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이종범 기자] '인보사 사태' 발생 이후 50여일이 지났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늑장 대처에 시민단체들이 단단히 뿔났다. 시민단체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감사원의 특별수사와 수사기관의 수사, 국회차원의 청문회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윤소하 의원(정의당)은 국회 정론관에서 건강과대안·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과 함께 인보사 사태에 대한 실질적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윤 의원과 시민단체들은 “허가 내용과 다른 세포로 임상이 진행된 제품인 만큼 허가 취소부터 이뤄져야 했지만, 오히려 식약처가 회사 측 입장을 옹호하면서 진실 규명의 속도감은 물론 신빙성까지 떨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식약처를 믿을 수 없기 때문에 이 조사에 식약처가 아닌 보건복지부와 검찰의 강도 높은 조사 및 수사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먼저 품목 허가를 취소해야 되고, 제품을 수거해야 함에도 사태 50여일이 지나서야 현지 실사에 돌입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식약처 방식”이라며 “인보사를 개발한 코오롱생명과학의 미국 자회사 코오롱티슈진에 대해 어제 현지 실사에 들어간 것은 시간 끌기와 늑장 대응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윤소하 의원 “인보사 사태는 세계 최초라는 미명 아래 국민 전체를 속인 사건
윤 의원 역시 “인보사 사태는 세계 최초라는 미명 아래 국민 전체를 속인 사건이라며 “50여일이 지나도록 무엇 하나 제대로 밝히지 못한 식약처의 행태 역시 고의적인 늑장 대응이 아닌지 의심스러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건강과대안 김병수 연구위원(성공회대 교수)은 “3월 말 시판 정지 이후 4월 중순에야 나온 중간 결과 발표 등을 비롯해 현재 식약처가 진행 중인 조사는 마음만 먹으면 2~3일이면 끝날 수 있는 조사”라며 “그럼에도 식약처는 시간을 끌고 있으니 증거조작˙인멸이 있기 전에 검찰의 압수수색과 복지부 차원의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형준 사무처장은 “인보사 사태가 발생했을 때 당연히 바로 허가가 취소될 줄 알았다”며 “그러나 식약처는 코오롱과 공동으로 환자 조사를 한다고 했는데, 신뢰가 깨진 이 기업이 15년간 추적 관찰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 이찬진 집행위원장(변호사)도 “정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하는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이 무엇보다 강조한 것은 ‘책임자 문책과 진상 조사’였다. 이들은 “인보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보건복지부의 R&D사업으로 지난 3년 간 약 110억 원대의 정부지원을 받았다”며 “세포주 변경으로 그간 임상보고서 등의 모든 보고서가 대국민 사기인 것이 확실시된 지금, 국민세금으로 지원된 공작자금의 지원금 전액이 회수돼야 하고 연구진에 대한 법적책임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코오롱 측에 대해서는 “가짜약을 투약한 환자들에 대한 치료비 전액환불은 기본이며 바뀐 세포를 투약한 환자들에 대한 피해배상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면서 “가짜약을 통해 국민과 정부 기관을 기망한 책임도 형사처벌을 포함해 엄하게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들은 ▲ 지난 4월 15일 중간보고 당시엔 검체 확보조차 못한 점 ▲ 인보사 투약 환자들의 추적 관찰을 코오롱 측에 위임한 점 ▲ 의약품 성분(세포주) 변경 사실을 미국 FDA를 통해 확인된 점 등을 거론하며 ‘식약처가 아닌, 정부 차원의 별도 기구를 마련해 이번 사태를 총괄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진상 조사 방법에 대해서는 ▲ 식약처에 대한 감사원의 특별감사 및 수사기관의 수사 ▲ 국회의 ‘인보사 청문회’ 등을 제안했다.
식약처 대변인 "허가취소 사유 되지만, 진위파악 필요해 검사 먼저 착수한 것"
이들은 “인보사의 임상실험 허가 및 시판허가 전반에 대한 직무유기 및 방임, 기업 로비 여부 등을 파악해야 한다”면서 “객관적인 기관의 감사와 수사기관의 전문적인 수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시민단체들은 기자회견 이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인보사 사태에 대한 대대적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한국 제품명 인보사케이주)에 대한 조사 결과를 늦어도 6월 초에는 공개한다.
식약처는 21일 서울식약청에서 정례 브리핑을 열고 인보사 판매중지 관련 진행상황을 보고하고 이같이 밝혔다. 이상수 식약처 대변인은 "코오롱생명과학이 제출한 자료, 식약처 자체 시험 결과, 미국 현지조사를 종합해 최종 처분을 내릴 것"이라며 "빠르면 다음 주, 늦어도 6월 초에는 조사 결과를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허가받은 물질과 다른 물질을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허가취소 사유가 되지만, 진위 파악이 필요했기 때문에 검사를 먼저 착수했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 안전을 위해 판매는 중단했다"며 "그러나 현대 과학에서 세포에 대해 알고 있는 바가 적기 때문에 위법인지, 고의인지, 세포 자체의 작동 원리인지를 모르는 상태에서 처분을 내리기보다 자체조사와 경위 파악이 더 중요하다고 파악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후속조치를 위한 인보사 관련 조사 외에, 식약처는 환자 안전을 위해 장기추적을 진행한다. 이 대변인은 "(인보사) 투여 환자들을 대상으로 15년간 장기추적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라며 "환자들에 대한 정보는 코오롱생명과학도 없기 때문에 400여곳 병·의원의 협조를 얻어 올해 10월까지 모든 투여 환자가 검사받는 것을 목적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