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 나도 깜짝 놀랐다. 현직 부장판사가 "문재인 대통령 하야하라"는 글을 SNS에 올렸다고 한다. 그것도 진보 성향의 부장판사가. 이 같은 주장을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주장을 편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무게감은 달라진다. 나도 칼럼을 쓰면서 이처럼 과격한 주장은 한 적이 없다.
문 대통령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 같은 경우는 원하지 않는다. 따라서 임기는 채워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기도 하다. 부장판사의 주장도 일리가 있었다. 사실 문 대통령은 헌법을 파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이 부장판사도 다소 거친 주장을 했을 것으로 본다. 대한민국의 불행, 문재인의 불행이다.
19일 하루 종일 이 글을 쓴 김동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다른 사람도 아닌 재판을 하는 분이기에 충분히 눈길을 끌만 했다. 그 글은 오래 가지 않고 내렸다. 파장이 예상보다 컸기 때문이다. 김 부장도 그것을 모를 리 없었을 터. SNS는 누군가 보고 있고, 퍼나르기도 한다. 올린 글에 대한 책임은 자신이 져야 한다. 김 부장도 그렇다.
김 부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재인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국정수반으로서 헌법질서를 수호할 의지와 능력이 없다고 판단된다"면서 "본인의 의지와 능력이 그 정도 수준에 머물 수 밖에 없다면 대통령직을 하야하기를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재인 정권이 출범할 때 새로운 정권의 성공을 희망했지만, 3년여가 지난 현재에 이르러 심사숙고 끝에 지지를 철회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김 부장은 공개적으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한 것에 대해 문 대통령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계속해서 옹호하며 사법 정의를 제대로 지키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조국 사태에 대해 ‘마음의 빚’ 운운하면서 그가 ‘어둠의 권력’을 행사하도록 방조했던 행위가 대한민국의 정체성에 얼마나 큰 해악이 됐는지를 문 대통령이 한번쯤이라도 생각해 봤는지 의문"이라고 반문했다.
김 부장은 "조 전 장관에 대해 문 대통령은 국정수반의 지위에서 해서는 안 될 언행을 했다"면서 "한마디로 대통령 자신이 대한민국 국민들 앞에서 ‘조국 민정수석’이라는 한 개인을 놓아둔 것으로 이는 스스로 대통령이기를 포기한 것과 다름 없다"고 했다. 또 과거 학생운동권, 이른바 ‘586세대’가 중심이 된 현 정부와 여당의 주요 인사들에 의해 대한민국의 민주적 사회구조가 허물어지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김 부장은 해당 페이스북 글이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퍼지며 논란이 일자 게시물을 삭제했다. 그는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으로 인천지법에서 근무하다 2018년 김명수 대법원장의 첫 정기인사 때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왔다. 그러니 더 주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네티즌들의 반응은 김 부장을 응원하는 쪽이 더 많았다. 이게 민심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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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