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윤석현기자] 정부는 물가상승률이 넉달동안 '0%'대에 머물고 있다고 발표했지만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물가는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특히 서민들이 평소에 즐겨 찾는 삼겹살·치킨·떡볶이·김밥 등 외식물가는 껑충 뛰어올라 가계에 부담이 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실제물가와는 괴리가 큰 소비자물가지수에 집착하면서 서민들의 분통을 떠트리게 했다.
22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1년동안 서울지역에서 서민들이 많이 찾는 외식메뉴 8개중 7개 가격이 크게 올랐다. 메뉴별로는 김밥이 8.1%로 가장 높았다. 김밥 한줄 평균 가격은 지난달 2369원이다. 이어서 비빔밥(7.6%), 김치찌개(4.5%), 칼국수(4.0%), 냉면(3.1%), 삼겹살(2.9%), 삼계탕(1.1%) 순이었다. 여름을 앞두고 냉면 평균 가격은 8962원으로 1년새 3.1% 올랐다. 서울시내 유명 맛집의 냉면 한그릇 가격은 1만2000~1만7000원까지 올랐다.
특히 치킨가격이 외식물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달 치킨 가격은 지난해보다 7.2% 올랐다. 상승률은 2009년 12월 7.5% 이후 가장 높다.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인 BBQ가 2009년 가격을 올린 후 치킨값은 수년간 1만원대에서 머물렀으나 지난해부터 꿈틀댔다.
지난해 2월부터 4월까지 치킨 소비자물가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은 0%대를 이어가다 5월 들어 2.0%로 뛰었다. 교촌치킨 등 일부 프랜차이즈 업체가 5월부터 배달비를 별도로 받기 시작한 영향이다. 이어 6월부터 10월까지 3%대를 나타내다 BBQ가 주요 치킨 가격을 1000∼2000원씩 올리면서 11월에 상승률이 5.6%로 뛰어올랐다.
생활필수품도 마찬가지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가 서울·경기 420개 유통업체에서 올해 1분기 38개 생필품 가격을 조사한 결과 1년 전보다 21개의 가격이 올랐다. 세탁세제·우유·생수·생리대 등 10개 품목의 평균인상률은 6.6%였다.
문제는 체감물가가 앞으로 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는 것이다. 버스 파업을 무마한 대가로 경기 등 전국 5개 시도의 버스요금 인상이 예고돼 있다. 또 지난 7일부터 유류세 인하폭이 줄어들면서 전국 주유소의 기름값이 계속 오르고 있다.
껑충 뛰어오른 체감물가와는 달리 정부는 '통계상 0%대 물가상승'을 물가안정의 지표로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정부의 공식 물가지표인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달 0.6% 오르는데 그쳐 4개월 연속 0%대에 머물렀다. 1~4월 누적 물가상승률은 0.5%로 통계청이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65년 이래 가장 낮았다.
이처럼 실제물가와 지수물가간에 괴리가 생기는 것은 소비자물가를 산출할 때 가중치가 큰 품목이 서민들이 가격 변동을 민감하게 느끼는 품목과 다르기 때문이다. 가장 가중치가 큰 품목은 전·월세인데 이는 지출빈도가 낮은데다 가격 변동이 심하지 않아서 소비자에게는 체감도가 떨어진다. 반면 식료품이나 외식처럼 매일 소비하는 품목에 대해서는 가격 변동에 민감할 뿐만 아니라 가격이 오르는 것에 더 예민하게 느끼는 경우가 많다.
정부는 앞으로 소비자물가에 교복·교과서·급식비 등 무상 품목을 제외하고 마스크·의류건조기 등을 추가해서 통계착시를 줄이기로 했다. 또 구입빈도가 높고 지출비중이 커 가격변동에 민감한 141개 품목으로 작성된
생활물가지수를 체감물가와의 차이를 좁히기 위해 개편작업을 추진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