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이호진 전 태광 회장 계열사에 김치, 와인 140억원어치 강매
[초점] 이호진 전 태광 회장 계열사에 김치, 와인 140억원어치 강매
  • 이선영 기자
  • 승인 2019.06.17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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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 지분 100% 회사 제품 구매토록 강요...공정위, 19개 계열사 법인도 검찰에 고발
                                               태광그룹 이호진 전 회장 /연합뉴스

[서울이코노미뉴스 이선영 기자] 태광그룹 이호진 전 회장이 총수 일가 지분이 100%인 회사가 판매하는 김치와 와인을 계열사에 고가로 강매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해 검찰에 고발당했다. 태광산업과 흥국생명 등 19개 계열사 법인도 함께 고발됐다.

강매한 김치는 95억5000만원, 와인은 46억원 규모이고 이를 통해 총수 일가가 챙긴 이익은 33억원 이상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김치는 시중 김치보다 2~3배 가량 터무니없이 비쌌지만, 식품위생법 기준 등을 지키지 않은 ‘불량 김치’인 것으로 밝혀졌다.

공정위는 17일 태광그룹 소속 19개 계열사가 총수 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한 티시스의 사업부인 '휘슬링락CC'로부터 김치를 고가에 구매하고, 역시 총수일가의 지분율이 100%인 '메르뱅'에서 합리적 기준 없이 와인을 사들인 사실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이에 따라 이호진 전 회장과 김기유 그룹 경영기획실장, 19개 계열사 법인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1억8000만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2017년 6월 취임 이후 부당지원 또는 사익편취와 관련해 제재를 받은 재벌은 하이트진로, 엘에스(LS), 효성, 대림, 동부에 이어 태광이 6번째다.

이 전 회장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뒤에도 경영기획실을 통해 그룹경영을 사실상 통괄하면서, 휘슬링락CC가 영업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자 2013년 5월 역시 자신의 소유인 시스템통합(SI)업체 티시스에 합병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태광 계열사들, 김치를 회사비용으로 사서 직원들에게 ‘상여금’ 으로 지급

휘슬링락CC는 원래 동림관광개발(총수일가 지분 100%)이 설립한 회원제 골프장이었으나 영업부진으로 고전하다 티시스에 합병됐다.

그러나 여전히 실적이 나아지지 않자, 이 전 회장은 김기유 실장에게 지시해 김치 거래를 통해 실적을 개선시키는 계획을 세웠다. 김 실장은 2014년 4월 홍천 영농조합에 김치 제조를 위탁해 대량 생산한 뒤 각 계열사에 김치단가를 결정하고 구매수량까지 할당했다.

휘슬링락CC의 김치가격은 kg당 1만9000원으로 경쟁사 제품인 대상 깔끔시원 김장김치 6100원, CJ 비비고 총각김치 7600원보다 2~3배 가량 비쌌다. 김치사업의 영업이익률은 43.4~56.2%로 당시 식품업계 평균 영업이익률 3~5%의 11.2~14.4배에 달했다.

그런데도 김치 자체에도 문제가 많았다. 홍천의 영농조합은 식품위생법에 따른 시설기준이나 영업등록, 설비위생인증 등을 준수하지 않아 고발돼, 현재 재판을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태광 계열사들은 김치를 직원 복리후생비, 판촉비 등 회사비용으로 구매해 직원들에게 ‘상여금’ 명목으로 지급했으며, 일률적으로 10kg 단위로 포장해 임직원 주소로 배송했다.

또 계열사가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에 직원 전용 사이트를 구축해 임직원들에게 김치구매에만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를 1인당 19만점(19만원 상당)을 제공한 뒤 김치구매에 사용토록 했다.

                       휘슬링락CC 김치 팸플릿 /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불량 김치' 시가보다 2~3배 비싸게 판매...와인은 2병에 10만원 꼴 거래

태광그룹 계열사들은 2014년 7월부터 2016년 9월까지는 이 전 회장의 부인과 딸이 지분 100%를 갖고 있고 부인이 대표이사를 맡은 계열사인 메르뱅으로부터 와인을 46억원 어치 구매한 사실도 적발됐다.

그룹 경영기획실은 2014년 8월 계열사들에 명절 때 메르뱅에서 와인을 구매해 임직원들에게 지급하도록 지시했다.

이에 계열사들은 사별로 임직원 선물 지급 기준을 개정한 뒤 복리후생비나 사내근로복지기금 등으로 와인을 구입했다.

계열사들은 보통 2병에 10만원 정도로 메르뱅에서 와인을 구매했는데, 와인 가격 등에 대한 합리적 고려나 다른 사업자와의 가격 비교 등은 시도조차 못했다고 공정위는 지적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티시스는 2013년 당기순손실이 71억원에 달했지만, 2014년 순이익 30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해 2015년 115억6000만원, 2016년 160억원 등으로 순이익을 키웠다.

메르뱅도 당기순이익이 2015년 5억7000만원에서 2016년 12억400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공정위 김성삼 기업집단국장은 “태광 계열사들이 2년 반 동안 김치와 와인 구매를 통해 총수일가에 제공한 부당이익이 최소 33억원에 달한다”면서 “이 돈은 이호진 회장과 부인 등 가족들에게 배당, 급여 등으로 지급됐다”고 밝혔다.

한편 티시스가 2018년 4월 인적 분할하여 설립된 티알엔은 지분이 이호진 전 회장 51.8%, 장남 이현준씨가 39.4%로 그룹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위치해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황제보석’ 논란으로 지난해 12월 재수감됐던 이호진 전 회장은 지난 2월 서울고법 파기 환송심에서 206억원의 배임·횡령 혐의 등으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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