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은 최저임금 '꼼수'…자영업자는 '한숨'
기업들은 최저임금 '꼼수'…자영업자는 '한숨'
  • 박미연 기자
  • 승인 2019.02.21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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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 부평공장 하청업체인 태호코퍼레이션 노동자 A씨의 올해 1월 월급명세서
한국지엠 부평공장 하청업체인 태호코퍼레이션 노동자 A씨의 올해 1월 월급명세서

[서울이코노미뉴스 박미연 기자] 올해 1월부터 적용된 최저임금 상승 부담을 낮추기 위한 기업의 꼼수로 임금 실수령액이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줄어드는 역효과가 나타났다는 현장 목소리가 속출하고 있다.

최저임금은 전년 대비 10.9% 오른 시급 8천350원이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174만5천150원이다. 지난해보다 월 17만1천380원 인상됐다. 노동자 월급도 17만원 올랐을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지난해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올해부터 매월 지급하는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가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산입범위 확대와 사업주들의 꼼수가 맞물리면서 최저임금은 올랐지만 '내 월급은 그대로'인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현장투쟁 복원과 계급적 연대 실현을 위한 전국노동자모임' 주최로 20일 오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최저임금의 역습 사례발표'가 열렸다. 한국지엠 부평공장 비정규직과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현대그린푸드 조리노동자, KEC 노동자들이 참여해 자신들의 월급 명세서를 공개했다. 한국지엠 부평공장 하청업체인 태호코퍼레이션 노동자 A씨의 올해 1월 월급명세서에 찍힌 금액은 215만1천67원이다.

지난해(213만4천17원)와 비교해 1만7천50원 올랐다. 태호코퍼레이션은 전년 대비 기본급(131만6천700원)을 동결하는 대신 생산장려수당·복지수당·보건수당·라인수당을 각각 7~67% 올렸다. 기본급을 올리면 성과금이 따라서 인상되니 기본급 대신 수당을 올린 것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성과금은 반으로 줄여(21만9천450원→10만9천725원) 수당 인상 효과를 없앴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조정으로 A씨의 지난해와 올해 월급 차액은 1만7천50원에 그쳤다.

태호코퍼레이션만 그런 게 아니다. 해마다 상여금을 삭감해 한때 600%였던 상여금을 100%만 남긴 곳, 설귀향비를 삭감한 곳, 상여금을 전액 월할지급으로 변경한 곳 등 한국지엠 1·2차 하청업체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최저임금 인상 무력화를 시도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상여금 쪼개기’는 아예 새로운 임금 풍속도가 되고 있다. 한국지엠부평 비정규직노조에 따르면 사내 하청업체 태호의 2019년 기본급 인상률은 0%다. 사측은 성과금을 50% 삭감해 이를 통상시급에 포함되는 각종 수당에 나눴다. 현대자동차(울산) 하청업체 3곳 노동자들도 올해 기본 시급은 6758~7964원 수준으로 전년과 동일하다. 대신 격월로 100% 지급받던 상여금을 월할 50%로 나눠 받아 최저임금을 넘겼다.

권오성 성신여대 법학과 노동법 교수는 “조악하게 개정된 최저임금법 때문에 이런 사례가 명확히 법의 어떤 부분을 저촉하는지 판단할 수 있는 근로감독관이나 검사도 많지 않은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좋은 제도는 쉬운 제도”라며 “준수율을 담보할 수 없는 조악한 법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은 각종 꼼수로 최저임금을 맞추는 반면, 정작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은 자영업자 이다. 서민경제의 주축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시름시름 앓고 있다. 큰 폭의 최저임금 인상에 근로시간 단축, 국내 소비 위축 등으로 매출이 줄어든 데다, 물가상승 등 각종 경상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그야말로 절벽으로 내몰리고 있다.

지난해 10월 기준 우리나라 자영업자 수는 567만명으로, 전체 취업자 중 21.3%를 차지한다. A씨처럼 돈을 받지 않고 함께 일하는 무급가족종사자 까지 포함하면 자영업자 비중은 25.4%에 치솟는다.   문제는 자영업의 어려운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이 시간당 8천350원으로 오른 데다, 주당 5시간 이상 일한 근로자에게 하루 치 주휴수당을 지급하되 주휴수당 산정 시 최저시급을 적용하도록 한 데 따른 결과다. 이 경우 최저임금 근로자의 실질 시급은 1만20원이 된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올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경기침체 가중 등으로 폐업이 더 늘어날 우려가 많다"며 "주휴수당 폐지와 최저임금 차등화, 소상공인 소득보장제 법제화 등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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