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왜 이러나?...비행 중 “술 달라”는 기장 감싸기 급급
대한항공 왜 이러나?...비행 중 “술 달라”는 기장 감싸기 급급
  • 박은경 기자
  • 승인 2019.07.08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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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한 사무장은 되레 강등 조치..승객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로 내부 고발자 압박 '갑질 마인드' 여전
대한항공의 A380-800 [출저=에어버스]
                                             대한항공 A380-800 기종 여객기 [출처=에어버스]

[서울이코노미뉴스 박은경 기자] 대한항공 소속 기장이 비행 도중 술을 요구하는 일이 벌어졌지만, 구두경고만 받고 정상 근무를 계소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기장의 음주 요구를 문제 삼은 사무장은 강등 조치되는 불이익을 당했다.

8일 CBS노컷뉴스 보도에 따르면 대한항공 김모 기장은 지난해 12월 30일 인천공항에서 암스테르담으로 가는 여객기에 오른 뒤 1등석 '웰컴 드링크'(탑승 시 제공하는 음료서비스)로 마련된 음료 가운데 샴페인을 집으려 했다.

승무원이 이를 제지하자 김 기장은 "(샴페인 잔이 아닌) 종이컵에 담아 주면 되지 않냐"고 핀잔을 주고는 다른 음료를 가지고 갔다.
 
하지만 김 기장의 주류 요청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김 기장은 몇 시간 뒤에도 같은 승무원에게 "종이컵에 와인 한 잔 담아주면 안 되겠냐"며 재차 술을 요구했다. 

비슷한 일이 반복되자 해당 승무원은 "비행 중에 술은 절대 마시면 안 된다"고 제지한 뒤 A 사무장에게 상황을 보고했다.

이에 A사무장은 함께 탑승한 다른 기장과 부기장에게도 상황을 알렸다. 다만 사안을 당장 문제 삼으면 비행 안전을 책임지는 김 기장의 심리에 동요가 생길 것을 우려해 착륙 전까지 김 기장에게는 따로 얘기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약속과 달리 부기장이 일련의 상황을 김 기장에게 얘기했고, 이를 알게 된 A사무장이 항의하면서 부기장과 A사무장 사이 거친 언쟁이 오갔다. 

결국 A사무장은 암스테르담 도착 당일 회사에 김 기장의 음주 시도 사실을 정식으로 보고했다.

귀국 이후 회사는 김 기장과 A사무장 등 사건 관계자들을 불러 자체 조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술을 요구했던 김 기장에게는 구두 경고만 내려졌고, 사건을 회사에 보고한 A사무장은 팀장에서 팀원 급으로 강등됐다. A사무장이 부기장과 언쟁하는 과정에서 폭언을 했고, 김 기장 관련 내용을 외부 게시판에 익명으로 올렸다는 이유에서다.

현행법상 기장의 음주는 3년 이하 징역에 처하는 엄중한 사건이지만 대한항공은 "농담으로 한 말이고 실제 음주를 한 것도 아니다"라며 구두 경고에 그쳤다.

더욱이 회사는 해당 사안을 사내 상벌심의위원회에 넘기지 않은 건 물론 관리·감독 당국인 국토교통부에도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김 기장이 빌미를 제공한 건 맞다"면서도 "김 기장과 A사무장 사이 의사소통에 오해가 있어 발생한 사건으로 운항상 안전 저해 요소는 없었다고 보고 사건을 종결 처리했다"고 밝혔다.

이어 "보고서와 진술서에 당시 상황이 모두 기재돼 있어 회사가 사건을 부인할 수도, 은폐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다만 A사무장에 대한 강등은 폭언, 내부문서 외부 유출 등 관리자로서 자질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취한 조치"라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실제 음주 여부를 떠나 술을 요구한 자체만으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교통대 항공운항학과 이근영 교수는 "조종간을 잡는 기장이 알코올 음료를 요구하는 건 당연히 심각한 문제이고 말이 안 되는 일"이라며 "회사 차원의 재발 방지 대책은 물론 처벌과 교육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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