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의 이슈파이팅] 적어도 이건희 회장이 경영할 때는 삼성에 이런 일이 없었다. 그런데 이재용 부회장이 사실상 지휘봉을 잡은 이후 대형 사고가 두 번이나 터졌다. 갤럭시노트7 발화 사건도 그렇고, 이번 갤럭시폴드 출시 연기 건도 중차대하다. 병상의 이건희 회장이 벌떡 일어날 것 같다. 이처럼 큰 사건이 거푸 터졌는데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능력을 의심할 수 밖에 없다. 물론 이 부회장의 직접 책임은 아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룹 총수로서 일정 부분 책임은 있다고 하겠다. 나는 노트7 발화사건이 터졌을 때 이 부회장이 사과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당시는 지금보다 훨씬 파장이 컸었다. 삼성이 큰 손해도 입었다. 그 때도 수습이 먼저라고 했다.
나는 고동진 사장을 모른다. 하지만 그의 능력을 다시 평가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갤럭시폴드는 그의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국제적 망신을 당했다. 미국 언론을 탓할 수 만도 없다. 오히려 국내 언론은 조용하다. 삼성에 길들어져 있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우리 언론도 신랄해야 한다. 문제가 있으면 비판하는데 머뭇거리지 말아야 한다.
메이저도, 마이너도 삼성 앞에 서면 작아진다. 알아서 긴다고 할까. 삼성이 발표하는 것만 받아쓰는 실정이다. 최근 관련 기사를 유심히 봤다. 국내 언론 가운데 삼성을 신랄하게 비판한 곳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시피 하다. 이게 우리 언론의 실상이다. 기업이 잘못하면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 그래야 기업의 몸집도 강해지고, 경쟁력도 생긴다.
나 자신은 삼성에 무척 비판적이다. 삼성에게서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느낄 수 없고, 더러 삼성으로부터 갑질을 당했다는 소리도 많이 들었다. 물론 나도 삼성의 피해자다. 오풍연 칼럼을 통해서도 한 번 얘기한 바 있다. 삼성이 개인 SNS까지 뒤졌다고. 삼성이 그 정도의 실력(?)이라면 신상필벌도 확실히 해야 한다.
이재용 부회장의 리더십이 뿌리를 내리지 못해서 그럴까. 대형사고에 책임을 물었다는 얘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두 사건은 기강해이로 볼 수 있다. 사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최첨단을 달리는 정보기술(IT) 기업에서 상식 밖의 사고가 터진 것이다. 이번에는 삼성의 설명도 어설펐다. 호기심 있는 소비자들은 삼성을 골탕 먹이기 위해서도 지적된 문제들을 따라할 수 있다. 그런 것을 간과하면 안 된다.
내가 보는 견해는 이렇다. 이재용 부회장 자신을 질책하지는 못할 것이다. 고동진 사장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본다. 또 수습이 먼저라고 얘기할까. 그러는 사이 삼성의 신뢰도는 떨어지게 된다. 미국도, 중국도 쾌재를 부를 것이다. 경쟁 사회의 법칙이 있다. 남의 불행이 곧 나의 행복이라고. 지금 그런 형국이 아닌가 싶다. 삼성도 바뀌어야 한다. 이재용 부회장부터. 그렇지 않으면 더 큰 위기가 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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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