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정우람 기자]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가슴으로 흔들리지 않겠다."
평소 '예스맨으로 알려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여당의 추가경정예산안 증액 요구 과정에서 나온 거취 논란에 대해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자리에 연연해하는 사람으로 비쳐질까 걱정된다”고 말하면서 이같이 각오를 드러냈다.
홍 부총리는 “그동안 코로나19 방역과 민생의 어려움을 덜어주고 우리 경제의 모멘텀과 힘을 키우고자 총력을 다해왔고 특히 이 위기를 버티고 이겨내 다시 일어서려고 사투 중인데 갑자기 거취 논란이”라면서 “혹여나 자리에 연연해 하는 사람으로 비쳐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홍 부총리가 긴 안목에서 재정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다진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하지만 홍 부총리가 정말 달라진 것일까를 놓고서는 기재부 안팎에서는 몇가지 분석이 나온다.
홍 부총리도 코로나 사태가 글로벌 팬데믹(대유행) 단계에 접어든 이상 장기전에 대비해야 하는 사정을 모르진 않을 것이다. 당장 죽느냐 사느냐 기로에 선 분야가 한 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차피 추경을 늘리더라도, 일단 한번 튕기는 모양새를 보인 수준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다. 속된 말로 '짜고 치는 고스톱'이다. 당정의 '추경 파열음'으로 일부 언론이 해석하는 것은 헛다리 짚은 것일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날 여당은 11조7000억원 규모 추경 규모를 6조3000억~6조7000억원 증액하라고 요구했고 홍 부총리는 난색을 표했다. 이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해임 건의를 검토할 수 있다”고 격노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홍 부총리는 페이스북을 통해 여당 엄포에도 경제 총괄 컨트롤 타워로서 자리를 걸고 신념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홍 부총리는 '눈 덮인 들판을 지나갈 때 모름지기 함부로 걷지 마라. 오늘 걷는 나의 발자국은 반드시 뒤따라오는 사람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라는 서산대사의 '답설야중(踏雪野中)' 시구를 인용,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가슴으로 오직 국민과 국가경제를 위해 흔들리지 않고 굳은 심지로 나아갈 것을 다짐한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