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윤석현기자] '1만원 대 8000원'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요구안을 싸고 노사 양측간의 입장차가 워낙 커서 심의에 난항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노동계가 두자릿수 인상 카드를 던지자 경영계는 10년만에 최저임금 삭감을 요구하면서 맞불을 놓은 것이다.
4일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3일 열린 제8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에 관한 노사 양측의 최초 요구안을 받아 본격적인 심의에 착수했지만, 밤샘 협상에도 결론을 못 냈다. 이에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은 노사 양측에 수정안을 내달라고 요청했다.
최저임금위는 이날 0시 그 자리에서 제9차 전원회의를 열어 논의를 계속했지만, 결국 합의점을 못 찾고 새벽 2시께 회의를 마쳤다. 최저임금위는 오는 9일 오후 세종청사에서 제10차 전원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노동계는 1만원을, 경영계는 8000원을 제시했다. 올해 최저임금(8350원)을 기준으로 노동계는 19.8% 인상, 경영계는 4.2% 삭감을 요구한 것이다.
사용자위원들은 내년도 최저임금을 삭감한 이유로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 속도 및 높은 수준 ▲높은 최저임금 미만율(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임금을 받는 노동자 비율) ▲실물경제 부진 심화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의 어려움 가중 ▲취약계층의 고용 부진 등을 거론했다.
경영계가 최저임금 삭감을 요구한 것은 2009년 이후 10년 만이다. 당시 경영계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 고통분담을 요구하면서 최초 요구안으로 5.8% 삭감을 들고 나왔다. 그러나 최저임금이 실제로 삭감된 경우는 한번도 없다. 최저임금 삭감은 저임금 노동자 보호라는 최저임금제도 취지에 배치된다는 것이 노동계의 입장이다.
제8∼9차 전원회의에서 근로자위원들은 "경영계의 최저임금 삭감안은 IMF(국제통화기금) 위기 때도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노동자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사용자위원들은 "최저임금이 기업의 지불 능력을 초과했고 경제 상황, 취약 업종 일자리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유급 주휴시간 효과까지 감안하면 4.2% 감액해 최저임금의 안정화가 필요하다"고 맞섰다.
근로자위원들은 지난 2일 제7차 전원회의에서 노동계의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1만원을 제시했다. 올해 최저임금보다 19.8% 인상된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요구안(1만790원)보다는 낮춘 금액으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반대 여론 등을 감안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박준식 위원장은 노사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자 "(노사 양측의) 최초 제시안에 대해 충분한 논의가 진행됐다"며 "차기 회의에서 논의 진전을 위해 수정안을 반드시 제출해달라"고 당부했다.
박 위원장은 경영계가 요구하는 업종별 차등 적용 등 최저임금제도 개선 방안에 관해서는 별도로 논의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노사 양측이 최초 요구안을 제출함에 따라 최저임금위원회는 본격적으로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에 관한 심의에 착수했다.
최저임금 수준 심의는 공익위원들의 중재하에 노사 양측 요구안의 간격을 좁히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노사의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으면 공익위원들은 '심의 촉진 구간'을 제시해 합의를 유도하기도 한다.
올해도 노사의 입장 차이가 워낙 커 합의 가능성은 거의 없고 예년과 같이 공익위원안을 표결에 부쳐 의결할 가능성이 크다. 1988년 최저임금제도 시행 이후 약 30년 동안 최저임금을 합의로 결정한 것은 7번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