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김보름 기자] 가사도우미를 성폭행한 혐의로 고소당한 김준기 전 DB그룹(옛 동부그룹) 회장은 18일 변호인을 통해 “주치의의 허락을 받는 대로 귀국해 성실하게 조사받겠다”는 뜻을 밝혔다.
경찰이 외교부를 통해 여권 무효화 사실을 미국 사법당국에 통보하고, 법무부에 범죄인 인도 청구를 요청하겠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자진 귀국 의사를 밝힌 것이다.
김 전 회장은 2017년 7월 질병 치료를 이유로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고 있다.
김 전 회장의 경기도 남양주 별장에서 2016년 2월부터 2017년 1월까지 가사도우미로 일했던 A씨는 지난 해 1월 김 전 회장을 성폭행과 성추행 혐의로 고소했다.
자신을 A씨의 자녀라고 밝힌 사람은 지난 16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김 전 회장을 법정에 세워달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A씨는 지난 17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일할 당시) 형편이 너무 안 좋은데, 아이 둘이 학교를 다니고 있어서 바로 신고하지 못했다"고 뒤늦게 고소하고 언론에 폭로한 이유를 설명했다.
A씨는 김 전 회장이 외국에 서너 달 다녀온 뒤 별장 거실에서 음란물을 시청하면서 노골적으로 성폭행을 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A씨는 "처음에는 그냥 가만히 있으려고 했다. 그런데 보름쯤 지나서 저녁에 그런 일이 또 벌어졌다"며 김 전 회장의 반복된 성폭행 행태를 설명했다.
A씨는 가사 도우미를 그만둘 무렵에 성폭행을 당한 상황을 설명하면서 “또 비디오를 봤는지 눈이 벌겋고 막 짐승처럼 보였고, 저도 모르게 밀치면서 소리를 질렀다”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이후 가사 도우미 일을 그만두고 2~3일 뒤 김 전 회장 측 사람을 만났다. A씨는 2200만원정도를 '듣고 본 것을 함구한다'는 조건으로 받았다. 1년 뒤인 2017년 김 전 회장의 여비서가 그를 성추행으로 고소한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김 전 회장을 고소했다.
김 전 회장 측은 A씨와 합의해 성관계를 했다며 맞서고 있다.
김 전 회장 변호인은 “고소인 측은 ‘2017년 1월 해고를 당한 후 해고에 따른 생활비를 받았을 뿐 합의금을 받은 적이 없으며 추가로 거액을 요구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는데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고소인의 주장만 일방적으로 전파돼 피고소인의 인권과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되는 것을 우려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A씨가 이와 관련한 각서도 썼다고 주장했다.
김 전 회장은 2017년에는 여비서를 성추행 혐의로도 고소당했다.
경찰은 김 전 회장이 귀국 의사를 밝힌 것과 상관 없이 국내 송환 절차는 그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법무부를 통해 김 전 회장에 대해 범죄인 인도 청구를 신청하고 체류기간을 늘릴 수 없도록 미 사법부에 김 전 회장의 여권이 무효화된 사실을 곧 통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김 전 회장의 가사도우미 성폭행 건과 여비서 성추행 건 모두 기소중지 의견으로 검찰에 넘긴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