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이종범 기자] 60세 이상 노인 10명중 9명은 계속 일하기를 원하고 이들의 10명중 7명은 생계비를 벌기위해 노동이 불가피하다고 응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노인이 건강보다는 생존을 위해 노동이 불가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으로 노년층의 노동권이 노인문제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형탁 동국대 겸임교수(경영학)는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전태일기념관에서 열린 ‘서울시 노년층 노동권 실태와 노년 일자리 정책방향’ 토론회에서 공개한 ‘2019년 서울시 노년층 노동권 실태조사’ 결과에서 이같이 나타났다. 김 교수는 노후희망유니온 의뢰로 지난 7월부터 8월까지 서울에서 일하는 60세 이상 노인 50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5%는 "일을 계속 하고 싶다"고 답했다. 이 중 85.3%는 "지금의 일을 계속하고 싶다"고 했고, 9.7%는 "지금과는 다른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일을 하고 싶지 않다"고 응답한 노동자는 5%에 그쳤다.노인의 10명중 7명은 생계비 마련을 일을 하고 싶다고 응답했다. 응답자의 73.6%가 "생계비 마련"을 노동이유로 들었으며 이어 "용돈이 필요해서"가 8.5%, "건강 유지를 위해"가 7.3%로 나타났다.
김형탁 교수는 이 조사결과는 “앞으로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노년층이 늘어난다는 의미”라며 “노년층의 노동권은 부수적 의제가 아니라 핵심적 의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 일자리를 구하는 기간은 35.97개월로 3년 가까이 걸리며 현재 일자리에 근속한 기간은 6년10개월(82.54개월)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이는 노인들이 은퇴자로 살다가 일자리를 구해 일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으로 퇴직을 앞둔 노동자들은 은퇴후 일자리를 사전에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일자리에 대한 만족도에서는 정규직 보다는 한시적 계약직이 다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규직의 경우 37%가, 한시적 노동자는 51.1%가 현재 일자리에 전반적으로 만족한다고 답했다. 이는 노년층 일자리 창출에서 정규직 일자리를 우선해야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분석했다.
노년층 노동에서도 근로계약서 유무와 사회보험 가입 여부, 임금 수준 등에서 남녀 간 차이가 컸다. 취업경로는 "친구·친지의 소개 또는 추천"이 37%로 가장 많았다. 일을 하고 있는 노인들은 은퇴전에 하던 일과는 관련 없는 직무에서 일한다가 51.8%로 절반을 넘었다. 퇴직 전에 하던 일을 계속한다가 17.9%, "채용공고"가 16.5%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진희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는 “노인의 73.6%가 생계비 마련을 위해 일하는 현실은 극복해야 할 최우선 과제”라고 진단했다. 김진희 공동대표는 “건강한 목적의 노동이기보다 생존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노동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근로 능력이 떨어져 가는 노령층에 대한 복지정책과 안정된 일자리 정책을 어떻게 연계해 확충해 갈지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원시연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이번 조사에서 80세 이상인 초고령노인 응답자 비율은 2.6%(13건)에 그쳐서 80세 이상 노인의 노동권 관련 정책과제를 마련하기엔 어려움이 있어 아쉽다”며 “노인 자살률도 초고령노인일수록 급증하는 경향이 있기에 해당 연령층 노인에 대한 연구가 더욱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