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구현모 사장 취임초부터 ‘죽음의 외주화’?...또 노동자 추락 사망사고
KT 구현모 사장 취임초부터 ‘죽음의 외주화’?...또 노동자 추락 사망사고
  • 정우람 기자
  • 승인 2020.04.06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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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바뀌어도 황창규 회장 때처럼 '그 밥에 그 나물'...국회서 '김용균법' 통과했어도 KT는 안전불감증 여전

[서울이코노미뉴스 정우람 기자] 지난 주 KT 통신시설을 점검하던 노동자가 숨지거나 크게 다치는 사고가 연이어 발생했다.

KT는 황창규 회장 시절이던 지난 2018년 아현국사 화재로 사상 초유의 통신대란이 일어나는 등 대형 사고와 사망사건 사고가 잇달아 일어났으나 올 들어 구현모 새 CEO 부임 전후에도 현장안전사고가 두건이나 발생했다.

이에 KT새 노조는 즉각 성명서를 발표, 통신시설 안전성 실태를 살피고 개선책 마련을 촉구했다.

6일 관련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전남 신안군 하의도에서 전봇대가 부러지면서 전화선 철거작업을 하던 KT 직원 한 명이 숨진 것과 관련한 경찰 수사가 본격화 되고 있다.

경찰은 사고 당시 현장에는 KT 직원 2명이 있었고, 이 가운데 숨진 A씨가 전주에 올라가 전화선을 철거하던 중 갑자기 전주가 부러졌다는 목격자의 진술을 확보했다.

KT의 새 최고경영자(CEO)  구현모 사장

지난 달 서울 용산구 KT센터 신축공사장서 타워크레인 넘어져 60대 작업자 1명 사망

경찰은 철근 콘크리트 재질인 전주가 부러진 것이 제작상 결함 때문인지, 전화선의 인장 강도를 견디지 못한 것인지를 밝히기 위해 정밀 감식 의뢰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KT 새노조는 성명에서 “4월 2일 충남 홍성에서도 맨홀 작업 후 올라오던 케이블매니저 B씨가 자동차에 치여 의식불명 상태에 빠져있다”고 공개했다. 피해자는 당시 맨홀 아래서 케이블 점검·수리 일을 하고 올라가다 지나가던 차에 치여 의식불명 상태로 치료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서울 용산구의 신축공사장에서도 타워크레인이 넘어져 60대 작업자 1명이 숨졌다. 지난달 24일 낮 12시쯤 서울 용산구 원효로2동 KT센터 신축공사장에서 2.9톤짜리 타워크레인이 넘어졌다.

타워크레인 줄이 끊어지면서 매달려있던 철근 더미가 떨어졌고, 지하 10m에서 작업 중이던 중국 국적의 63살 최모씨를 덮쳤다. 출동한 구급대원이 심폐소생술을 시도했지만, 머리를 다친 최씨는 현장에서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KT의 안전사고는 지난해에도 일어났다.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7일 오전10시20분쯤 경기 남양주시 진접읍 소재 건물에서 통신 개통을 위해 건물 외벽에서 사다리를 이용해 작업을 하던 오모(49)씨가 약 3.5m 높이에서 바닥으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이후 해당 건물 관계자가 오씨를 발견해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이튿날(8일) 오전 3시쯤 사망했다.

지난 2018년 아현국사 화재로 사상 초유의 통신대란이 일어났다.

KT 대형 사망사건사고는 전형적 ‘죽음의 외주화’ 사례..."위험한 작업환경 개선 안 해"

오씨는 KT의 자회사인 KT서비스북부의 B협력업체 소속으로 인터넷 개통 및 유지ㆍ보수 업무를 맡고 있었는데, 사고 당시 홀로 작업 중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고용부는 “사고를 직접 목격한 사람이 없어 오씨 작업과정의 그림자가 촬영된 폐쇄회로(CC)TV 영상으로 사고 과정을 조사하고 있다”며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오씨를 비롯한 대형 사망사건사고가 전형적인 ‘위험의 외주화’ 사례라고 점이다. KT가 비용절감을 위해 구조조정을 하면서 통신 개통 업무를 계속 외주화하면서, 협력업체와 하청 노동자들의 위험한 작업환경은 개선하지 않아 산재 사망사고가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주장이다.

재작년에도 KT서비스 소속 직원 3명이 작업 중 추락사로 사망했다. KT서비스 노조 관계자는 “설치기사들이 사다리를 이용하면 추락사 위험이 높아지므로 회사에서는 특수차량(바스켓 설치 차량)을 KT서비스나 KT에 요청하라고 하지만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설치를 마쳐야 하고, 작업량도 많으므로 오씨처럼 사다리를 이용하고, 홀로 작업하는 경우가 많다"며 “설치기사들이 사고가 나도 신고해줄 동료가 옆에 없다 보니 고객이나 지나가는 행인이 발견하는 일도 종종 있다”고 전했다.

따라서 통신케이블ㆍ에어컨 설치기사 등 사업장 밖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반복되는 추락 사고를 막으려면 보다 강화된 안전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하지만 KT에서는 사고 때만 급조한 대책을 발표할 뿐 ‘위험의 외주화’ 또는 ‘죽음의 외주화’에 대한 근본대책을 내놓지 못한다는 점이 중요한 문제로 지적된다.

재작년 12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홀로 일하다 숨진 김용균씨 사망 사고 이후 개정된 산안법은 원청(도급인)의 안전ㆍ보건조치 책임을 강화시켰지만, 사업장 밖에서 일하는 하청 노동자에 대한 도급인의 책임 조치는 시행령에서 22개 위험장소로 한정해 규정하고 있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산안법 시행령에서 추락사고는 ‘엘리베이터홀 등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나 ‘안전난간의 설치가 필요한 장소’로 명기되어 있는데, 통신 설치나 수리 작업자들은 고정 사업장에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근무 장소가 때마다 바뀌기 때문에 안전 난간 설치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8년 KT 아현국사 사고 때 현장을 방문한 황창규 회장과 윤종진 부사장

노조 “KT출신 구현모 사장 출범해도 현장엔 아무런 변화조차 없는 현실에 좌절과 분노"

그는 이어 “원청의 책임 회피를 실질적으로 막으려면 하위 법령에서 통신 케이블ㆍ에어컨 설치 기사 등의 추락 위험이 있는 장소를 보다 구체적으로 특정해 안전조치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KT새 노조는 안전투자와 인력 부족을 사고 원인으로 지목했다. 손일곤 위원장은 “2018년 서울 아현국사 화재 후 KT는 후속대책으로 통신주·맨홀 등 관련 시설 개선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며 “하의도 추락사고로 시설 안전을 위한 투자를 늘리겠다던 회사 약속이 공허한 것이라는 것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특히 “아현 화재 당시 현장 복구인력이 모두 비정규직임이 드러나면서 KT의 현장 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됐고 그러자 회사는 부족한 현장인력을 보충한다면서 인터넷 개통 AS업무를 맡고있던 CS 직원들을 현장시설 업무, CM 업무로 전환시켰는데 홍성 사고의 경우 이들 숙련이 부족한 노동자들로만 구성된 현장 조에서 사고가 났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KT 출신으로 그 누구보다도 KT 현장을 잘 안다고 자부하는 내부 출신 구현모 사장 체제가 출범해도 현장에는 아무런 변화조차 없는 현실에 좌절과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7년 이후 파악된 작업 중 사망 사고만 7건이 넘고, 중상을 포함하면 13건이 넘는다. 위험한 업무가 다단계 하청이 되면서 더욱 열악해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원청인 KT의 무관심 속에서 여전히 위험한 작업 환경은 개선되지 않고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결국, 과거 KT CEO들이 만들어 놓은 다단계 하청구조가 노동자들의 생명을 빼앗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KT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으나 끝내 연락이 닿지 않아 어떠한 답변도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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