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정우람 기자] 올해 세계경제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 침체를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한국의 성장률을 –1.2%로 전망했다.
이 경우 한국은 지난 1997년 IMF 외환 위기 이후 22년 만에 처음으로 역(逆)성장을 기록하게 된다. 국제기구 가운데 올해 한국의 마이너스 성장을 전망한 곳은 IMF가 처음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14일(현지시간) 발표한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을 통해서다. 세계 경제에 대해선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를 기록할 것”이라며 –3% 역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충격으로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경제가 급격히 후퇴할 거라는 예상이다.
IMF는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 올해 한국의 성장률을 2.2%로 내다봤다. 3개월 만에 기존 전망치보다 3.4%포인트 내려 잡았다. IMF는 “한국의 높은 대외 개방도를 감안할 때 주요 교역국의 급격한 성장전망 하향에 따른 대외 수요 부진이 성장을 제약할 것”이라고 하향 조정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의 주요 교역국 성장률도 줄줄이 낮췄다. 세계 경제는 1월 전망 대비 6.3%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미국의 올해 성장률은 –5.9%(7.9%포인트 하향), 유로존은 –7.5%(8.8% 하향)로 내다봤다. 중국도 기존 6%에서 1.2%로 4.8%포인트 낮췄다.
추가 하향 조정 여지도 남겼다. IMF는 “이번 전망은 올 하반기에 코로나19가 사라진다는 시나리오를 가정했다”며 “코로나19가 예상보다 오래 지속할 수 있는 만큼, 성장률도 추가 하락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5.1%)이후 22년만의 역성장 가능성이 커지며 정부의 위기감도 고조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코로나 19에 따른 경제적 파장에 대해 “아직 위기의 끝을 알 수 없다”며 “경제적으로 본격적인 위기가 시작되는 단계”라고 말했다.
다만, IMF는 내년에는 정상적인 경제활동으로 복귀하고 성장률도 비교적 큰 폭으로 반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경제가 크게 나빠진 데 따른 기저 효과에 힘입어 2021년 전 세계 GDP가 5.8% 성장하고, 미국(4.7%), 독일(5.2%), 영국(4%), 일본(3%) 등도 일제히 3% 넘는 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봤다. 한국의 내년 성장률은 3.4%로 점쳤다.
그러나 이런 전망은 코로나가 올 하반기 이후 잠잠해지고, 국제사회가 긴밀한 공조하에 재정·통화 정책 등 적극적 조치를 통해 위기를 견뎌낸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IMF는 “팬데믹과 봉쇄 조치가 더 길어지면 기업이 줄도산하고 실업이 장기화해 공포 효과가 확산할 것”이라며 “이 경우 성장률이 기본 전망보다 더 떨어질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경고했다.
한편 한은은 다음달 수정 경제전망을 내놓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초기였던 지난 2월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1%로 제시한 바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9일 한국의 성장률이 올해 0%대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마이너스대로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코로나19가 진화 흐름을 보이고, 경제가 반등한다는 가정이라면 0%대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총재는 당시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에 따른 영향으로 향후 성장과 물가 흐름이 기존 전망경로를 크게 하회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국내 경제는 올해에 플러스(+)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