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윤종원 보낸 靑의 '내로남불'...IBK기업은행 내홍 격화
'낙하산' 윤종원 보낸 靑의 '내로남불'...IBK기업은행 내홍 격화
  • 정우람 기자
  • 승인 2020.01.03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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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땐 관료가 은행장 가면 '관치'-'독극물' 비판"..."尹행장 '경제정책 실패’로 경질된 인사" 비난
3일 오전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 본점에서 윤종원 신임 IBK기업은행장이 첫 출근 중 노조원들의 출근 저지 투쟁에 가로막혀  서있다.

[서울이코노미뉴스 정우람 기자] 국책 금융기관장이 정부 인사의 논공행상을 위한 자리로 전락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내부 출신 행장이 바통을 이어받아 온 지난 10여년 동안 기업은행은 외형으로나 실속으로나 눈에 띄는 성장을 이뤄왔다. 그런데 굳이 청와대 인사를 밀어 넣을 필요가 없어 보이는 상황에서 정부가 사전 조율 없이 무리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가 IBK기업은행장에 끝내 청와대 출신인 윤종원 전 경제수석을 앉히기로 하면서 낙하산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노조가 예고했던 대로 강경 대응에 나서면서 윤 수석은 첫 출근 날 자신의 사무실에 발도 들이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려야 했다. 청와대가 10년 동안 이어져 오던 기업은행장의 내부 승진의 전통을 깨면서 내홍을 자초한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우려는 마침내 현실이 됐다. 이날 오전 기업은행 노조는 서울 을지로 본점 정문과 후문을 모두 막고 윤 신임 행장의 첫 출근을 막으며 격렬히 반대했다. 이에 윤 신임 행장은 끝내 본점에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왔던 길을 돌아가야 했다.

이 자리에서 윤 신임 행장은 "앞으로 노조의 얘기를 들어보겠다"면서도 "함량미달 낙하산 인사라는 지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당초 기업은행장 인사는 늦어도 지난해 안에는 이뤄질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노조를 중심으로 낙하산 논란이 제기되면서 인선이 차일피일 미뤄지다 결국 해를 넘기게 됐다.

2010년 조준희 전 행장부터 얼마 전 임기를 마친 김도진 전 행장에 이르기까지 최근 세 번 연속으로 기업은행 수장으로 내부 인사를 발탁해 왔다.

불씨는 한 달여 전부터 붙기 시작했다. 지난 달 초 반장식 전 청와대 일자리수석이 기업은행장으로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는 말이 돌면서다. 그러자 기업은행 노조는 반 전 수석이 금융 전문성이 부족한 낙하산 인사라고 강력 비판하며 행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기업은행 노조는 지난 달 9일 김형선 노조위원장을 시작으로 청와대 앞 광장에서 1인 시위에 들어갔다.

그러자 반 수석 대신 윤종원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윤 전 수석이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과 국제통화기금 상임이사, 경제협력개발기구 특명전권대사 등을 역임한 만큼 반 수석보다 경제·금융 분야에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는 청와대의 판단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기업은행 노조는 윤 전 수석 역시 또 다른 낙하산 인사라며 거세게 반발해 왔다. 그리고 끝내 윤 전 수석의 행장 임명이 강행되면서 기업은행은 혼란에 휩싸이게 됐다.

이번 정권이 출범하기 오래 전부터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문재인 대통령 모두 노동계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온 과거를 감안하면, 이번 노동계의 반발은 현 정부에 남다른 부담 요인일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민주당은 관료가 은행장으로 가는 것에 대해 '관치'라고 비판했는데 청와대 전 경제수석이 기업은행장으로 노내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난 달 31일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2013년 당시 민주당은 관료 출신 기업은행장을 반대하며 관치는 독극물이라고 했는데 지금은 이를 다시 마시라고 하며 침묵하거나 동조하고 있다"며 "3연속 내부 행장을 통해 성장일로를 걷는 기업은행에 낙하산을 고집하는 현 집권세력의 자기모순을 규탄한다"고 비난했다.

같은 날 기자회견 자리에서 허권 전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함량미달 낙하산 인사는 촛불민심을 저버리는 것"이라며 "청와대가 낙하산 인사를 강행한다면 금융노조는 출근저지뿐만 아니라 21대 총선에서 민주당 지지를 철회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기업은행 노조는 윤 전 수석이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으로 근무한 것 외에 금융 현장에서 경험을 쌓은 적이 없다며 임명을 반대하고 있다. 기업은행 노조는 성명을 통해 반장식·윤종원 후보의 공통점은 청와대 낙하산이라는 것 외에 둘 다 기획재정부 출신의 모피아이고 금융 분야 관련 경력이 전무하다는 것이라며 이는 은행을 모른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어 중소기업에 대해서도 비전문가이며 두 사람 모두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실패의 책임을 물어 경질된 인사라고 덧붙였다.

금융권 관계자는 "청와대가 애초에 기업은행 내부 인물에 대해서는 인사 검증조차 들어가지 않았을 정도로 윤 전 수석 등 관료 출신을 임명하려는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안다"며 "결과적으로 전 청와대 인사의 자리를 마련해주기 위해 국책 은행장 직을 내줬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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