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김준희 기자] 노후 생활의 필수 연금으로 불리는 퇴직연금이 지난해 평균 수익률 1.01%로 뚝 떨어졌다. 2005년 12월 퇴직연금 제도가 본격 도입된 이후 역대 최저 수준이다.
지난해 물가상승률 1.5%까지 감안하면 실질 수익률은 사실상 마이너스로 떨어져 노후 준비에 비상등이 켜졌다.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8년도 퇴직연금 적립 및 운용 현황’에 의거해 지난해 말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총 190조원으로 집계됐다. 전년(168조4000억원) 대비 21조6000억원(12.8%) 증가한 것이다. 하지만 퇴직연금 연간 수익률은 1.01%로 전년(1.88%)보다 크게 악화됐다.
회사가 운용을 책임지는 확정급여(DB)형의 수익률은 1.46%로 은행 정기예금(2018년 말 기준 1.99%)보다 낮다. 개인이 직접 운용 지시를 내리는 확정기여(DC)형은 이보다 더 낮은 0.44%, 개인형 퇴직연금(IRP)은 마이너스 0.39%에 그쳤다. DC형과 IRP의 수익률이 DB형보다 더 저조한 것은 증시 부진 탓으로 풀이된다. 중장기 수익률도 저조했다. 지난 5년간(2014~2018년)의 연 환산 수익률도 1.88%에 불과하다.
퇴직연금 가입자들은 원리금 보장상품 위주의 보수적인 운용 행태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기준 적립금의 90.3%는 원리금 보장상품으로 운용됐고 9.7%만이 실적 배당형 상품으로 운용됐다. 1%대에 불과한 수익률 중에서 금융회사가 적립금의 0.47%를 수수료로 떼어가는 셈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낮은 수익률을 감안할 때 연금 가입자가 체감하는 수수료 수준이 너무 높은 경향이 있다”며 “수수료 합리화와 수익률 제고를 위해 일단 각종 정보 공시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정혁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퇴직연금 원리금보장형은 예금, 실적배당형은 주식으로만 운용되는 것이 문제”라며 “장기 수익률을 높이려면 미국 대학기금처럼 해외 대체투자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