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적 전화·문자 폭탄은 특수협박죄로 엄벌해야
조직적 전화·문자 폭탄은 특수협박죄로 엄벌해야
  • 조휘갑
  • 승인 2018.08.18 17:03
  • 댓글 0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휘갑 칼럼] 근래 시민단체나 노동단체가 집단적인 항의전화와 악성댓글로 개인이나 기업을 협박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이는 개인이나 시민단체 등의 구성원이 자유의사로 개인적인 전화나 문자 등을 보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단체 또는 다중(多衆)이 조직적으로 특정인에게 전화와 댓글로 협박하는 집단협박은 특수협박죄에 해당한다. 이러한 특수협박은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심각한 인권 유린이다. 현행법상 특수협박은 중범죄로 규정돼 있다.

얼마 전 의정부시가 주최한 주한미군 제2사단 창설 100주년 기념 콘서트에 초대 가수 인순이, EXID, 산이, 오마이걸, 크라잉넛, 스윗소로우 등이 행사 몇 시간을 앞두고 모두 출연을 포기했다. 시 당국은 가수들과 이들의 소속사가 일부 시민단체와 누리꾼의 협박성 전화와 팬카페 악성 댓글을 견디다 못해 빚어진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행사 직전까지 출연을 위해 대기하던 일부 가수는 결국 눈물을 흘리면서 무대를 내려와야 했다. 가수는 공연이 곧 삶의 전부다. 이런 가수들이 계약 불이행에 따른 위약금을 감수하면서까지 출연을 포기하게 만든 협박은 당해본 사람만 알 수 있을 것이다. 안병용 의정부 시장은 "연예인들이 얼마나 겁박을 받았으면…"이라고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의정부시는 시의회의 심의와 승인을 거쳤고 경기도의 후원을 받아 작년 10월부터 이 행사를 준비해 왔다고 한다. 당연히 공개적으로 추진한 일이다. 미 2사단은 6·25전쟁 때 우리나라에 가장 먼저 도착한 이래 장병 7094명이 전사하고, 1만6000여명이 부상한 한·미 동맹의 상징 같은 부대다. 북의 도발을 막아내는 최 일선 전투부대로 52년 동안 의정부시에 주둔하다가 내년이면 새로 지은 평택 미군 기지로 떠난다. 이런 미군에 우정과 석별의 정을 담아 시민의 이름으로 마련한 행사가 이번 콘서트다.

이 콘서트를 파행시킨 것이 민노총과 의정부의 일부 시민단체다. 이들이 행사를 반대한 것은 2사단이 2002년 발생한 ‘미순이, 효순이 사건’ 관련 부대이고, ‘효순 미선 양 15주기’를 며칠 앞두고 시 예산으로 위안잔치를 벌이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의정부 시민단체들의 피켓 시위는 10여 명이 행사 전날부터 했다니 큰 위협이 안 됐겠지만 유력 집단의 조직적 항의 전화와 악성 댓글은 가수들을 겁박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콘서트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면 주최자인 의정부시에 행사 포기를 요구하는 의사를 표명할 수 있다. 개별적으로 특정 가수에게 행사 참여를 자제하기를 바라는 문자를 보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노조 등의 집단이 구성원을 동원하여 전화와 댓글로 협박했다면 특수협박에 해당한다. 가수나 소속사가 가해자들을 일일이 찾아내 응징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상대가 민노총 같은 집단이라면 더더군다나 언감생심이다. 그런 능력이 있다면 겁박당하지도, 공연을 포기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형법은 단순협박죄와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면서 협박하는 특수협박죄(형법 제284조)를 엄격히 구별하고 있다. 특수협박죄는 단순협박죄와 달리 피해자의 고소 고발이 없이도,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표시가 있어도 처벌이 가능한 범죄다. 즉 특수협박죄는 피해자의 의사에 관계없이 즉시 공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중범죄다.

문재인 대통령은 콘서트 파행에 대해 보고받고 “시민단체의 대응이 바람직하지 않다”며 유감을 표명했다고 한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철저한 수사를 지시하지 않고 단순한 유감 표명에 그친 것이야말로 유감이 아닐 수 없다. 근래 민노총 전교조 등의 위세는 하늘을 찌를 듯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법치국가이고 문 대통령은 모든 국민의 대통령이다. 대통령의 우호 집단이라도 민주질서 파괴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새 정부 출범 초기에 불법행위가 적절하게 제어되지 않는다면 임기 내내 각종 단체들의 집단 불법에 끌려 다닐 수 있다. 민노총의 일탈행위를 제어하는 데에는 역대 대통령 중 문 대통령만한 이가 없을 게다. 민노총은 문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지지세력 중 하나로, 문 대통령의 성공을 그 누구보다 원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집단협박은 묵과할 수 없는 반사회적 범죄다. 정부는 집단협박에 대한 공권력 행사에 주저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조휘갑 ( wkapcho@hanmail.net )
사단법인 선진사회만들기연대 이사장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초빙교수
(전) 한국정보보호진흥원(KISA) 원장
(전) 공정거래위원회 정책국장, 사무처장, 상임위원
(전) 경제기획원·통계청 과장/국장, The World Bank Economist
Tag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