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회, ‘최악의 살인기업 특별상’ 수상 오욕
마사회, ‘최악의 살인기업 특별상’ 수상 오욕
  • 김준희 기자
  • 승인 2020.04.27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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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 경마장 8명 극단적 선택…“반성하고 책임지는 모습 안 보인다”
한국마사회 적폐청산 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지난 8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마사회 적폐 권력을 우리 힘으로 해체하겠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서울이코노미뉴스 김준희 기자] 한국마사회가 27일 ‘2020 최악의 살인기업 특별상’을 수상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마사회는 작년 11월 고 문중원 기수를 포함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2005년 개장 이래 8명의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만 반성하거나 책임지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선정 이유다.

민주노총과 노동건강연대이 참여한 '산재사망 대책마련 공동 캠페인단'은 2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2020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을 갖고 한국마사회와 고용노동부를 특별상 수상 기관으로 발표했다.

노동부는 2019년 한해 104명의 이주노동자가 사망했지만 그 구조적 원인으로 지목되는 고용허가제를 폐지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선정됐다. 

캠페인단은 특히 마사회에 대해 "문중원 열사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적폐·비리의 온상인 공공기관에서 벗어나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마사회의 경마장인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에서는 지난 달 30일 숨진 채로 발견된 조교사 김모씨(45)를 포함, 모두 8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기수가 4명, 마필 관리사가 4명이다.

조교사 김 씨는 지난 3월 30일 오후 6시 30분 경남 김해시 장유면 주택 인근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김 씨 몸에 외상 등 타살 흔적이 없는 점으로 미뤄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김 씨는 지난달 26일 부산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출석해 조교사 개업 심사 부정 의혹과 관련한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씨와 마사회 전직 간부의 관계를 수사 중이었다. 전직 간부는 마사회 관계자들 평가 관련 업무에서 실세로 통하던 인물이었다.

김 씨의 극단적 선택은 고 문중원 기수의 장례식을 힘겹게 치른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시기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충격을 줬다.

문중원 기수는 지난 해 11월 남긴 유서에서 자신이 7년 전 조교사 면허를 취득하고도 마방배정심사에서 번번이 떨어진 반면 갓 면허를 딴 조교사가 마사회 간부와의 친분으로 마방배정심사에 먼저 합격했다고 주장했었다. 

김 씨는 문 씨보다 조교사 면허 취득은 늦었으나 2018년 마방 배정심사에 통과한 조 교사 중 한 명으로, 이 때문에 경찰의 조사를 받았다. 

2017년에만 자살사건 5건 발생…마사회 사실상 무대책으로 일관, 사건 이어져

2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산재사망 대책마련 공동캠페인단’ 주최로 열린 '2020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 기자회견에 산재 사망자들이 사용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유품들이 놓여 있다./연합뉴스

마사회에서는 2017년 모두 5건의 자살 사건이 발생해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켰다.

그 해 5월과 8월에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에서 마필관리사 2명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했고, 당시 고용노동부는 마사회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시행하기도 했다.

또 그 해 10월 9일과 12일에는 마사회 간부 2명이 연이어 자살하는 비극이  이어졌다. 당시 간부들의 자살 사건은 정권교체와 함께 벌어진 마사회에 대한 검찰 수사와 고강도 감사가 이유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2018년 1월7일에는 제주도에서 활동하던 40대 조교사가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고용노동부는 2017년 특별근로감독과 함께 마사회 산하 말 관리사들을 대상으로 직무 스트레스 조사를 실시한 결과, 우울증 고 위험군에 포함된 조사 대상자들이 부산은 34%, 서울 32.3%, 제주 43%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당시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자살 사고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마사회가 주체가 돼서 말 관리사들의 고용 불안정성을 해소하고 임금 안정성과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마사회는 사실상 무대책으로 일관했고, 그 이후에도 자살 사고는 몇 차례나 이어졌다.

마필관리사에서 기수, 조교사, 마주로 이어지는 경마업계 서열 구조에서 평가권을 쥔 마사회는 '슈퍼갑'으로 통하고 있다. 평가가 사실상 정성평가 중심이어서 마사회 관계자 입맛대로 점수 조정이 가능한 구조다. 그러다보니 불공정 시비는 계속됐고, 극단적 사태도 되풀이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마사회의 적폐 청산 안됐고, 마사회는 매출 증가에만 혈안”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한국마사회 적폐 청산을 위한 대책위원회'는 지난 8일 기자회견을 갖고 "문중원 기수가 죽음으로 고발한 마사회의 적폐는 아직 청산되지 않았고, 매출 증가에만 혈안이 된 마사회의 태도 역시 바뀌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마사회 적폐 권력을 우리 힘으로 해체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문재인 정부 들어 마사회에서는 3명의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면서 "우리는 정부가 마사회의 적폐를 인식하고 개혁에 나설 것을 기대했지만 적폐 청산을 위한 최소한의 진정성도 보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대책위는 이어 "대책위가 나서 도박을 부추기는 온라인 경마를 막고 마사회가 사회적 가치를 지키게 할 것"이라며 관련 법·제도 개선을 통한 마사회의 구조 변화, 적폐 비리 책임자 처벌 등에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캠페인단은 '최악의 산업재해 기업'으로는 대우건설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공사 현장 51곳 가운데 80%인 40곳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 131건이 적발됐고, 하청 노동자 7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것이 선정 이유다.

이어 사망자 6명이 발생한 현대건설과 5명이 숨진 GS건설이 각각 2위와 3위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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