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아시아나항공 어디로?(下) 매각결정으로 금호아시아나그룹 '해체' 수순
[기획] 아시아나항공 어디로?(下) 매각결정으로 금호아시아나그룹 '해체' 수순
  • 김보름 기자
  • 승인 2019.04.15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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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산업 이사회 15일 매각 결정…31년만에 금호 품 떠나 SK·한화·애경 등 인수 경쟁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서울이코노미뉴스 김보름 기자] 재계 25(지난해 자산총액 기준)인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으로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는다. 핵심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이 떨어져나가면 한때 재계 7까지 올랐던 금호그룹은 중견그룹 수준으로 쪼그라드는 것이다.

그룹 재건을 위해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등 '대어'를 놓고무리한 인수전에 나선 박삼구 전 회장의 과욕이 결국 그룹 해체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총수의 독단을 막을 장치가 없는 한국재벌 체제의 구조적 문제점이 드러났다는 평가도 나온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15일 금호산업 이사회 의결을 거쳐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33.47%(6868만8063주)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시장 가격으로 3000억원에 해당한다이에 따라 금호아시아나는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위한 매각 주간사 선정,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등 매각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정부에서 추진한 제2의 민간항공사 설립에 금호그룹이 선정, 1988년 2월 서울항공으로 첫 걸음을 뗐다. 설립 6개월 후 사명을 지금의 아시아나항공으로 바꿨다.  아시아나항공은 설립 31년 만에 금호아시아나그룹의 품을 떠나게 됐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위기, 지난 200664천억원 들인 대우건설 인수서 시작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위기는 2006년 대우건설 인수에서 시작됐다. 당시 박 회장은 대우건설 인수에 64천억원을 들였다. 적정가를 넘는 돈을 쏟아부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대우건설의 기업가치가 떨어지면서 채권단의 압박이 거세졌다.

결국 인수 3년 만인 2009년 대우건설을 되팔 수밖에 없었다. 대우건설 인수로 촉발된 유동성 위기가 그룹 재무구조를 뒤흔들면서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는 워크아웃을 신청하고, 금호석유화학과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과 구조조정의 일종인 자율협약을 맺었다.

박 전 회장은 2009년 회장직에서 물러났지만 이듬해 복귀한다. 그는 또다시 그룹 재건에 매달리며 무리수를 둔다. 20157300억원을 동원해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금호산업 재인수에 나선 것이다. 인수자금 마련 과정에서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은 급격히 부실화할 수 밖에 없었다.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의 별도기준 부채비율은 814%. 지난해 이자비용만 1634억원이었다. 올해 안에 갚아야 할 부채도 13000억원에 이른다. 회사보다 총수 일가를 위한 그룹 재건이 목표였던 셈이다.

시아나항공 매각으로 금호그룹은 해체 수순을 밟게 됐다. 아시아나항공은 금호그룹 전체 매출액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계열사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아시아나항공의 지난해 별도기준 매출액은 62012억원으로, 이는 금호그룹 전체 매출액인 97329억원의 63.7%에 이른다.

아시아나항공 자회사인 아시아나아이디티(IDT)·에어서울 등까지 포함한 연결기준 매출액 비중은 그룹 전체 매출액의 73.8%(71834억원)까지 올라간다.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까지 함께 매각되면 그룹 전체 매출의 70% 이상이 빠져나가는 셈이다.

금호그룹은 중견그룹으로...아시아나항공 매각, 지분 보유 계열사들 통 매각 검토

그룹의 자산 규모도 크게 떨어지면서 금호그룹은 중견그룹으로 내려가게 된다. 지난해 말 기준 114894억원인 그룹 총자산에서 아시아나항공(69250억원)을 빼면 45644억원에 그친다. 공정거래위원회 공시대상기업집단 기준(자산총액 5조원 이상)에서도 빠진다. 지난해 자산총액 기준 재계 55위 금호석유화학(58000억원), 60위인 한솔(51000억원)에도 못 미치는 액수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방안으로는 아시아나항공이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들의 통 매각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은 에어부산(44.17%) 아시아나IDT(76.25%), 아시아나에어포트(100%), 아시아나세이버(80%), 아시아나개발(100%), 에어서울(100%)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금호산업이 보유 중인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내놓으면서 계열사들에 대한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여 매각할 경우 전체 매각가격은 1조원 이상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아시아나항공이 매각되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건설회사인 금호산업과 금호고속, 금호리조트 등 3개 계열사만 남게 된다. 그룹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아시아나항공이 떨어져 나가면 금호그룹 매출은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드는 등 중견기업 수준으로 사세가 축소된다. '그룹'이라는 이름을 붙이기가 민망한 수준이 된다. 한때 재계 7위로 '10대 그룹' 반열에 올랐던 회사의 위상도 60위 밖으로 밀려날 것으로 보인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박 전 회장이 '금호고속→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으로 수직계열화해 지배하는 구조다. 박삼구 전 그룹 회장이 최대주주인 금호고속은 금호산업의 지분 45.30%를 보유하고 있다.

6~7개  대기업 아시아나 인수 검토...롯데, CJ, 신세계, 호텔신라도 후보

한편 6~7개 대기업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 한화, 애경그룹 등이 유력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롯데, CJ, 신세계그룹, 호텔신라도 복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우선 SK그룹이 첫손가락에 꼽히고 있다. SK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설은 지난해 7월부터 흘러나왔다. 당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그룹 최고의사결정기구 수펙스추구협의회에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정식 제안했고, 전략위원회에서 공식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근 최남규 전 제주항공 대표를 수펙스추구협의회 글로벌사업개발담당 총괄부사장으로 영입했다는 것도 인수설에 힘을 보태고 있다. 

업계에선 SK가 향후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뛰어들 것을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 SK그룹은 지난해 SK하이닉스가 20조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등 자금력이 충분한데다 인수 이후 상당한 수익을 예상할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쉽게 포기하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한화그룹도 강력한 경쟁자로 지목된다. 한화그룹은 국내 유일 항공엔진 제조 기업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계열사로 두고 있는데다 지난해 LCC 에어로케이에도 재무적투자자로 참여했다가 항공운송사업 면허 반려로 투자금을 회수한 적이 있다. 이 때문에 항공사 M&A마다 매수 후보로 거론된다.

국내 1위 LCC 제주항공을 가진 애경그룹도 유력하다. 제주항공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2위 대형항공사를 인수하게되면 그룹이 한단계 도약할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항공이나 애경그룹이 자금력은 부족하지만 전략적 투자자나 재무적 투자자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인수전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있다.

신세계그룹도 항공 산업 진출에 관심을 갖는다. 지난 2015년 아시아나항공 최대주주 금호산업이 매물로 나왔을 때 인수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난 2017년에도 티웨이항공 인수를 위해 최대주주 예림당과 협상을 했지만 무산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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