자 하는 것이 공급자로서의 당연한 자세일 것이다. 그런데 은행원들이 점심시간에 일이 많이 몰려 식사를 제대로 못한다는 이유로 아예 문을 닫고 식사를 제대로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최고경영자가 그대로 수용한다면 본말이 뒤집혀도 한참 뒤집힌 발상이다.

점심시간 PC오프제는 금융소비자 편익을 볼모로 하는 은행의 갑질행위로 해석될 수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비자들의 수요가 있는데도 문을 닫고 쉬겠다는 배짱 있는 기업은 없다. 은행은 대표적인 공공재이다. 정부당국의 허가를 받아서 영업을 하는 면장 영업기관이다. 소비자를 외면해서는 절대 안 된다. 굳이 경영자가 아니고 노조라고 해도 소비자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고객의 입장에서 점심 때 문을 닫은 은행과, 24시간 문을 열고 소비자편익 증대를 위해서 일하는 은행 가운데 어는 은행을 찾아갈까. ‘점심시간에 문 닫는은행이 생겨난다면 소비자들은 그런 은행을 외면하고 자신들에게 편리한 은행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그렇지 않고 은행노조가 일방적으로 정하는대로 따라가는 은행장이 경영하는 은행은 치열한 서비스경쟁에서 도태하고 말 것이다.

달리 말하면 점심시간 PC오프제는 금융소비자 편익을 볼모로 하는 은행의 갑질행위로 해석될 수도 있다. 은행경영자로서는 수요공급의 원리를 모르는 처사이며, 서비스정신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독단적이고 무책임한 경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나아가 우리나라의 수준 높은 금융소비자에 대한 횡포이며, 담합행위라는 지적을 면할 길이 없다.

점심시간 PC오프제를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위해선 추가적인 인력과 비용이 뒤따른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 등 다른 은행들이 아직 도입을 검토하지 않는 것은 이같은 이유에서다. 정치의 세계에만 포퓰리즘이 있는게 아니다. 은행장이 노조와 은행원들에게 영합하고 고객들의 불편을 애써 외면한다면 이는 또 기업은행의 김도진식 포퓰리즘이 아니고 무엇인가.

지난 2016년 12월 박근혜 정부 때 취임한 김도진 행장은 그동안 현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에 역행하는 겉다르고 속다른 행동으로 비난을 받아왔다. 기업은행의 일부 비정규직 용역노동자들은 기업은행이 자회사 설립을 통해 용역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데 대해 강력히 반발 하고 있다.

김도진 행장, 임기 앞두고 청와대 비위 맞추거나 노조눈치 보며 '생색내기' 몰두 말아야

또 문재인 정부 '비위맞추기'를 하려다가 오버페이스를 한 적도 있다. 올 연초에는 평창동계올림픽대회 개최를 앞두고 강원지역 영업 현장을 방문하는 등 올림픽 마케팅이 열중하던 IBK기업은행이 '자충수'를 두는 바람에 정초부터 큰 망신을 당했다. IBK기업은행이 관련 법 개정 사실을 모르고 평창동계올림픽을 활용한 상품마케팅을 했다가 다급하게 철회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진 적도 있다.

요즘에는 은행무인창구도 늘어나는 가운데 모바일뱅킹 등 직접 은행원을 대면하지 않아도 되는 거래가 늘고 있다. 그런데도 은행창구를 방문하는 것은 모바일이나 무인창구 이용에 서투른 어른신들이나, 창구에 꼭 가야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행은 점심시간 PC오프제를 한 달 동안 시범 운영한 뒤 도입 효과와 부작용 등을 감안해 정식 운영 여부를 결정한다고 한다. 기업은행이 주 52시간 근무제의 조기 도입 등 근로조건 개선 관련해 은행권에서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이를 고려하면 정식 운영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김도진 행장은 남은 임기를 앞두고 청와대 비위를 맞추거나 노조눈치를 보며 '생색내기'에 몰두하지 말고 점심시간에 기업은행 창구에 들러 은행을 찾는 어른신들이 무슨 요구사항이 있는지를 한번 살펴보기를 바란다. 어설프게 노조와 은행원들의 환심을 사려다 점심영업을 중단하고, 전통있는 기업은행의 소비자보호 명성에 흠을 남긴다면 단순히 노동권보장 차원을 넘어서는 심각한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기업은행은 김 행장의 개인의 사유물이 아니다. 아울러 일단 저질러놓고 아니면 마는 무슨 실험대상도 아니다.

기업은행은 공공재이며 수십년 사랑을 받아온 우리들의 친근한 이웃은행이다. 지난 1961년 설립된 IBK기업은행은 중소기업 지원에 앞장을 서왔고, 경제위기 때마다 대한민국 금융의 안전판으로서 저력을 발휘해 왔다. 김 행장도 홈페이지 CEO인사말에서 "고객님을 가장 먼저, 가장 중심에 두고,대한민국 금융의 미래를 개척해 나가는 은행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히고 있다. 김 행장이 혹시라도 일부 포퓰리즘에 영합하려다가 고객들의 외면과 반발에 직면한다면 그것은 개인의 명성은 물론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기업은행의 '쪽박'을 깨는 것이나 다름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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