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윤석현기자] 경기 부진으로 빚을 내서 사업을 하고 있는 자영업자들이 이자를 제때 내지 못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도소매·음식숙박업 등 자영업자들의 채무상환능력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대출 연체율은 10분기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자영업자들의 채무상환능력은 떨어지고 있지만 대출은 여전히 석달만에 12조원 이상 늘어났다.
한국은행이 20일 발표한 '2019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지난 1분기 0.38%로 지난해 4분기(0.32%)보다 0.06%포인트 올랐다. 이는 지난 2016년 3분기(0.43%) 이후 10분기만에 가장 높다. 이같은 연체율 비중은 가계대출 연체율(0.29%)에 비해서 크게 높은 것이다.
일부 업종은 채무상환능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자영업자의 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을 나타내는 LTI는 도소매업의 경우 2017년 239.4%에서 지난해에는 294.4%로 급증했다. 숙박음식업종도 같은 기간 222.1%에서 255.3%로 크게 늘었다. LTI 비율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소득대비 원리금 상환비중이 커져 채무상환능력을 악화시키는 지표로 해석된다.
자영업자에 대한 대출 증가는 소폭 꺾였지만 증가추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올해 1분기 말 현재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636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말(624조3000억원)에 비해 12조1000억원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11.2%가 늘어, 전년도 말 증가율(13.7%)에 비해서는 소폭 하락했다.
이는 대출 규제강화 때문이다. 대출규제 시행 이후인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월평균 개인사업자대출 신규취급액은 4조1000억원으로 규제시행 이전인 2017년4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에 비해 4000억원 줄었다.
특히 부동산 임대업의 감소폭이 크다. 월평균 신규취급액은 기타업종이 규제시행 전후가 2조6000억원으로 같은데 반해 부동산임대업은 1조9000억원에서 1조5000억원으로 감소했다.
한편, 채무상환능력이 취약한 ‘고위험가구’는 지난해 전체 금융부채 보유 가구의 2.7%(29만8000가구)로 집계됐다. 고위험가구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40% 이상으로 원리금상환 부담이 크고 자산평가액 대비 총부채(DTA) 100% 이상으로 자산매각을 통한 부채상환이 어려운 가구를 뜻한다. 이들 고위험가구가 보유한 금융부채액(58조1000억원)은 전체 금융부채액의 5.4% 규모다.
한은 관계자는 “DSR과 DTA 두 지표로 평가한 고위험가구의 채무상환능력은 전년보다 약화됐다”며 “이들의 특징은 다른 가구 대비 자영업 가구의 부채액 비중, 자산 4~5분위 가구의 임대 부동산 보유 비중, 만기일시 상환 대출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