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어내기 '갑질' 남양유업, '국민 비호감' 등극
밀어내기 '갑질' 남양유업, '국민 비호감' 등극
  • 이종범 기자
  • 승인 2019.01.18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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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팡이 아기 전용 주스 결국 판매 중단...'꼼수' 이미지 쇄신 벗어나야

[서울이코노미뉴스 이종범 기자] 연단에 오른 사람은 먼저 자신을 남양유업에 그 어느 누구보다 헌신했던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회사가 잘되며 대리점도 잘 된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2013년 밀어내기 사태가 있을 때도 그는 피해 대리점주협의회에 맞서 남양유업이 만든 소위 어용 대리점주협의회 참여했다. 심지어 그는 선봉에 서서 “회사가 잘 되야 우리가 있다”면서 대리점주들을 설득시켰다고 씁쓸하게 과거를 회상했다.

지난해 5월 25일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열린 ‘대한항공 직원연대’의 한진그룹 일가 갑질 중단 촉구 촛불집회에 남양유업 갑질 피해자 대리점주 A씨가 연단에 올랐다. 기자는 촛불집회를 취재중이었다.

이런 그에게 남양유업은 투쟁하는 대리점보다 더 많은 할인과 혜택을 주겠다며 ‘상생 협약서’에 서명을 권유했다. 그는 일단은 회사를 살려놓고 보자는 생각으로 회사를 믿고 사인을 했다. 이후 강경 투쟁을 하던 피해 대리점주들을 보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고 그는 회사에 피해보상을 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돌아온 대답은 “전에 있던 미수금을 다 내십시오”라는 대답이었다. 당시 그의 미수금은 3억원이었다.

미수금을 낼 수 없는 상황이었던 그에게 남양유업은 각종 내용증명과 함께 상품공급이 중단됐다. 실제로 그는 밀어내기의 피해자이기도 했다. 밀어내기로 인해 상당히 많은 빚을 질 수밖에 없었고 현재 누적된 그의 빚은 8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온 국민이 알만큼 떠들썩한 갑질 파문 속에서 설마 회사가 거짓말을 하겠는가 생각하고 회사를 믿고 상생협약서에 사인을 했는데 결국 저는 두 번이나 속았다”면서 남양유업을 “돈 만 보는 기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고발을 준비 중이라고도 했다. 상생을 외면한 남양유업의 갑질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남양유업의 '아이꼬야 우리아이주스 레드비트와 사과' 제품에서 곰팡이가 발견돼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회사측에서 해당 제품의 판매를 전면 중단하겠다고 18일 밝혔다.

판매를 중단하는 제품은 카토캔 용기를 사용한 아이꼬야 우리아이주스 제품이다. 남양유업은 해당 제품에서 곰팡이가 발생한 이유에 대해 내·외부 전문기관과 함께 조사를 진행했으나 제조과정 중에서는 어떠한 문제점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배송과 운송과정 중 외부 충격으로 인해 핀홀(Pin Hole)현상이 발생했고, 이곳을 통해 내용물과 외부공기가 접촉하면서 곰팡이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했다. 원인 규명에도 불구하고 해당 제품의 판매를 전면 중단한 것은 특수종이 재질로 만들어진 카토캔 포장재의 내구성이 부족해 배송 및 운송과정 중 또 다시 외부 충격으로 파손될 우려가 있어서다.

남양유업의 잡음은 곰팡이 문제 뿐만이 아니였다. 2013년 남양유업의 직원이 대리점주에게 심하게 욕설을 퍼부은 녹음파일이 공개돼 이른바 시초의 ‘갑질’ 파문이 일었다. 이후 남양유업의 공식적인 사과, 공정거래위원회의 124억 과징금 부과, 상생협약 등 적절한 조치로 사태는 일단락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그 파장은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2015년 9월 남양유업은 국정감사의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제가 된 것은 밀어내기 증거를 은폐했다는 의혹이었다. 당시 한 점주가 밀어내기 피해 근거로 예전에 쓰던 컴퓨터에서 자료를 확보해 당시 민병두 의원에게 제출한 것이다. 국정감사 회의록을 살펴보면 남양유업 대리점이 사용하는 주문 프로그램인 PAMS는 본사에서 자동 업데이트하면 이전 기록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결국, 해당 대리점주는 피해를 주장하려면 증거자료가 있어야 하는데 궁여지책으로 예전에 쓰던 컴퓨터에서 밀어내기 했다는 기록을 찾아낸 것이다. 당시 민병두 의원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2014년 7월에 발주기록이 남아 있는 ‘로그기록’ 자체를 삭제하고 2015년 3월 대리점주들의 PC에 대해서 복구 자체도 안 되도록 설계된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이러한 의혹에도 2016년 5월 공정위는 최초에 부과했던 과징금 124억원을 재산정해 5억원으로 대폭 줄여 최종 확정했다. 결정이 이렇게 늦어진 이유는 남양유업이 과징금액이 부당하다며 법원에 취소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결국, 법원도 공정위도 남양유업의 편을 들어준 셈이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여전히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금방 이해가 되지는 않는 대목이다.

남양유업 측은 “공정위와 검찰이 무혐의 판결을 했다”며 “주문 시스템도 다 개선해 공정위나 검찰에서도 그 노력을 인정한 것으로 본다”는 입장이다. 밀어내기 피해 대리점주들에 대한 보상도 “모두 보상했다”는 입장이다. 그들은 2013년 이후 불매운동 등으로 경영 상태가 악화됐지만 2016년에는 높은 순이익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7년에는 다시 영업실적이 후퇴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남양유업이 아직도 ‘갑질’ 낙인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지난 4월에는 남양유업 분유에서 이물질이 발견돼 소비자들의 불만을 샀다. 지난 6월에는 냠양유업의 경영악화 속에서도 오너인 홍원식 회장의 보수(배당금)는 계속 증가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당시 남양유업은 '백미당'을 자체 브랜드로 소비자들에게 평가받고자 남양유업 브랜드를 별도로 표시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일각에서는 남양유업이 불매운동을 이어가는 소비자들을 의식해 브랜드 이미지를 감추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요즘은 이미지의 시대다. 기업도 이미지로 먹고 산다. 남양유업이 기나긴 갑질 낙인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꼼수 이미지 쇄신이 아닌 진짜 이미지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에 귀를 기울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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