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이종범 기자] 기름값, 채소류 가격 하락으로 소비자물가가 3개월 연속 0%대를 기록했다. 가격 변동 폭이 큰 석유류 등을 빼더라도 물가 상승 폭은 크지 않았다. 저물가가 지속될 경우 경기 하강→물가 하락→경제활동 위축으로 이어지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통계청이 2일 공개한 '2019년 3월 소비자물가동향' 자료를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4.49(2015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0.4% 상승했다. 이는 2016년 7월(0.4%) 이후 2년 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상승률이 이보다 더 낮았던 때는 1999년 7월(0.3%)이다.
전년 동월과 비교한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작년 12월에는 1.3%였는데 올해 1월 0.8%, 2월 0.5%에 이어 3개월 연속 1% 미만에 머물렀다. 올해 1분기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0.5%로 분기별 통계가 제공되는 196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농축수산물 물가는 전년 대비 0.3% 하락했다. 특히 채소류 가격이 12.9% 떨어지면서 전체 물가를 0.21%포인트 끌어내렸다. 올해 기상여건 호조로 출하량이 늘면서 가격을 낮췄다. 세부 품목별로는 배추(-46.4%), 무(-51.1%), 양파(-30.3%), 파(-30.6%) 가격이 크게 하락했다.
서비스 물가 상승률도 1.1%로 전월(1.4%)에 비해 둔화됐다. 공공서비스 물가가 0.3% 하락했다. 통신비 감면, 건강보험 적용 확대 등으로 휴대전화료(-3.2%), 입원진료비(-1.7%)가 전년보다 낮아진 영향이다.
통계청은 4월까지 소비자물가지수 상승 폭이 0%대에 머물다가 하반기에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복지 정책 강화, 유류세 인하 등 공급 측면을 제외하고 수요 측면에서 보더라도 전반적으로 경기 힘이 떨어지는 상황이 물가에 반영됐다"며 "당장 디플레이션에 빠질 정도는 아니지만 저물가가 지속될 경우 디플레이션 리스크는 커진다"고 말했다.
한은 관계자는 디플레이션 우려에 대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당분간 1%를 밑도는 수준에서 등락하다가 하반기 이후 1%대 중반을 나타낼 것"이라며 "근원물가 역시 당분간 1% 내외 수준을 보이다가 완만하게 상승해 연평균 1.4%를 기록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물가가 석 달 연속 1% 미만의 안정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앞으로도 가격 변동이 큰 품목을 중심으로 물가 불안요인에 대한 모니터링을 계속하면서 물가관계차관회의 등을 통해 물가 안정 기조 정착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