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위기설 현실화?...현재로선 과감한 금융공급과 양적완화가 묘약
4월 위기설 현실화?...현재로선 과감한 금융공급과 양적완화가 묘약
  • 권의종
  • 승인 2020.03.25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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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 없는 경제 위기 해법은 결국 ‘돈 풀기’...뇌경색엔 ‘아스피린’, 신용경색엔 ‘현금 스프레이’ 처방이 긴요

[권의종 칼럼]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막혀 뇌 조직에 피가 가지 않는 증상을 뇌경색이라 부른다. 심하면 사망에까지 이르는 무서운 병이다. 상당수의 뇌경색은 큰 동맥이 아닌 작은 가지 동맥에서 발생한다. 뇌 자기공명 영상장치(MRI)에서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혈관들이 조금씩 막혀 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감지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뇌의 허혈성 변화를 막기 위해 널리 쓰이는 약의 하나가 아스피린이다. 앞으로 일어날 뇌경색을 예방하려는 목적이 크다.

뇌경색의 원리는 작금 경제에서 표출되고 있는 신용경색의 패턴과 흡사하다. 초기에는 잘 보이지 않을 정도에서 시작되나 시간이 흐르면서 겉잡기 힘들 정도로 악화되는 프로세스가 다르지 않다. 이미 침체일로에 있던 우리 경제가 코로나19 사태로 맞아 어려움이 증폭되는 상황과 비슷하다. 실물경제가 얼어붙고 금융시장이 마비되면서 자본시장이 경색되는 양상을 드러내고 있다.

시장에 돈이 제대로 돌지 않으면서 기업들이 겪는 자금난이 심각하다. 돈 가뭄으로 정상적 경영이 힘들다. 신용경색이 발생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다. 공급되는 자금의 절대량이 부족하거나, 자금의 통로가 막혀있을 때 일어난다. 그중에서도 돈의 통로가 막혀 생기는 후자의 경우는 치유가 쉽지 않다. 금융시장의 존립 근거인 ‘신용의 실종’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아우성이다. 안 되는 장사도 장사지만, 그 전에 돈이 안 돌아 망하게 생겼다. 막혀있는 자금 흐름이 뚫리지 않으면 연쇄도산의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리게 된다. 자본시장만 하더라도 곳곳에서 경고음이 요란하게 울려대고 있다. 회사채 발행, 유상증자, 기업공개(IPO), 투자, 인수합병(M&A) 등 모든 영역에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시장은 ‘개점휴업’ 상태에 이르렀다.

신용경색은 뇌경색 원리와 동일... 초기에는 미세하나 시간 지나면서 통제불능 수준으로 악화

4월 위기설이 나돈다. 최근 신용등급 우량 기업들이 자금조달을 위해서 회사채 발행 수요 예측에 나섰으나 모두 목표 금액을 못 채웠다. 신용등급이나 기업의 체력과 상관없이 회사채 발행시장의 투자 수요가 크게 위축된 탓이다. 당장 4월에 대규모 사채의 만기가 예정돼 있어 기업의 자금경색 우려가 커진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그 규모가 자그마치 6조5495억원이다. 금투협이 통계를 발간한 1991년 이래 최대 규모다.

정부가 채권시장안정펀드 카드를 커내 들었다. 2008년 효과를 봤던 만큼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타이밍이 요체다. 단기자금시장의 경색을 해소하는 게 급선무다. 3월말까지 단기자금 만기의 차환이 필요해 채권시장안정펀드보다 단기자금시장에 유동성 공급을 위한 조치가 다급하다. 올 상반기나 연말로 시기를 넓히면 우려는 더 커진다. 금년 중 만기 도래 회사채와 CP, 전자단기사채는 116조원 규모에 달한다.

투자 심리도 엄동설한이다. 주식 유통시장이 무너지면서 투자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적 위기를 맞고 있다. 금융시장 전반에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금융기관도 자금 집행에 소극적이다. 투자 집행을 검토하기보다 이미 투자한 자산의 부실을 막는데 고민해야 할 상황이다. 국내 투자시장에서 투자금 회수의 활로인 기업공개가 막히면서 자금을 대야 할 벤처캐피탈(VC)이나 프라이빗에쿼티(PE)의 활동에도 제약이 불가피하다.

정부, 코로나19 위기의 경제에 100조원 이상의 긴급자금 투입 결단... 만시지탄이나 천만다행

각국 정부가 코로나 사태에 천문학적 규모의 현금을 살포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위원회가 재빠르게 양적완화를 발표했다. 미국 국채와 주택저당채권을 금리가 안정될 때까지 무제한 사들이고 회사채도 최대 3000억달러어치를 구매할 것을 밝혔다. 시장이 돈이 안 돌면 돈을 찍어서라도 돌리겠다는 의도다. 공화, 민주 양당 간 의견차로 상원에서 막혔으나 실행은 시간문제다. 적자 재정을 꺼려온 독일도 코로나19발 경제 침체에 대응코자 7500억유로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내놓았다.

우리 정부는 굼뜨다. 상황 대처에 둔감한 편이다. 얼마 전까지도 신용경색 국면을 ‘국지적’ 상황으로 진단했던 금융당국이다. 상황이 악화되고 다른 나라들이 돈 뿌리기에 나서자 그제야 나섰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위기에 빠진 경제에 100조원 이상의 긴급 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대통령이 비상경제회의를 주재하고 비상금융조치를 대폭 확대했다. 지원 대상을 기존의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서 주요 피해업종의 대기업까지로 늘렸다.

신용경색으로 혼돈에 빠진 회사채 시장의 안정을 도모하는 내용도 담았다. 자금시장에 도합 48조원을 공급한다. 채권시장안정펀드를 20조원 규모로 조성하여 회사채 시장의 수요를 살린다. 기업어음(CP) 등 단기자금 시장에도 7조원을 공급한다.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발행과 회사채 신속인수제를 통해 17조8000억원을 공급한다. 10조7,000억원의 증권시장안정펀드을 조성, 증시 안전판도 마련한다. 만시지탄이나 그나마 천만다행이다.

전례 없는 위기 국면이다. 종전의 정책과 현행의 시스템만으로는 제어가 힘든 형국이다. 사후약방문이기는 하나 기업의 자금난을 덜어주고 금융시장과 자본시장의 신용경색을 완화하고 더 큰 사태로의 확산을 막는 처방이 긴요하다. 뇌경색 억제를 위한 아스피린처럼. 결국 돈이 해법이다. 지금으로서는 과감한 금융공급과 대규모 양적완화를 통한 긴급 수혈 외에는 달리 방도가 없다. ‘현금 스프레이’만한 묘약이 없어 보인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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