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 나도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의 정계 은퇴를 여러 번 촉구한 바도 있다. 막말에 가까운 얘기를 자주 해서 그랬다. 정치판을 희화화시키는 데도 일조했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오래 정치를 해온 사람답게 맞는 말도 많이 한다. 특히 친정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당에 대해서도 비판을 서슴지 않는다. 이를 꼭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다.
조국 사태를 놓고 여당과 일전을 벌이고 있는 한국당 입장에선 홍준표가 많이 미울 게다. 민경욱 의원은 “내부에 총질을 하지 말라”고 경고하기도 한다. 민경욱도 홍준표와 크게 다르지 않기에 큰 울림은 주지 못하고 있다. 지적을 하더라도 신뢰를 받는 사람이 해야 더 먹히는 법. 정치권에는 도긴개긴이 많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고.
그런 홍준표가 이제부터 당에 대한 고언을 하지 않겠다고 한다. 그는 22일 저녁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을 위한 충고를 ‘내부총질’로 호도하고 있는 작금의 당 현실을 감안하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참 어이없는 요즘”이라며 “이제 한술 더 떠서 3류평론가까지 동원해서 내부총질 운운 하는 것을 보니 더 이상 당을 위한 고언(苦言)은 이제 그만둬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홍준표는 “내가 존재감 높이려고 그런다. 이름 석 자 알리려고 그런다. 내가 지금 그럴 군번인가?”라며 “그런 치졸한 시각으로 정치를 해 왔으니 탄핵 당하고 지금도 민주당에 무시 당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래 이제부터는 당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안 할테니 잘 대처하라. 험난할 것”이라며 글을 맺었다.
홍준표가 정말로 한마디도 안 할지는 알 수 없다. 그동안 말바꾸기를 여러 번 해왔기 때문이다. 그의 성격으로 볼 때 가만히 있지 않을 공산이 크다. 나는 홍준표의 행동을 해당행위로만 보지 않는다. 당에 대한 건전한 비판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 것마저 없으면 당 지도부가 잘 하는 줄 알고 착각한다. 솔직히 지금 한국당 지도부는 역대 최약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황교안은 여전히 아마추어 티를 벗어나지 못했고, 나경원은 이런저런 의혹에 휩싸여 있다.
홍준표는 전날 페이스북에 나경원 아들 원정출산 및 이중국적 의혹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글로 올렸다. 그는 “핵심은 (나 원내대표의)원정출산 여부”라며 “해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서울에서 출생했다고 말로만 하는 것보다 예일대 재학 중인 아들이 이중 국적인지 여부만 밝히면 그 논쟁은 끝난다”고 주장했다. 이는 홍준표의 말이 틀리지 않다. 황교안이 삭발을 함으로써 가발 의혹을 벗었듯이 국민에게 보여주면 된다.
나경원이 거짓말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만의 하나 아들이 이중국적자로 밝혀지면 조국과 다를 바 없다. 나경원 역시 정치판을 영원히 떠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경원은 이 같은 홍준표의 주장에 대해 “언급할 필요성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니까 더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정치 역시 정직해야 한다. 조국 사태가 이를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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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