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이종범 기자] 한국은행이 지난 22일 2018년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3만1000달러(약 3500만 원)를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힌 것과 관련, 국민이 느끼는 ‘체감 소득’과의 괴리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우리나라가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에 접어든 지 12년 만인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인구가 5,000만명 이상이면서 소득 3만달러를 넘는 ‘30-50 클럽’ 국가로는 세계 7번째다.
세계 최빈국에서 출발한 대한민국의 소득 3만달러 진입은 명실상부한 선진국의 ‘인증 마크’란 점에서 분명 자부할 성취이다. 다만 3만달러 시대를 맞는 국민들의 만족도나, 향후 더 높은 곳(소득 4만달러)에 도달하리란 확신이 지금의 한국 경제엔 부족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2% 대로 내려앉은 지난해 성장률, 고용-수출 부진 등 악재 선명
당장 2%대로 내려앉은 지난해 성장률이나, 고용과 수출 부진 등의 악재가 선명하다. 여기에 날로 커지는 소득불평등, 늙어가는 산업구조, 저출산ㆍ고령화 부담 등은 우리 경제의 추가 도약을 단단히 발목 잡고 있다. 자칫 우리보다 먼저 소득 3만달러 시대를 열고도 더 이상 전진하지 못한 채 좌초한 나라들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문재인 정부 들어 오히려 양극화가 심화하는 등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한 소득 불평등 현상이 더 두드러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국민총소득 중 기업·정부 소득의 비중 증가, 국민의 연금 부담 정도, 환율 상승 등 복합적인 이유가 있는데도 무조건 소득 불평등이 심화한 지표로 해석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을 산술적으로 4인 가족에 대비할 경우 연 12만4000달러(1억4000만 원)를 벌어야 평균 수준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이는 국민총소득을 단순히 가계소득으로만 오인한 데 따른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총소득에는 가계소득 뿐만 아니라, 정부와 기업소득도 함께 포함돼 있다. 지난 2017년 기준으로 국민총소득에서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4.5%, 가계 비중은 61.3%였다.
기업과 정부 소득이 상대적으로 더 증가하면 가계 비중 줄어들어
따라서 기업과 정부 소득이 상대적으로 더 증가하면 가계 비중은 줄어드는 것이고, 가계소득이 줄어들더라도 기업과 정부 소득이 늘어날 경우 1인당 국민총소득이 증가하는 결과도 나타날 수 있다.
환율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1인당 국민총소득은 ‘(명목 국내총생산(GDP) + 국외순수취요소소득) × 환율 ÷ 인구’의 공식으로 정해진다. 지난해 연평균 환율은 1달러당 1130원에서 1101원으로 원화 강세를 보였다. 즉, 달러로 환산한 1인당 GNI는 원화보다 더 늘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국민총소득 증가와 국민의 가처분소득(가계총처분가능소득) 증가는 별개의 문제라는 이유도 있다. 가계 소득에서 정부에 내야 하는 세금과 연금, 가계대출에 따라 금융권에 내야 하는 이자 등이 늘어나면 가처분소득은 가계소득 등 국민총소득이 늘어나더라도 거꾸로 줄어들 수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세수가 늘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가계 소득 중 상당액이 세금과 연금납부액 등을 통해 정부 소득으로 넘어갔을 것으로 보인다.
한은 관계자는 “국민의 체감 소득이 떨어지는 것을 오로지 소득불평등 때문으로 보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