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암환자들, 개 구충제 '펜벤다졸' 절대 사용하지 말아야"
식약처 "암환자들, 개 구충제 '펜벤다졸' 절대 사용하지 말아야"
  • 이선영 기자
  • 승인 2019.10.28 15:13
  • 댓글 0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펜벤다졸 항암효과는 '사람 아닌 세포·동물 대상 임상결과'로 암환자 사용은 부적절"
고용량·장기간 투여시 혈액·신경·간 손상 등 심각한 부작용 발생할 수 있어 주의 당부
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본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서울이코노미뉴스 이선영 기자] 동물용 구충제 성분 '펜벤다졸'이 일부 말기암 환자들 사이에서 기적의 치료제처럼 취급받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다시 한 번 주의를 당부했다.

28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대한암학회와 함께 동물용 구충제인 ‘펜벤다졸’을 암환자에게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다시 한 번 밝혔다. 

식약처는 “최근 SNS 등을 통해 확산되고 있는 펜벤다졸의 항암효과는 사람이 아닌 ‘세포와 동물’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라고 강조했다.

항암제를 포함한 모든 의약품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안전하고 효과가 있는지 입증돼야 한다. 항암제는 신물질 발견 후 암세포 실험, 동물실험을 거쳐 사람에서 안전한 용량을 확인(1상 시험)하고 암의 종류별로 효과를 확인(2상 시험)한 후 기존 항암제와 비교(3상 시험)해 시판을 하게 된다.

식약처는 “펜벤다졸은 암세포의 골격을 만드는 세포내 기관을 억제해 항암효과를 나타낸다고 알려져 있다”면서도 “이러한 작용으로 허가된 의약품 성분은 이미 있다”고 말했다. 굳이 사람을 대상으로 한 효과와 안정성이 입증되지 않은 펜벤다졸을 사용할 필요가 없이 다른 약을 사용하면 된다는 취지다.

이러한 원리로 항암효과를 낸다고 허가된 의약품은 ‘빈크리스틴’(1986년 허가), ’빈블라스틴’(1992년 허가), ’비노렐빈’(1995년 허가)이 있다. 유사한 작용으로 허가된 의약품 성분은 ’파클리탁셀‘(1996년 허가)과 ‘도세탁셀’(2006년 허가)이 있다.

'펜벤다졸을 먹고 암을 치료했다'는 허위 사실이 나돌고 있다. / 유튜브 '펜벤다졸' 검색 화면 캡처
온라인상에서 '펜벤다졸을 먹고 암을 치료했다'는 허위 사실이 나돌고 있다. / 유튜브 '펜벤다졸' 검색 화면 캡처

식약처는 “항암제는 개발과정에서 일부 환자에게 탁월한 효과를 나타내더라도 최종 임상시험 결과에서 실패한 사례가 있다”며 “한두 명에서 효과가 나타난 것을 약효가 입증됐다고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식약처는 펜벤다졸의 부작용 위험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식약처는 “(펜벤다졸이) 구충 효과를 나타내는 낮은 용량에서는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지만 항암효과를 위해서는 고용량, 장기간 투여해야 해 혈액, 신경, 간 등에 심각한 손상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또 “항암제와 함께 구충제를 복용하는 경우, 항암제와 구충제 간의 약물상호작용으로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식약처는 이와 함께 “동영상 채널 유튜브 등을 통해 유포되고 있는 펜벤다졸과 관련된 여러 주장은 ‘증명된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식약처는 “펜벤다졸은 최근까지도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결과는 없고 오히려 간 종양을 촉진시킨다는 동물실험 결과 등 상반된 보고도 있다”며 펜벤다졸이 항암제로서 효과가 있다는 주장을 반박했다.

식약처는 “펜벤다졸이 40년 동안 사용돼 안전한 약제”라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40년 이상 사용된 대상은 동물(개)이며 사람에게는 처방하여 사용한 적이 없어 사람이 사용할 때의 안전성은 보장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아 함께 “펜벤다졸의 체내 흡수율이 20%정도로 낮아서 안전하다”는 주장도 증명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흡수율이 낮은 항암제는 효과도 적을 가능성이 높아 고용량을 복용해야 하는 경우 용량 증가에 따라 독성이 증가하게 된다는 지적이다.

지난 4월 영국 매체 'The Sun'에서 강아지 구충제가 암 치료에 효과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 'The Sun' 홈페이지 캡처

지난 9월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상에서 강아지 구충제가 암 치료에 효과 있다는 주장의 동영상이 확산됐다. 앞서 지난 4월 영국 매체 ‘The Sun’에서는 '암의 기적'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보도됐고, 해당 기사에는 미국에 사는 Joe Tippens(60대)의 암 극복 사연이 담겨있었다.

Joe는 2016년에 소세포 폐암을 진단받은 후 2017년 1월 간·췌장·방광·위·뼈 등 전신에 암이 전이돼 의사로부터 3개월 여명을 판정받았다. 이후 Joe는 텍사스 MD 앤더슨 암센터에서 임상시험 제안 받고 참여하던 중, 우연히 수의사가 온라인 포럼에서 주장한 글을 발견했다. 

당시 Joe는 “당시 수의사는 쥐 실험 시, 개 구충제가 여러 종류의 암치료에 효과 있었고, 4기 뇌종양의 과학자가 개 구충약을 복용한 후 6주 만에 암이 사라졌다고 주장했다”고 말해 이 같은 논란이 일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주)서울이코미디어
  • 등록번호 : 서울 아 03055
  • 등록일자 : 2014-03-21
  • 제호 : 서울이코노미뉴스
  • 부회장 : 김명서
  • 대표·편집국장 : 박선화
  • 발행인·편집인 : 박미연
  • 주소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58, 1107호(여의도동, 삼도빌딩)
  • 발행일자 : 2014-04-16
  • 대표전화 : 02-3775-4176
  • 팩스 : 02-3775-41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미연
  • 서울이코노미뉴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서울이코노미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seouleconews@naver.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