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 증거인멸’ 삼성 부사장 3명 실형…‘경영권 승계’는 수사 중
‘삼바 증거인멸’ 삼성 부사장 3명 실형…‘경영권 승계’는 수사 중
  • 김준희 기자
  • 승인 2019.12.09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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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죄책 가볍지 않다"…징역 1년6월~2년 실형 선고
나머지 피고인 5명 집행유예…분식회계 의혹 판단 안 해
연합뉴스

[서울이코노미뉴스 김준희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와 관련한 증거인멸 사건으로 기소된 삼성전자 부사장 3명에게 징역 2년~1년6개월의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소병석)는 9일 이 사건 선고공판에서 삼성전자 재경팀 이모 부사장에게 징역 2년을, 김모 부사장과 박모 인사팀 부사장에게 징역 1년6개월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엄청난 양의 자료 일체를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이고 대대적으로 인멸·은닉하게 했다"면서 "이로 인해 형사책임의 경중을 판단할 수 있는 증거들이 인멸·은닉돼 실체적 진실 발견에 지장을 초래하는 위험이 발생했다. 이는 결코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증거인멸 등 혐의로 함께 기소된 삼성전자 서모 상무와 백모 상무에게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또 이모 부장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삼성바이오 안모 대리에게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양모 상무에게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검찰, 대법원이 인정한 ‘경영권 승계 작업의 존재’에 맞춰 분식회계 의혹 수사 중

이날 판결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와 관련해 증거를 인멸한 피고인들에 대해 선고한 것이다. 사건의 핵심인 이른바 ‘경영권 승계 의혹’과 관련한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이와 연관된 제일모직 및 삼성물산의 합병 관련 의혹에 대해서는 현재 검찰이 수사 중이다.

검찰은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하는 과정에서 삼성 측이 제일모직의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의 기업 가치를 의도적으로 높게 책정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특히 지난 8월 대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관련 상고심 선고공판에서 ‘경영권 승계 작업의 존재’를 인정한 것이 검찰의 수사 방향과 일치한다고 보고 사건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부사장 3명은 지난해 5월1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분식회계 관련 조치 사전통지서를 받은 뒤 5월5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이른바 '어린이날 회의'에 참석, 주도적으로 검찰 수사 대응책을 논의하며 증거인멸을 도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삼성그룹 차원의 의사결정 과정을 통해 이 부사장 등이 하급자들에게 조직적 증거인멸을 지시한 것으로 봤다. 

백 상무와 서 상무는 금융감독원이 감리를 위해 삼성바이오에피스에 회계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하자 이를 조작해 제출한 혐의를 받는다. 지난해 말 삼성바이오에 대한 검찰 수사가 예상되자 삼성바이오 회계처리 등 관련 자료 일체를 조직적으로 인멸한 혐의도 받고 있다.

양 상무와 이 부장은 백·서 상무 등의 지휘에 따라 직원들의 컴퓨터와 이메일·검색기록을 비롯해 휴대전화를 검사하고 분식회계와 관련된 키워드가 포함된 자료들을 삭제하도록 한 혐의를 받았다. 

안 대리는 윗선 지시에 따라 다수 공용서버와 직원 노트북 수십대, 저장장치를 삼성바이오 공장 바닥에 묻는 등 분산해 보관하고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자 이를 다시 꺼내 일부 자료를 훼손한 혐의를 받았다. 

기소된 임직원들은 재판에서 증거인멸을 한 사실 자체에 대해선 대체로 인정했다. 하지만 경영권 승계 작업을 위한 분식회계는 있지도 않았으며, 이를 성공시키고자 증거인멸을 한 것은 절대 아니라고 주장해왔다. 

검찰은 지난 10월 28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삼성전자 재경팀 이 부사장에게 징역 4년을, 박 부사장과 김 부사장에게 징역 3년6개월을 구형했었다.

검찰은 당시 논고를 통해 "삼성그룹은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원, 검찰 조사 등에서 자료 제출과 증거 확보에 협조하기 보다는 지속적으로 증거를 인멸해왔다"면서 "직원에게 허위진술을 강요하고 '총대를 메라'는 식의 진술도 수차례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어 "공장, 통신실, 회의실 바닥을 파서 외장하드와 컴퓨터 등을 숨긴 것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볼법한 상상을 초월한 범죄행위"라며 "동원된 인력과 기관, 인멸된 자료 등에 비춰볼 때 대한민국 역사상 최대의 증거인멸"이라고 지적했다.

피고인들은 검찰 구형 이후 최후변론에서 "현재 사건 진행은 본말이 전도됐다"면서  "증거인멸 범행의 본안인 분식회계 사건에 대한 판단이 우선이어야 한다. 최소한 본안에 대해 공소가 제기되는 것을 확인한 후 이번 사건을 판단해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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