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 기업의 인수합병(M&A)은 극히 자연스런 현상이다. 자금 여유가 있는 기업은 인수합병을 통해 덩치를 더 키우려고 한다. 새로운 분야로도 진출한다. 인수합병이 꼭 긍정적인 효과만 있는 것도 아니다. 인수합병을 했다가 도리어 회사가 어려워지는 경우도 있다. 금호 아시아나 항공의 대우건설 인수가 그랬다. 그 결과 주력 기업인 아시아나까지 시장에 내놓아야 할 처지다.
내가 우리나라 기업인 가운데 가장 눈여겨 보고 있는 두 사람이 있다. 한 명은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우리나라 바이오시밀러의 신기원을 연 사람이기도 하다. 부자 순위에서도 상위에 올라 있다. 그만큼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는 얘기다. 또 한 사람은 게임 업체 넷마블 방준혁 이사회 의장. 방 의장은 다른 게임 회사 오너와 달리 입지전적 인물이다. 최종 정규 학력은 고졸. 그래서 더 주목받고 있다.
넷마블이 국내 1위 렌털업체 웅진코웨이를 품는다. 1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웅진그룹은 14일 웅진씽크빅 이사회를 열어 웅진코웨이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넷마블을 선정할 계획이다. 지난 10일 치러진 본입찰에는 넷마블과 외국계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베인캐피털 등이 참여했다. 당초 넷마블은 거론조차 되지 않았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뛰어들어 대어를 낚게 된 셈이다.
넷마블은 웅진씽크빅이 보유하고 있는 웅진코웨이 지분 25.08%를 1조8300억원에 인수하겠다고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웅진그룹이 코웨이(지분 22.17%)를 되사들였던 액수(1조6832억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웅진그룹은 이 회사를 다시 사들였다가 자금난에 부닥쳐 또 다시 내놓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웅진 윤석금 회장은 눈물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업계는 게임과 렌털이란 이종 사업의 결합이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지 지켜보고 있다. 넷마블 관계자는 “게임사업에서 확보한 정보기술(IT)을 접목해 스마트홈 구독경제 비즈니스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웅진그룹과 넷마블은 가격과 조건 등 세부사항에 대한 협의를 거쳐 이르면 이달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뒤 연내 거래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웅진코웨이는 국내 정수기·비데·공기청정기 렌털 시장에서 35%의 점유율로 압도적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웅진코웨이의 렌털 계정은 국내에서만 600만 개, 해외를 합치면 700만 개에 달한다. 국내외 2만여 명에 달하는 방문판매 조직(코디)도 거느리고 있다. 렌털업체지만 다양한 유통 채널과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플랫폼 비즈니스 사업자로서 가치가 높다는 평가다. 넷마블이 눈독을 들인 이유다.
방준혁의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게다. 웅진보다 훨씬 큰 넥슨까지 넘봤던 그다. 넷마블은 넥슨 인수전에서 최대 17조원의 자금을 쓰겠다고도 밝힌 바 있다. 그만큼 충분한 실탄을 갖추고 있다는 뜻이다. 웅진코웨이에 이어 또 다른 기업을 삼킬 가능성이 있다. 그의 도전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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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