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전 국민 '노후자금'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어디까지 허용돼야 하나?
[기획] 전 국민 '노후자금'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어디까지 허용돼야 하나?
  • 손진주 기자
  • 승인 2019.03.21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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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11개 주총에서 '전패'…"‘스튜어드십 코드’ 도입하나 마나 마찬가지" 비판 여론
                       전북 전주시 완산구에 있는 국민연금공단 본사/국민연금공단 제공 

[서울이코노미뉴스 손진주 기자]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약발이 신통치 않다. 최근 잇따라 열린 11개 기업 주총에서 국민연금의 의견과 정 반대로 결론이 났기 때문이다. 승부는 11전 전패. 야심차게 주주권 행사를 공언했던 국민연금의 처지가 초라해졌다는 비아냥이 나올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7월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올해 주총에서 적극적인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만 109조 원을 굴리는 국민연금이니 만큼 재계는 아연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국민연금은 이에 맞춰 지난 13일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 방향을 미리 공시했다. 대상은 14일부터 20일까지 주총을 개최한 23개 기업 중 11개 기업. 이들 기업의 사내·사외이사와 감사위원 선임 등 이사회 구성과 이사 보수한도액 승인 건에 대해 반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결과는 꽤 싱거웠다. 이후 열린 주총에서 국민연금이 반대한 안건들이 원안대로 가결된 것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국민연금은 한미약품이 이동호 전 울산대 의과대학 교수를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으로 재선임하겠다는 안건에 대해 “중요한 거래 관계 등에 있는 법인의 최근 5년 이내 상근 임직원으로 독립성 훼손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현대위아와 서흥, 농심, 신세계, 현대건설의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선임에 대해서도 이해관계에 따른 독립성 훼손 우려로 반대 의견을 밝혔다. 

그리고 LG하우시스와 현대글로비스, 풍산, 현대위아, 서흥, LG상사의 이사 보수한도액 승인 안건에 대해서도 “경영 성과에 비추어 과도하다고 판단된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아세아와 LG하우시스의 정관 변경 안건에 대해서는 각각 “정당한 사유 없이 집중투표제를 배제하고 있다”, “이사회 의장과 CEO의 직책을 정당한 사유 없이 합칠 수 있게 했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 의견을 밝혔다. 

하지만 이들 안건들은 해당 기업의 생각대로 통과됐다.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는 결과다. 

자연히 재계는 안도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당초 국민연금이 주주권 행사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공언하자 해당 기업들은 국민연금이 막대한 지분율을 앞세워 주주권을 행사한다면 기업활동 자체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걱정했다.

특히 올해부터 지분율 10% 이상이거나 보유 비중이 1% 이상인 기업의 전체 안건,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에서 결정한 안건에 대해 의결권 행사 방향을 사전 공시키로 하면서 기업들이 느끼는 압박감은 더욱 커졌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사전 공시는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의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상당수 기업에서 사외이사와 감사는 거수기 역할에 불과한 현실에서 국민연금이 선의를 갖고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반면 재계는 연기금 결정권을 가진 주체가 기업을 움직일 수 있다는 점에서  ‘연금사회주의’라고 경계한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 정책 기조에 따라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방향이 결정될 수 있다”면서 “취지는 이해하지만 과도한 경영 개입이 기업 활동을 저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기업 주총에서 국민연금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스튜어드십 코드의 실효성이 낮다고 평가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의견이 다수다. 시작에 불과할 뿐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전문가는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 방안을 사전 공개하는 것은 실효성 차원을 떠나 그 자체로 긍정적”이라고 강조하고 “국민연금의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고, 기업과 다른 주주들에게도 참고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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