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거대재벌 현대차의 '갑질'?...신한-삼성-롯데카드, 수수료협상서 '백기'
[특집] 거대재벌 현대차의 '갑질'?...신한-삼성-롯데카드, 수수료협상서 '백기'
  • 박지훈 기자
  • 승인 2019.03.12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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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대형마트·통신사·항공사 등 협상 줄이어...대기업 힘겨루기에 소비자만 골탕

[서울이코노미뉴스 박지훈 기자] 신한·삼성·롯데카드가 현대차가 제시한 카드 수수료 조정안을 수용하기로 했다. 이들은 가맹계약 해지까지 불사하며 현대차와 대립했으나 조만간 수수료 협상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가맹점 수수료를 둘러싼 현대기아차와 카드사들과의 분쟁이 일단락됐다. 현대기아차의 자동차 카드할부가 마진이 높자 업계 1,2위 신한·삼성카드와 롯데그룹을 끼고 있는 롯데카드 등 3사가 사실상 '백기투항'한 양상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삼성·롯데카드는 기존 현대차가 제시한 조정안을 수용하기 합의했다. 현대차는 지난 8일 수수료율을 종전 1.8% 초·중반대에서 1.89%로 올리는 조정안을 각 카드사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KB국민·현대·하나·NH농협카드가 1.89% 안팎으로 현대차와 수수료 협상을 타결했고 11일에 BC카드도 현대차의 조정안을 수용했다.

신한·삼성·롯데카드는 10일까지 협상을 타결하지 못함에 따라 11일부터 현대차와 계약이 해지됐다. 하지만 다른 카드사들이 잇달아 현대차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협상을 타결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신한카드 등 카드사 임원진은 이날 최종 수수료율을 확정하기 위해 현대차와 만나 막판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으로 카드 수수료 인하를 주도한 금융위원회가 현대기아차에 어떤 조치를 내릴지 관심을 모은다. 이날 협상을 받아들인 카드사 측은 "고객의 불편함을 막기 위해 현대차가 제시한 조정안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수수료율은 앞서 협상을 타결한 카드사들과 비슷한 1.89%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카드사들이 지난달 초 현대차에 밝힌 수수료 인상폭은 0.14~0.15%포인트였다. 기존 1.8% 초중반 수준에서 1.9% 중후반대로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차는 0.02%포인트 이상 올릴 수 없다며 반발했고, 이를 카드사가 받아들이지 않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카드업계, 현대차 같은 초대형 가맹점과의 관계에선 '을'의 입장

결국 KB국민·현대·하나·NH농협·씨티카드 등은 지난 10일 당초 목표치에 못미치는 수준인 1.8%대 후반에서 합의를 이뤘고, BC카드 역시 당초 현대차에 통보한 인상폭에 비해 절반 이상 낮은 수준인 0.04%포인트 수준에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은 카드업계에 이른바 수수료 '역진성'을 해소하라며 현대차와 같은 초대형 가맹점의 수수료를 올려받으라고 주문했으나 카드업계는 애초부터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봤다. 카드업계가 초대형 가맹점과의 관계에서는 '을'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3년 전 수수료율 협상 당시에도 인상 요인이 있었으나 현대차의 수수료율을 사실상 올리지 못했다. 카드사 노동조합이 지난해 적격비용(원가) 재산정 당시 줄기차게 연매출 500억원 초과 초대형 가맹점의 수수료 인상을 법령으로 명문화해 달라고 요구한 것도 이런 배경이 깔려있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가맹점 수수료율을 낮출 때와 같이 이번 인상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점도 이런 결과에 일조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국은 연매출 30억∼500억원 가맹점의 수수료율이 평균 2.18%로, 500억원 초과의 1.94%보다 높은 것은 '부당한 격차'라며 30억∼500억원의 수수료율을 0.22%포인트 낮추는 것을 '유도'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500억원 초과 가맹점에 대해서는 특별한 언급이 없었다. 지난달 카드사와 초대형 가맹점간 수수료 갈등이 불거지자 "대형가맹점이 부당하게 낮은 수수료를 요구하면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처벌할 수 있다"고 경고했을 뿐이었다.

카드업계-현대차간 수수료율, 카드업계 주장으로 마진 0에 가까워

현재 카드업계와 현대차간 논의되는 수수료율은 카드업계 주장으로 마진이 0에 가까운 수준이어서 부당하게 낮은 수수료율이라고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만일 올해 수수료 협상을 무사히 넘긴다고 해도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양측이 만족할 만한 합리적인 협상안을 끌어내지 못한다면 3년 뒤 비슷한 갈등이 되풀이될 수 있다. 카드사들은 3년마다 적격 비용을 따져 가맹점의 수수료 인상 여부를 통보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카드사들은 빠듯해진 살림에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점차 소비자에게 제공했던 무이자 할부나 마일리지 적립, 캐시백 같은 혜택은 줄어들거나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기업들의 힘겨루기에 소비자만 골탕을 먹는다는 비판이다.

카드업계는 이번 현대차와 수수료 협상에서 밀리게 됨에 따라 다른 초대형 가맹점과 협상에서 불리한 입장에 놓이게 됐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동통신 3사와 협상이 남았는데 현대차의 '전례'로 발목이 잡히게 생겼다.

일단 현대차와 카드업계의 갈등은 봉합됐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백화점·대형마트·통신사·항공사 등 생활과 밀접한 업종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이들도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카드 수수료 인상에 반발하고 있다.

카드업계는 중소형 가맹점에서 수수료를 깎아준 만큼 대형 가맹점에서 수수료를 올려 받으려 한다. 반면 대형 가맹점은 "우리가 봉이냐"며 반발하는 형국이다.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이번 현대차와 협상으로 이마트 등 대형마트와 수수료 협상에서 어려운 위치에 앉게 됐다""카드사들이 대형가맹점과의 협상에서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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