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회계처리변경해 거대규모 이익 계상할 근거 어디에도 없어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금감원의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 ‘고의적 분식회계’에 대한 재감리안에 대한 증권선물위원에 재심의 과정에서 ‘삼성봐주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비판적인 시각이 시민단체 등에서 제기되고 있다.
1일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증선위는 전날 금감원의 삼바분식회계에 대한 재감리 결과를 심의했으나 고의적 분식회계가 분명한데도 최종 결론을 내지 않고 다음회의로 넘겼고 앞서 몇 차례 심의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데 있어서도 불필요 하게 시간을 끌어온 측면이 없지 않은 점에서 이같은 의혹이 일고 있다.
증선위는 전날 지난 7월 금감원에 고의 분식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가 부족하다며 재감리를 명령한 지 3개월 만에 삼바 분식회계에 대한 금감원의 재감리 안건을 재심의 했다. 금감원은 이번 재감리 안에서 과거 회계장부 검토 내용을 반영하더라도 첫 감리결과와 마찬가지로 삼바의 고의 분식회계가 인정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날 증선위에서는 금감원과 삼바 간에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종속회사서 관계회사 변경문제등을 높고 열띤 공방이 전개됐으나 어떤 결론은 내지못했다. 증선위는 앞으로 한 두차례 심의를 진행한 뒤 늦어도 내달엔 최종 결론을 낼 방침이다.
하지만 시민단체 등에서는 앞으로 더 심의할 이유가 없다고 보고 있다. 삼바의 고의적 분식회계가 명백하고 입증자료도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금융위 증선위가 재심의를 하면서 시간을 끌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최 위원장이 삼성에 시간적인 여유를 주는 편의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하고 있다.
이번 재심의에서는 삼바의 고의적 분식회계가 명백하다는 자료들이 제시됐다. 금감원이 이날 회의에 제출한 것으로 보이는 삼성 회계처리변경을 계획한 내부문건은 결정적인 증거가 될 것을 보인다. 이에 앞서 최근 참여연대는 삼바가 회계변경으로 에피스의 자산을 ‘뻥튀기’해 4조5000억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이익을 계상할 어떠한 근거도 없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분명하게 밝혔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전날 발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관련 제2차 Q&A’에서 삼바가 에피스를 처음엔 종속회사로 착각해 회계처리를 하다 뒤늦게 관계회사로 인식했다면 기존 장부를 소급해 정정하면서 ‘지분법’으로 회계처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지분법’은 회계처리 방식의 하나로 피투자회사의 순자산가액 변동만을 반영하며 평가 당시의 시장가격을 적용해 산출하는 ‘공정가치’는 반영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렇게 회계처리의 오류를 정정하더라도 삼바가 보유한 에피스 지분에 대해선 대규모 평가이익이 발생할 수 없다고 경제금융센터는 지적했다.경제금융센터는 “삼바가 바이오젠과의 콜옵션 계약을 체결한 사실을 고의로 누락한 뒤 2015년에 가공의 지배력 변경 사유를 만들어 낸 것”이라며 “2015년에 지배력 판단을 변경할 만한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삼바는 어떤 경우에도 4조 5천억 원의 이익을 장부에 계상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금감원도 이번 재심의에서 삼성의 고의적 분식회계를 더욱 확실하게 입증하는 내부문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건은 삼바가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삼바가 기업가치를 부풀리고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사후적으로 합리화할 목적으로 회계처리 변경을 계획한 정황이 담겨 있다고 한겨레신문이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삼바는 이런 회계처리 변경 계획을 사전에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에 상세히 보고하고 집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감독원은 삼바의 고의적 분식회계를 입증할 결정적인 증거인 이 내부문건을 전날 증선위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바는 지난 2015년 전자우편을 통해 바이오젠 콜옵션(회사 지분을 살 수 있는 권리) 평가와 관련한 회의 안건을 미전실에 보고했다. 당시는 2015년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불거진 제일모직이 고평가됐다는 ‘합병 비율’ 논란을 나중에 해소하기 제일모직 이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자회사 삼성바이오의 가치를 부풀릴 필요가 있었던 시점이다.
삼바가 미전실에 보고한 핵심내용은 △바이오젠과 합작계약서를 소급해 수정하는 방안 △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만드는 방안 △연결 자회사로 유지하되 콜옵션 평가손실을 최소화하는 방안 등이다.
삼바는 이 방안들을 삼성물산과 삼성바이오의 감사를 맡은 삼일·삼정 회계법인과도 함께 논의했다. 그 후 삼밪는 회계처리 변경을 통해 삼바가 천문학적인 이익을 계상할 수 있는 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하는 안을 미전실에 보고한지 일주일 뒤 확정했다. 삼바는 이를 통해 기업가치를 장부가액인 2905억원에서 공정가액인 4조8086억원으로 늘릴 수 있었다.
금감원은 이 내부문건은 삼바가 고의적 분식회계를 했다는 명명백백한 증거라는 입장이다. 삼바가 합작계약서를 소급해 수정하겠다는 의도를 보이고 이 문제에 삼성그룹의 경영을 총괄하는 미전실이 개입이 확인된 점은 분식회계를 입증할 중요하고도 충분한 증거가 된다고 보고 있다.
특히 여러 안 가운데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회사로 변경해 기업가치를 부풀린 것도 회계원칙에 따른 게 아니라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삼바가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꿀 만한 어떠한 이벤트도 없었고 변경사유를 분명하게 제시하지 못한 상태이고 보면 삼바의 고의적 분식회계는 한층 짙어진다.
시민단체나 회계전문가들은 금감원의 재감리에 대한 증선위의 재심의 결론은 ‘고의적 분식회계’라는 점에 논란의 여지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 문제에 대한 최종결론을 내는 것을 미루면서 질질 끄는 모습에서 ‘삼성 봐주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비판적인 시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