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의 이슈파이팅] “아직 대한민국은 살만한 나라이다. 돈없어 밥굶는 사람에게 밥사먹으라고 돈주는 경찰. 당신은 진정한 대한민국의 훌륭한 경찰입니다.”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을 훔친 취준생에게 2만원을 건넨 경찰이 한 달 뒤 겪은 일이라는 기사에 달린 댓글이다. 모처럼 훈훈한 소식에 희망을 읽는다. 삼각김밥이라는 제목을 보고 클릭했다가 사건의 전모를 알게 됐다.
칭찬은 또 이어진다. “강남경찰서와 많이 다르네요. 경․검․사법부에 불신이 가득할 때 일산경찰서 경사님께서는 미래가 있는 젊은 청년에게 정직함과 남의 것을 탐하는 건 죄라는 걸 일깨워 주셨고 살아갈 희망을 주셨어요. 훌륭하십니다. 경사님이시면 호봉수가 몆년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급여가 팍팍하실텐데요. 존경합니다. 일산경찰서 경사님!~~~” 이처럼 경찰관이 여유가 있을 리는 없다. 선한 마음이 있었기에 지갑을 열었다고 본다.
삼각김밥을 훔쳐 경찰에 붙잡힌 취업준비생이 자신에게 2만원을 건네며 타이른 경찰관에게 돈을 갚겠다며 첫 월급을 타자마자 찾아온 사실이 22일 알려졌다. 이 취업준비생은 “이 돈을 꼭 갚기 위해 한 달간 열심히 일했다”고 말했다. 경기 일산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6일 고양시 일산서구의 한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을 훔친 혐의로 A씨(28)가 신고됐다. A씨는 현행범이었던 셈이다.
폐쇄회로TV(CCTV) 확인 결과 A씨는 닷새 전에도 이 편의점에서 조각 케이크 하나를 훔친 사실까지 밝혀져 절도죄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당시 취업 면접을 준비 중이던 A씨는 “생활고로 며칠 동안 제대로 된 식사 한 끼를 하지 못해 배고파서 편의점에 들어갔다가 훔치게 됐다”고 진술했다. A씨가 훔친 조각 케이크와 삼각김밥의 가격은 총 4500원이었다.
A씨의 사연을 들은 일산경찰서 강력2팀 이승동 경사는 조사를 마친 뒤 지갑에서 2만원을 꺼내 A씨에게 건넸다. “정직하게 살라는 의미로 빌려주는 것”이라는 말도 함께 했다. 그로부터 한달여가 흘렀다. A씨는 지난 17일 경찰서를 찾아왔다. 그사이 직장을 얻어 첫 월급을 타게 된 A씨가 이 경사에게 돈을 갚겠다며 음료수까지 사 들고 나타난 것. 이 경사는 외근 중이어서 직접 만나지는 못했다.
이 같은 사연은 A씨가 일산경찰서 홈페이지에 올려 알려지게 됐다. A씨는 “일주일 넘게 한 끼도 제대로 먹지 못했던 저는 그만 부끄러운 나쁜 범죄를 저질렀다. 담당 형사님께서 ‘아무리 힘들어도 범죄는 안 된다’는 깊은 뉘우침을 느끼게 해줬다”면서 “취조가 끝나고 딱히 벌이가 없던 제게 (이 경사가) 정직하게 살라는 의미로 빌려주는 거라며 2만원을 주셨고, 그 돈을 꼭 갚기 위해 한 달간 열심히 일했다”고 적었다.
그렇다. 사람은 누구가 실수를 할 수 있다. 이 청년처럼 뉘우치고 열심히 살면 된다. 이 경사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당신은 진정한 민중의 지팡이입니다”. 청년과 경찰관의 인연은 두고두고 회자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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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