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 백혈병' 약속 지킬까…'1조 사재출연' 약속은 '쇼'?
이재용, '삼성 백혈병' 약속 지킬까…'1조 사재출연' 약속은 '쇼'?
  • 김도훈 기자
  • 승인 2018.11.23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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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인 작업환경 구축 방안은 안 보여…화학물질 사용리스트도 끝내 국민 앞에 공개 안 해
▲ '삼성전자-반올림-조정위 중재 합의서 서명식'에서 고 황유미 씨 아버지 반올림 황상기(왼쪽부터) 대표, 김지형 조정위원장, 김선식 삼성전자 전무가 중재합의서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삼성이 11년간 숨기고 발뺌하고, 결코 인정하지 않았던 백혈병 사태에 뒤늦게나마 잘못을 인정하고 공식사과를 했지만 그 진정성과 앞으로의 이행여부를 두고는 회의적인 시각이 없지 않다.

일할 맛 나는 안전한 일터를 만들겠다고 말로만 했지 약속을 믿을만한 구체적인 대책은 보이지 않고 그럴싸한 말만 나열돼 있다. 생명이 위협받지 않는 작업장을 구축하겠다는언급도 보이지 않는다. 삼성은 ‘삼성 비자금’ 사건 때 현재 병고중인 이 건회 회장이 당시 방송에서 눈물을 흘리고 대국민 사과를 하고 사재출연을 약속했지만 소나기가 지나가자 그 약속은 세월이 지나면서 ‘허언극’으로 쓸쓸하게 막을 내린 적이 있고 보면 이번 약속도 내용이 빈약하다는 점에서 위기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쇼’로 그칠 수도 있다는 우려나 나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삼성전자는 2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리는 '삼성-반올림 중재판정이행합의 협약식'에서 김기남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사업부 대표는 "그동안 반도체 및 LCD 사업장에서 건강유해인자에 의한 위험에 대해 충분하고 완전하게 관리하지 못했다"고 인정하고 "병으로 고통받은 근로자와 그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더욱 건강하고 안전한 일터로 거듭나겠다"고 약속했다.

정의당은 이날 삼성의 백혈병 공식사과와 관련 논평을 통해 삼성의 이번 약속은 직업병대책과 안전한 작업환경구축의 시작에 불과하다면서 삼성은 다시는 직업병문제로 꽃다운 근로자들이 숨지는 일이 없도록 하는데 한 치도 소홀해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삼성이 앞으로 많은 작업환경과제를 안고 있는데 이를 실천하고 이행하는데 말로만 하지 말고 실제고 실천할 것을 주문했다.

정의당, 삼성은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 공개해야

정의당은 이어 “오늘의 사과와 보상 합의는 아주 작은 매듭에 지나지 않는다”며 “안전한 노동환경을 위한 투쟁은 이제 시작”이라고 밝혔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삼성은 지금도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며 “산업재해 입증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산업재해 보상제도도 개선돼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삼성 반도체 백혈병' 피해자 대변단체인 '반올림'은 삼성의 사과와 향후대책이 미흡한 측면이 없지 않아 삼성의 사과 약속을 믿어야할 의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삼성의 직업병문제는 비단 삼성전자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고 다른 전자계열사에서도 걸쳐있다면서 이들 작업장에서 발생한 직업병에 대해서도 보상과 안전대책도 이날 사과에서 밝혔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황상기 반올림 대표는 이날 협약식에서 "직업병 피해는 삼성전자 반도체·LCD 부문에서만 있는 게 아니다"며 "삼성전기, 삼성SDS, 삼성SDI 등 다른 계열사에서도 유해 물질을 사용하다가 병든 노동자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황 대표는 지난 2007년 삼성전자 기흥공장에서 근무하던 중 급성 백혈병으로 숨져 '반도체 백혈병' 분쟁의 계기를 제공했던 근로자 황유미씨의 부친이다.

삼성은 이날 사과에서 성실한 피해보상을 약속했지만 앞으로의 작업장안전대책은 거의 언급하지 않아 향후 안전대책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린다. 삼성은 공식사과에서 피해보상과는 별도로 전자산업을 비롯한 산재취약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보호하고 중대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500억 원의 산업안전보건 발전기금을 출연한다는 것 말고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자계열사의 작업장 안전과 직업병 방지 대책에 관해서는 일체 거론치 않았다.

삼성옴부즈만위원회가 그동안 권고한 화학물질 사용리스트 공개와 질병 인과관계 추적 시스템 마련 등에 대해서도 삼성측은 이날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고 앞으로 내놓을지 여부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옴부즈만위원회는 삼성전자에 화학물질의 정보공개와 관련된 의사결정 과정에서 근로자의 참여를 보장하고, 근로자가 외부 전문가의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체계를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삼성의 이날 공식사과와 안전대책은 이런 측면에서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지난 2008년 삼성특검 '비자금' 사건에서 이건희 회장의 대국민 ‘1조원 사재출연’약속이 ‘사기극’으로 끝난 전례에 비추어 이번 약속도 궁지탈출을 위한 연출인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싹트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이제 약속하면 지킨다는 삼성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우선 ‘1조원 출연’약속부터 이행해야 한다고 시민단체들은 주장한다.

대국민 1조원 사재출연약속은 '사기극'으로 종막

삼성은 지난 2008년 삼성특검 수사 당시 경영쇄신안을 발표했다. 조세포탈이 문제가 된 차명계좌에 대해 실명전환과 함께 누락된 세금을 납부한 후 남는 돈을 회장이나 가족을 위해 쓰지 않고 유익한 일에 쓸 수 있는 방도를 찾겠다고 밝혔다. 당시 이건희 회장은 방송에 나와 눈물을 보이면서 국민들 앞에 사채출연을 약속했다. 삼성생명 외에 실명전환된 삼성전자, 삼성SDI 주식 등에서 추징된 세금을 납부하더라도 1조원 이상이 남는 것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약속한 사재출연이 기약없이 미뤄져 10년이 된 지금에도 감감무소식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2014년 "이 회장과 삼성그룹은 6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 삼성 경영쇄신안에서 언급한 사재출연 방안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조차 밝히지 않고 있다"면서 "이렇게 오랫동안 아무런 소식이 없는 것은 이건희 회장이 사재출연을 하겠다는 생각이 바뀐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후 사재출연문제는 아들 이 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해결과제가 됐다. 이 부회장은 2016년 12월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 부친인 이 회장의 차명계좌 실명전환과 관련한 사회환원 약속에 대해 “어머님(홍라희 여사), 형제들과 의논해 결정할 시기가 오면 좋은 일에 쓰겠다”고 말해 전향적인 자세를 보였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이 부회장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서 회장의 사재출연 약속은 종적을 감추고 말았다.

삼성은 이처럼 철석같이 대 국민 약속을 하고서도 시간이 지나면 돈에 눈이 어두워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국민을 속였다. 삼성의 이번 반도체 직업병 사과와 안전대책도1조원 사채출연이 '빈말'로 끝났다는 점에서 진정성에서 의심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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