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도는 3조원 일자리안정자금...차라리 알렉산더 대왕한테 배워라
겉도는 3조원 일자리안정자금...차라리 알렉산더 대왕한테 배워라
  • 권의종
  • 승인 2018.12.02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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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창출’해도 시원찮을 판에 일자리 ‘퇴출’ 유도하는 꼴...‘뺄셈의 정책’에서 ‘덧셈의 정책’으로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기업의 경영부담 완화와 고용안정을 위해 조성된 3조원 규모의 일자리안정자금이 겉돈다. 시행 초기에는 기금의 조기 소진을 우려했지만 결과는 딴판이다.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친다. 연말을 한 달 앞둔 시점인데도 집행률이 50%대 수준이다. 속사정이 따로 있다. "월급도 적은데 보험료까지 내야 하나요?", "장학금 받으려면 소득이 잡히면 안 돼요.” 소득 노출을 꺼리는 아르바이트생들의 하소연이다.

이들을 고용하려면 업주 입장에서는 한 사람당 월 최대 13만원의 정부지원금을 포기할 수 밖에 없다. 알바생들로서도 일을 하게 되면 장학금을 받지 못하는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좋은 취지의 제도가 노사 모두에게 ‘그림의 떡’이 되고 만다. 구인과 구직을 막는 장애로 작용한다. 일하는 게 노는 것보다 되레 불리해지는 안타까운 형국이 연출된다.

이런 불합리는 공적 연금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연금 수급자의 소득월액이 기준금액을 넘으면 초과한 소득월액의 일정 부분에 대해 연금 지급을 정지한다. 즉 연금이 깎이고 만다.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공히 마찬가지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연계제도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발생한다. 가입기간이 길어 수령액이 큰 국민연금 수령자일수록 기초연금이 적게 돌아간다.

2014년 기초노령연금이 기초연금으로 확대되면서 감액장치가 생기고부터다. 이로 인해 26만 명가량의 노인들이 기초연금을 온전히 못 받는다. 국민연금 가입동기를 떨어뜨린다는 비판이 거세지만 보건복지부는 복지부동이다. 미래 기초연금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불가피하다는 설명만 되풀이 중이다.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에서 두 연금 간 연계제도 폐지를 논의했으나 뚜렷한 결론을 못 내렸다. 다들 엉거주춤한 자세다.

저소득층 고용-근로·사업소득에 관심조차 없어 보여... 개인적 유불리 떠나 사회적·국가적으로 큰 손실

연금 만으로 살기 힘들어 몇 푼 벌어보겠다는 서민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정부가 나서서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근로의욕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일자리 ‘창출’을 해도 시원찮을 판에 일자리 ‘퇴출’을 유도하는 꼴이다. 저소득층 고용이나 근로·사업소득에는 관심조차 없어 보인다. 일자리 정부를 자처하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기조에 거슬리는 엇박자다. 개인적 유불리를 떠나 사회적·국가적으로도 엄청난 손실과 비효율이 아닐 수 없다.

일을 하면 할수록 손해가 되는 구조에서 땀 흘려 일하고 싶은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편안과 안식, 여유 있는 삶을 다 원한다. 하지만 당장의 생계를 위해,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장삼이사(張三李四)들이다. 이들의 수고가 모아져 경제가 성장하고 사회가 발전해 왔다. 이들 만한 애국자들도 없다.

게으름은 퇴보로 직행하는 선택이다. 개인과 기업은 물론 국가도 다를 바 없다. 정부가 일자리 많이 만들고 근로 의욕 북돋우는 제도적 뒷받침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땀 흘려 일하는 사람이 잘 사는 정의사회 구현이 국가경영의 최우선 명제로 자리매김 됨이 마땅하다. 정부가 최저임금을 과감히 올리고, 투기억제에 단호히 나서는 것도 다 이런 이유 때문 아닌가.

세계 경제사를 회고해보더라도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있는 곳에서 어김없이 발전과 성장이 성취되었다. 정책적·제도적 뒷받침은 결국 때가되면 경제적 성과로 결실되게 마련이다. 생산적인 힘이 발휘되어 잠재력에 불을 불치고, 그 불꽃을 계속 타오르게 한다. 경제적 유인(誘因) 즉 인센티브가 가져다주는 선순환 추진력이 작용된 결과다.

시장경제는 경제적 유인으로 커가는 나무...철벽 기득권-규제 암반층 제거하고, 경제 활력 불어넣어야

그리스·페르시아·인도에 이르는 대제국을 건설한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 그도 어려울 때가 참 많았다. 기원전 4세기경에는 페르시아 황제 다리우스 3세와 수년간 전쟁을 치러야 했다. 천혜의 요새인 소그디니아 성채를 점령치 못해 크게 고민하고 있었다. 높이 600m에 이르는 천 길 낭떠러지에 성채가 건립돼 있는 데다 1년 내내 얼음으로 뒤덮여 공략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때 대왕은 결단을 내린다. 지쳐있는 부하들을 상대로 파격적인 성과보수를 제시한다. 성벽 위로 오른 병사에게는 한 사람당 20탤런트를 주겠다고 약속이었다. 당시 20탤런트는 지금 돈으로 환산하면 200억 원에 상당하는 거금이다. 한 시간 만에 300명이 자원하고 나섰다. 그날 밤 작전이 개시되었다. 30여 명만 떨어져 죽고 나머지는 얼음 성벽을 기어오르는 데 성공했다. 과감한 인센티브가 가져다준 경이적 성과였다.

옛말에 ‘벌 나비도 꽃이 좋아야 찾아 간다’고 했다. ‘미끼가 커야 큰 고기를 잡는다’는 속담도 있다. 큰 것을 얻으려면 그만큼 매력적인 유인이 제공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경제학에서도 인간의 본성을 이기적인 것으로 간주한다. 경제적 유인의 구조가 바뀌면 개인의 행동도 변한다는 논리다. 인간은 주어진 조건에 따라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동물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실제로 인센티브는 성과창출을 촉진한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유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구조다. 보상과 인정으로 커가는 나무로 비유된다. 정책의 실효성도 인센티브에 의해 좌우된다. 국가 이익과 국민 행복을 위해서는 기존의 철벽 기득권이나 규제 암반층부터 깨뜨려야 한다. 그리고 국민 친화적 방법으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정책을 시행해야 하는 게 올바른 순서다. ‘뺄셈 정책’보다 ‘덧셈 정책’의 힘이 더 세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겸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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