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부진에 신용등급 하락등 부실 심화…'족벌경영'정 부회장의 독선과 전횡이 문제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경영능력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무능론’까지 나오고 있다. 과연 정 부회장이 정부의 카드수수료율 인하 등에서 발생한 경영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 부회장은 설령 경영난 심화로 회사가 흔들려도 정몽구 회장의 사위로 책임경영에서는 자유로울 수 있는 입장에 있어 그의 독선과 전횡은 현대카드를 한층 더 위기 속으로 몰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어느 면에서 정 부회장으로서는 위기돌파를 위한 해법이 없는지도 모른다.
21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카드는 정부의 수수료 인하 정책 등 업황이 나빠진 탓으로 실적에서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현대카드는 영업수익 증가에도 불구하고 당기순이익은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올해 3분기 기준 현대카드의 영업수익(누적)은 2조1869억 원이다. 지난해 동기(2조1398억 원) 대비 2.2% 소폭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크게 감소했다. 올해 3분기 기준 현대카드의 누적 영업이익(연결 기준)은 1633억 원으로 전년 동기(2421억 원) 대비 32.5% 급감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1838억 원에서 1296억 원으로 29.5%나 줄어든 상태다. 당기순이익은 12년 만에 최저치를 보였다.
순이익이 감소한 것은 영업비용과 판매관리비가 증가한 것이 주요요인이다. 현대카드가 올해 3분기 지출한 영업비용은 총 2조236억 원으로 전년 동기(1조8976억 원) 대비 6.6% 급증했다. 이중 카드비용이 지난해 1조 원에서 올해 1조456억 원으로 455억 원(4.6%) 늘고 판매관리비도 지난해 3분기 5164억 원에서 올해 5508억 원으로 343억 원(6.7%) 증가했다.
정 부회장은 회사가 휘청거려도 내 배만 불리면 그만 이라는 식으로 암울한 실적에도 직원의 급여는 꽁꽁 묶어놓고 자신의 보수는 대폭 늘려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정몽구 현대차 그룹 회장의 사위로 15년간 현대카드를 이끌고 있는 정 부회장이 당기순이익이 급감하는 상황에서도 올 상반기에 보수를 51%나 더 가져가 오너 대표가 회사를 더욱 위기 속으로 모는 무책임한 경영행태를 보이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현대카드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 정 부회장의 보수가 전년 동기에 비해 51.4% 급증한 것을 비롯 임원의 평균 보수액은 정 부회장을 크게 웃도는 무려 238.2%에 이르는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인 것으로 분석됐다. 정 부회장의 보수는 지난해 상반기 9억7900만 원에서 올해 14억8200만 원으로 5억 원이 더 늘었다.
임원 평균 보수액은 지난해 상반기 1억2300만 원에서 올해 상반기 4억1600만 원으로 238.2%나 급증했다. 이에 비해 직원들의 보수는 제자리걸음이다. 올해 상반기 직원 평균 보수액은 4700만원으로 지난해 상반기수준 그대로다.
이로 인해 재무구조건전성이 악화되면서 현대카드와 현대카드의 신용등급이 강등됐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13일 현대캐피탈과 현대카드의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했다. 현대차 그룹 두 금융계열사의 신용등급하락은 자체적으로 장사가 안 된 탓이 크지만 현대차의 어닝쇼크 영향도 적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신용평가사들은 현대·기아차의 실적부진은 두 금융계열사에 대한 지원능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신용평가사들의 분석이다.
현대카드가 카드사중에서도 더욱 휘청거리게 된 것은 부회장의 경영실패에서 찾는 사람들이 많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그의 ‘무능론’을 제기한다. 정 부회장은 나날이 악화되는 업계상황과 격변하는 디지털시대에 발 빠르게 적응하지 못했다.
카드업계에서는 정부회장의 경영실패를 책임경영 부재에서 찾는다. 그는 정 몽구 회장의 사위로 경영권을 위협받는 위험에 노출돼 있지 않다. 경영권을 확고하게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독단과 전횡이 가능한 ‘제왕적 경영’스타일을 유지해 왔다. 이는 급변하는 영업환경 변화에 대한 신속한 대처를 어렵게 했고 그 결과는 실적부진으로 이어졌다는 해것이 업계의 해석이다.
최근 현대카드의 고속성장을 이끈 직원들을 무더기로 내보내는 방안을 추진한 것도 안일경영의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정 부회장은 최근 200여명의 인력감축을 추진하고 있다. 보스턴 컨실팅그룹(BCG)의 경영컨설팅을 통해 인력구조조정의 명분을 이미 쌓았다.
최근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올 상반기 현대카드의 경영체질 개선 컨설팅 작업을 통해 현대캐피탈과 현대커머셜 포함 총 400명의 인력을 축소해야 한다고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정 부회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보스턴컨설팅그룹이 제시한 400명)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며 일부 인력 조정의 칼을 빼 든다는 방침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현대카드는 최근 코스코를 얻었다. 현대카드가 삼성카드를 누르고 미국 대형유통업체 ‘코스트코’의 10년 독점 가맹계약을 따냈다. 현대카드는 앞으로 그동안 코스트코가 고객에게 제공했던 독보적 혜택과 현대카드의 마케팅 역량을 더해 코스트코 회원들에게 맞춤형 혜택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준비 등으로 비용절감을 위한 대규모 명예퇴직이 과연 필요한지 의문이다.
게다가 회사가 적자로 돌아서지 않았는데도 서둘러 인력구조조정을 단행키로 한 것을 직원들은 수긍이 가지 않는다는 분위기다. 엄청난 비용을 수반하는 구조조정을 통한 경쟁력강화대책을 강구하기 보다는 정 부회장은 직원들의 목을 잘라 이익을 더 내려는 가장 손쉬운 방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이들이 현대카드 성장과 발전에 크게 기여한 공로는 정 부회장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정 부회장이 현대차그룹 족별경영체제의 멤버지만 과연 안일에서 벗어나 책임경영으로 현대카드의 경영난을 타개해 나갈수 있을지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